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선교사의 학생인권 이야기
교사의 권리는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학교는 평화로운 공간이어야 한다.
인권에서 제일 중요한 말 중 하나는 “존중”이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듯이 교사에게도 마찬가지이며,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면 교권이 추락하고, 교권을 보호하면 학생의 인권이 추락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에 서로의 인간적 가치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보장해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에게 자신의 권리와 상대방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의무에 해당한다. 반면 성인이고 법에 의해 권한이 보호되는 공무원으로서 교사의 경우는 교권침해 피해조사나 권리구제의 시스템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알고 스스로 구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자력화(empower)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교권침해에도 시대적 흐름과 유행이 있는 듯하다. 한국교총이나 전교조가 거의 매년 발표하는 교권침해 사례 발표를 분석 해봐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교권침해에 대한 상담요청을 하는 종류를 봐도 그렇다. 한때는 관리자에 의한 인사 상, 학교운영상 불편부당함이 대세를 이뤘던 시절도 있었고, 근래 들어서는 학부모에 의한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과도한 요구 등이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또 학생에 의한 욕설이나 수업방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최근에는 가해의 대상과는 별도로 ‘명예훼손’이라는 주제에 대한 피해상담이 많이 들어오고 빈도수도 늘어나는 편이다.
교권에 대한 교사대상 강의를 할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들. 혹시 초중등교육법 전문을 읽어보신 선생님 손 좀 들어 주세요?’
하지만 이 질문에 손을 드는 교사는 거의 없었다. 자신이 교사임을 증거하고 어떤 권한과 역할이 있는지를 규정하는 법이고, 교육과 관련된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 바로 초중등교육법이다. 하지만 법적 근거에 따라 활동하는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둘러싼 법률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고 심지어 읽어보지 조차 않은 것이다. 심지어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물론 교사들이 법률가는 아니므로 교육관련 모든 법에 정통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나의 신분과 관련된 법이라면 알고 있어야 한다.
교권침해와 관련한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의외로 관련 법률이나 시행령을 찾아서 제시해주면 끝나는 간단한 사안들이 많이 있다.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누군가가 부당한 지시를 했거나 활동에 제지를 받았을 때 상식적으로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것이 맞는 지를 묻는 경우 나는 대개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상식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대개 법적으로도 아니더라구요. 쫄지 마세요.’
그리고 그와 관련된 법률 조항을 제시해주곤 한다. 관리자도, 행정실도, 학부모도, 동료교원도 교육활동에 법률적 조항을 위배하면서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 흔히 하는 오해중 하나가 교권침해에 대한 가해자의 대다수가 학생이라는 편견이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그동안 과도하게 침해되던 학생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흐름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교권침해가 증가했고 그것 때문에 교육이 힘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전혀 없다.
실제로 보수적인 교원단체로 칭해지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매년 발표하는 교권침해 사례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2017 유형별 교권침해 상담사례 접수 현황
제일 많은 것이 학부모에 의한 피해이고, 두 번째로 처분권자(국가, 지방교육자치단체, 사학법인 등)에 의한 피해이며, 세 번째로 많은 것이 관리자를 포함한 동료교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교원들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빈도수도 작고 충분히 교사로서 인내하고 지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교사대상 교권침해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전교조부설 참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내용에 따르면
매우 그렇다 | 그렇다 | 그렇지 않은 편 | 전혀 그렇지 않다 | |
교육부 | 52.5% | 34.6% | 12.0% | 0.9% |
교육청 | 40.2% | 43.3% | 15.6% | 0.9% |
학교관리자 | 36.7% | 40.5% | 20.7% | 2.1% |
학부모 | 18.4% | 43.8% | 33.4% | 2.2% |
학생 | 10.2% | 29.6% | 44.1% | 16.0% |
교권침해를 하는 대상으로 제일 먼저 교육부와 교육청을 들고 있고, 둘째로 학교 관리자를 지명하고 있으며, 세 번째가 학부모에 의한 침해이고, 교총소속 교사들과 동일하게 학생에 의한 피해는 맨 마지막으로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교조와 교총소속 교사 모두 교육정책이나 집행기구 및 학부모에 의한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빈도수도 작고 교사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교권침해 가해의 대상이 누구인가 보다는 교권침해가 일어나고 있고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학교인권의 문제를 교사와 학생 간의 대립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교원들이 자신의 권한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과 동시에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권의 문제에서 권리를 아는 것,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더불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권리구제를 받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권리를 구제하고 피해를 회복하며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이 함께 했을 때 인권침해에 대한 경각심도 일으키고 인권의식이 향상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권이란 무엇이고 교권침해 시 대응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매뉴얼은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집행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고, 또 일부 교육청에서는 변호사를 채용하여 상담을 하고 있지만 학교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률적 상담과 처리에만 국한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한 것이 사실이며, 가장 기본적으로 교권침해사안에 대한 조사구제시스템(감사과 말고)을 가지고 있는 교육청은 현재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인권센터가 설치된 지역의 경우 학생인권침해사안이 발생하면 조사관이 파견되어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구제를 위한 매뉴얼이 가동되지만, 교원들은 교권침해사안의 경우 행정지도 선에서 마무리되거나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한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이는 향후 교사의 권한 보호를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력화에 기반하여 교사가 권리와 권한의 침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먼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때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증거수집 절차일 것이다. 사안에 따라 진단서를 발부 받거나 목격자를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녹음을 해두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요즘은 핸드폰에 ‘통화 중 녹음’기능이 장착되어 있고 학부모에 의한 욕설이나 폭언 등의 폭력이 발생한다면 녹음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통화 중 녹음이 불법이 아닌가에 대해서 사생활침해 및 자유권 등의 문제에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당사자 간 대화가 들어있는 녹음의 경우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녹음이 가능하고 이는 주요하게 증거자료로 채택되기도 한다. 다만 이 녹음내용을 편집하여 악용하거나 sns등에 무단으로 올릴 경우는 불법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교권보호위원회라 할 수 있다. 법률에 의해 모든 학교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감을 의장으로 하여 피해자가 개최를 요청할 경우 지체 없이(7일 이내에) 열도록 되어있다.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해당사안에 대해 교권침해로 결정 내린다면 이를 근거로 학교장은 피해회복을 위한 공무상 병가를 허가할 수 있고, 향후 시도교육청에 피해회복절차, 법률지원, 심리상담, 인사 상 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주요한 근거가 되기에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 뒤 심각하다면 민형사상의 법률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교사가 학부모를 고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법률적 대응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교사집단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민·형사사건을 쉬 경험하지 못하고 살고 법률절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교육청에서는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행사건의 경우 도교육청이 직접 고발하겠다고 발표 한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한 교권보호조치에 해당한다.
다음주에 계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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