인권누리 뉴스레터

오동선교사의 생활속 인권 이야기

인권누리 2021. 4. 30. 14:18

생활 속 인권

 

젠더 편견은 10살 이전에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

 

젠더(gender)란 생물학적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을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성()이나 섹스(sex)는 생물학적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신체적이며 유전학적 용어지만, 젠더란 사회적인 환경과 훈련에 의해 남녀의 기질이 형성된다는 것을 강조한 용어이다. 젠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성다움, 남성다움의 규정에 사회문화적 영향이 스며 있음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젠더의 개념에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흔히 사용되는 양성평등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양성이란 남성과 여성의 두 개만의 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뜻하며 실제로 존재하는 LGBTI(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인터섹스)도 또 다른 성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얼마 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한 용어 사용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를 아래와 같이 바꾸어 사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문제의식

통용되는 말

바꾸어 질 말

나는 여씨가 아닙니다.

여직원, 여교수 등

직원, 교수 등

총각은 처녀작을 못 만드나요?

처녀작

첫 작품

아빠는 유모차를 끌 수 없나요?

유모차(乳母車)

유아차(乳兒車)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나요

저출산(低出産)

저출생(低出生)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입니다.

미혼(未婚)

비혼(非婚)

자궁은 남자 아이를 품는 집만이 아닙니다.

자궁(子宮)

포궁(胞宮)

남자고등학교는 없는데 왜 여자고등학교만 있나요?

여자고등학교

고등학교

가해자 입장의 용어입니다. 포르노가 아닙니다.

리벤지 포르노

(revenge porno)

디지털 성범죄

단어나 상징은 대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한 사회의 지배적 문화와 의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가치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에 차별적이거나 혐오적인 단어나 상징을 인권 친화적 단어로 바꾸어 나가는 것도 인권실천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WHO와 존스 홉킨스 대학교 블룸버그 공중보건 스쿨이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젠더편견은 10살 이전에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고 한다. 이 연구를 진행했던 크리스틴 마리는 젠더 역할에 기반을 둔 행동들을 교육받음으로써 생기는 청소년 정신, 신체 건강 위협 요인은 10, 11세 때 이미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결과를 설명하면서 아주 보수적인 사회부터 가장 진보적인 사회에 이르기까지, 소녀는 약하고 소년은 강하고 독립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아주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내면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러한 편견은 형제 자매들, 학교 친구들, 교사들, 부모들, 후견인들, 친척들, 성직자들, 코치들이 끊임없이 이러한 메시지를 강화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여성민우회에서 2017년 성차별사례들을 제보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국이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로 보고 있으며, 성차별 사례 중 가장 많은 부분이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다음의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말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금방 찾아내면서도 가 들어간 한자와 가 들어가는 한자의 역할이 이렇게 표현되고 있구나 하며 꽤 놀라워한다.

 

 

남자가 하는 역할은 배우거나 공부하거나 효도하거나 씨를 뿌리는 역할이지만, 여자가 하는 역할은 시기하거나 간음하거나 방해하거나 귀신같거나 심지어 망령되기까지 한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물론 고대에 만들어진 문자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남녀의 성역할 고정은 뿌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