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공감(共感)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우리 모두 노란리본을 달고 ‘기억할게, 미안해, 잊지 않을게, 행동하게’라고 새기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년이 넘게 진실이 인양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름답고 재미있었을 제주도 수학여행의 추억이 아닌 차디찬 바다 속의 진실이 담긴 의문의 상처들을 잔뜩 몸에 안고 금요일에 목포신항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세월호의 모습은 미수습자가족과 유가족 그리고 온 국민의 염원을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듯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희망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파면되고 구속된 상태임에도 발뺌하는 박근혜, 유가족을 비난하고 희생자들을 비아냥거리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 색깔론으로 몰아가려는 정치꾼들,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세월호 이야기를 아예 봉쇄하거나 막아버리는 기레기들, 사건의 진실을 숨기고 은폐하는 정부 등 사고 당시와 3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나 혼자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는 말든 ‘나만’ 잘되면 문제없고 ‘나만’ 불편한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긴다. 심지어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무관심하게 지나가 버린다.
우리의 기억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시작했다. 2000년 전 아무런 죄도 없이 골고타 언덕의 십자가에 달린 나자렛의 청년 예수님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 병자들, 세리들, 창녀들 그리고 과부들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달린 십자가 밑에서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죄 없이 죽어가는 예수님에게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명해보이라고 막말하고 야유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구에게도 원망하지 않고 힘없이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하느님을 보았던 기억이다. 그 기억에서 제자들은 세상으로 나아가 죽었던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서 부활했다고 용감히 증언했다.
기억하는 것은 공감하는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서 슬퍼하고 기뻐하는 사람을 보고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기억이 나 자신의 개인의 영역에만 머무르면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은 공감이 되고 만다. 개인의 공감은 나 자신의 행동으로 옮겨져야만 ‘나’를 벗어나 ‘너’에게로 갈 수 있고 그래서 ‘우리’를 만들 수 있다.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너희는 이 예를 행하면서 나를 기억하라는 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언제나 신앙인으로 행동하고 있다. 지금 이 엄중한 시기에 우리 신앙인들은 두 눈 부릅뜨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시대의 징표를 잘 읽고, 예수님의 십자가로 판단해서, 순교자들의 믿음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7년에 쓴 글이지만 아직도 유효하여 준비호에 기고합니다. 송년홍 회원은 현재 남원 도통동성당 주임신부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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