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웹진 제12호 오동선 교사의 학생 인권이야기

인권누리 2021. 7. 2. 15:23

학생인권조례는 더 인권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1948년 인권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이후 특히 교육 분야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의 기준점을 살펴보면 단연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을 들 수 있다. 이 협약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 협약은 아동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아동 청소년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1991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고 또한 국제연합 소속의 인권 기구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는 각 국에 몇 년 단위로 협약에 관한 이행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는 이를 제출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한 국가의 아동 청소년 인권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시켜가기 위한 노력으로 유엔에 속한 나라에서 인권의식을 전 세계적으로 향상시켜가기 위한 노력으로서 매우 유의미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각 시도교육청에서 세계인권선언과 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보수정권시절에 정부는 반대로 일관하고 심지어 시도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교육부가 재의요구를 하는 등 딴지걸기로 일관했으면서도, 유엔에 제출하는 보고서에는 학생인권조례제정이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 발전의 성과로 기술해 보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아동청소년 인권이 향상되는 것은 마뜩지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인정은 받고 싶은 마음에 그리 했겠지만 측은한 보수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인권단체와 교육단체들은 1991년 비준된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및 아동청소년 교육과 관련된 법률을 인권 친화적으로 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고,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시도교육감이 주민직선제 선출로 바뀌면서 이른바 진보교육감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간에 조례를 둘러싼 뜨거운 찬반 논쟁이 진행되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2010105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공포해 해당 지역 학교에서 시행을 시작으로, 2011105일 광주광역시, 2012126일 서울특별시, 2013712일에는 전라북도교육청이 공포해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 체벌금지, 임신 출산, LGBTI((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Intersex people. 이른바 동성애 문제), 학교자율권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주요 조항 하나하나가 공격받았고, “인권에 타협은 없다.”는 인권단체들과 인권조례가 교권을 추락시킬 것이고 교육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다라는 보수 교원단체와 보수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단체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일부 조항이 후퇴되거나 타협하는 선에서 조례가 제정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또한 국가의 정책을 인권적으로 판단하는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시도교육청 정책과 교육현장의 인권문제를 교육하고 조사하는 학생인권교육센터라는 기구를 설치하는 데 있어서도 제정된 4개 지역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타협과 개악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특히 인권조례 초안 작성에 모델이 됐던 아동권리협약에 기준점을 둔다면 현재 4개 지역에서 제정되어 있는 인권조례는 일부 조항이 빠져있거나 심지어는 인권에 반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인권조례의 기준점이 되는 아동권리협약을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4가지 범주(생존, 보호, 발달, 참여)로 구분해서 조항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동권리협약 분류 - 조항분류는 광의의 개념이고, 구체내용은 중복되기도 함>

아동권리협약의 4가지 권리영역 구체 조항
생존
건강, 영양, 안전, 빈곤으로부터의 보호나 입양 등
6(생존과 성장의 권리)
7(출생신고·성명·국적을 취득할 권리와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
8(신분을 보유할 권리)
18(부모의 1차적 양육책임과 국가의 후원)
9(부모와 별거 당하지 않을 권리)
10(외국에 있는 부모와의 만남을 유지하기 위한 출입국의 권리)
11(해외로의 불법이송을 당하지 않을 권리)
24(건강 및 의료에 관한 권리)
39(희생된 아동의 심신회복 및 사회복귀)
보호
학대나 착취, 방임, 차별, 위기- 응급상황, 유해환경(유해시설, 약물 등), 사생활침해(용모, 복장, 개인 소지품 검사 등)로부터의 보호 등
16(프라이버시의 보호)
19(부모 등의 학대로부터의 보호)
20(가족이 없는 아동의 보호)
21(입양시의 보호)
22(난민아동의 보호 및 지원)
32(경제적 착취와 유해한 노동으로부터의 보호)
33(마약 등으로부터의 보호)
34(성폭력 및 성적 학대로부터의 보호)
35(아동유괴 및 매매 등의 방지)
36(모든 형태의 착취로부터의 보호)
37(고문·부당한 대우·부당한 처벌 등으로부터의 보호
38(무력충돌시의 보호)
40(형사절차상의 아동의 권리)
발달
인지, 정서, 사회, 직업, 신체적인 면의 발달 등
23(장애아동의 권리)
25(보호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아동의 정기적 검진을 받을 권리)
26(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권리)
27(적당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
28(교육을 받을 권리)
29(교육의 목적)
30(소수민족 및 원주민 아동의 문화에 대한 권리)
참여
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정보 접근권, 사회참여 및 참정권 등
12(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권리)
13(표현의 자유)
14(사상·양심·종교의 자유)
15(자유로운 교제와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유)
17(정보에 대한 접근권)
31(휴식과 예술 활동 등에 참가할 권리)

 

 

현재 4개 지역에서 조례가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제정과정에서 우리교육의 방향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고, 차별금지와 체벌, 교권보호방안 등 각 조항 하나하나를 두고도 교사 대 교사, 인권단체 대 보수적 교원단체, 학부모 대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간 이견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극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그 대립 또한 유의미한 과정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이유는 그간 학생은 공부하기 위해 욕망은 잠시 접어두어야 하는 존재이고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일정한 제압과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종래의 교육관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인권의식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 체벌금지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학교 현장에서 일상화 되던 학생체벌이 논쟁이 지속되면서 조례시행여부와는 상관없이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이 그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되었다는 유의미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과정에서 조례는 여러 번 부침을 겪게 되고(전북의 경우 3차례나 도의회에서 부결과 재상정의 과정이 반복되거나, 보수정당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등) 결국 일부 조항은 타협되거나 개악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 4개 지역 학생인권조례 비교>

조항 경기 광주 서울 전북
학생인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별 받지 않을 권리 5 20 5 5
폭력 및 위험으로 부터의 자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6 - 6 6
안전에 대한 권리 7 19 7 7
교육에 관한 권리 학습에 관한 권리 8 10 8 8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9 - 9 9
휴식을 취할 권리 10 18 10 10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에 대한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11 - 12 11
사생활의 자유 12 - 13 12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13 12 14 13
개인 정보에 관한 권리 14 - 15 14
양심·종교 및 표현(집회 결사 등)의 자유 양심·종교의 자유 15 13 16 15
표현의 자유 16 14 17 16
자치 및 참여의 권리 자치활동의 권리 17 15 18 17
학칙 등 학교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 18 - 19 18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19 - 19 18
복지에 관한 권리 학교복지에 관한 권리 20 17 21 20
교육환경에 대한 권리 21 - 22 21
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 22 18 11 22
급식에 대한 권리 23 - 23 23
건강에 관한 권리 24 19 24 24
징계 등 절차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25 16 25 25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권리를 지킬 권리 - - 26 26
상담 및 조사 청구권 26 22 27 27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27 21 28 28
학생인권의 진흥 인권교육과 홍보 인권교육지원 - 34 - -
학교 내 인권교육·연수 30 35 29 31
교원에 대한 인권연수 31 36 31 32
보호자 교육 32 37 31 33
학생인권종합계획 학생인권종합계획의 수립 - 4 44 -

학교별 평가 및 지침 제시 37 - - 38
학원의 인권보장에 대한 지도·감독 - - - 40
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참여 학생인권심의위원회 35 - - 41
학생(참여)위원회 36 23 33 42
학생의회 - 29 - -
학생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옹호관의 설치 39 - 38 43
사무기구 등 42 - - 46
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민주)인권교육센터 - 38 42 34
학생인권 침해 구제 지역교육청 상담실 43 - - 48
구제신청 44 40 47 49
사건의 조사 45 41 48 50

 

위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4개 지역의 학생인권 조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로 학생인권조례의 형식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할 때 타시도의 우수한 조례를 인용하여 지역실정에 맞게 일부 수정해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권의 일반적 관점에서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이기에 굳이 형식이나 내용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둘째로 조례가 제정된 것은 경기가 처음이었으나 실제 조례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광주가 먼저 시작하였다. 따라서 광주->경기->서울->전북의 순으로 조례의 내용이 조금씩 발전하거나 확장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특히 인권과 동행하는 벗이라 할 수 있는 학생자치와 참여 민주주의 실현의 내용이 광주조례에서 미진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조례에 인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로 조례제정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그 결과 타협지점과 독소조항들이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권을 보장하자면서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 제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들어 있는 것 등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먼저 아동권리협약에 준거해서 학생인권조례에서 빠진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행중인 학생인권조례는 아동권리협약 및 대한민국 헌법과 교육관련 법률에 기초해 작성되었지만 대표적으로 아동권리협약에 근거를 많이 두고 있다. 그렇다면 아동권리협약에서 기준점으로 제시한 내용을 충실히 잘 반영하고 있을까? 혹은 아동권리협약을 기준점으로 하여 한국교육의 특성을 더 담아서 발전시켰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조항과 학생인권조례의 조항을 비교해본다면 그 실제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3> 아동권리협약에 준거한 학생인권조례 비교

아동권리협약의 4가지 권리영역 아동권리협약 구체 조항 학생인권조례 구체 조항
생존
건강, 영양, 안전, 빈곤으로부터의 보호나 입양 등
6(생존과 성장의 권리)
7(출생신고·성명·국적을 취득할 권리와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
8(신분을 보유할 권리)
18(부모의 1차적 양육책임과 국가의 후원)
9(부모와 별거 당하지 않을 권리)
10(외국에 있는 부모와의 만남을 유지하기 위한 출입국의 권리)
11(해외로의 불법이송을 당하지 않을 권리)
24(건강 및 의료에 관한 권리)
39(희생된 아동의 심신회복 및 사회복귀)
안전에 대한 권리
교육환경에 대한 권리
급식에 대한 권리
건강에 관한 권리
보호
학대나 착취, 방임, 차별, 위기- 응급상황, 유해환경(유해시설, 약물 등), 사생활침해(용모, 복장, 개인 소지품 검사 등)로부터의 보호 등
16(프라이버시의 보호)
19(부모 등의 학대로부터의 보호)
20(가족이 없는 아동의 보호)
21(입양시의 보호)
22(난민아동의 보호 및 지원)
32(경제적 착취와 유해한 노동으로부터의 보호)
33(마약 등으로부터의 보호)
34(성폭력 및 성적 학대로부터의 보호)
35(아동유괴 및 매매 등의 방지)
36(모든 형태의 착취로부터의 보호)
37(고문·부당한 대우·부당한 처벌 등으로부터의 보호
38(무력충돌시의 보호)
40(형사절차상의 아동의 권리)
자별 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개인 정보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를 지킬 권리
상담 및 조사 청구권
구제신청

발달
인지, 정서, 사회, 직업, 신체적인 면의 발달 등
23(장애아동의 권리)
25(보호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아동의 정기적 검진을 받을 권리)
26(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권리)
27(적당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
28(교육을 받을 권리)
29(교육의 목적)
30(소수민족 및 원주민 아동의 문화에 대한 권리)
학교복지에 관한 권리
학습에 관한 권리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참여
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정보 접근권, 사회참여 및 참정권 등
12(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권리)
13(표현의 자유)
14(사상·양심·종교의 자유)
15(자유로운 교제와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유)
17(정보에 대한 접근권)
31(휴식과 예술 활동 등에 참가할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휴식을 취할 권리
자치활동의 권리
학칙 등 학교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
학생(참여)위원회
총칙 및 지원 1~5: (일반적 의무조항)
아동의 최선의 이익
42~45: (협약의 내용을 알릴 의무, UN아동권리위원회의 설립)
인권교육지원
학교 내 인권교육·연수
교원에 대한 인권연수
보호자 교육
학생인권종합계획의 수립
학교별 평가 및 지침 제시
학원의 인권보장에 대한 지도·감독
학생인권심의위원회
학생(민주)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옹호관의 설치
사건의 조사

 

위의 표처럼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준거해 학생인권조례를 비교 분석해보면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협약에서는 아동의 출생과 성장, 사회적 신분, 양육, 건강 등 태어나면서부터 아동기까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조항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아동(태어나면서부터 18세까지)의 개념이 아니고 학생을 위한 조례에 한정되다보니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안전, 교육환경, 급식, 건강 등 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생이라는 한정된 대상을 놓고 조례를 만들었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지만 학생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권리의 영역을 최대한 담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학적을 유지할 권리나 보호자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이는 4개 지역 조례에서 공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체를 주로 학교와 교사, 교육행정의 영역으로 국한하고 있고 학부모나 보호자의 역할에 대해 협약의 내용을 참고하여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둘째, 아동권리협약의 4가지 권리영역 중 보호의 영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분석해보면, 크게 학대나 착취, 방임, 차별, 위기, 사생활 침해로부터의 보호를 협약에서는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학생인권조례에도 주요하게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에서는 그동안 차별받거나 학생이라는 이유로 제한되어왔던 권리를 보장하자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학생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대한민국의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도 성인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가지고 있음을 매우 자세히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아왔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체벌을 중심으로 한 폭력 금지, 두발 복장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일기장이나 고정식 명찰등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고 병력이나 몸무게, 성적 등 개인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부당한 징계를 받지 않고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구제신청이나 상담 및 조사청구권의 내용 등을 삽입한 것은 협약의 주요 내용을 대한민국 학교의 특성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오히려 협약보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아동권리협약의 4가지 권리영역 중 발달의 영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분석해보면, 협약에서는 아동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내용을 학습하거나 지덕체가 조화롭게 발달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주요하게 담고 있다면 학생인권조례에서는 그러한 내용 중에서 주로 오랜 시간 동안 침해당해왔던 권리를 보완하는 내용 중심으로 조례에 조항이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금지하는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과도한 학습노동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했고, 교사에게 수업권이 있는 것처럼 학생에게도 학습에 관한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다문화, 장애학생 등 소수자의 학습에 관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조항들 역시 협약의 일부 조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학교의 특성에 맞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보호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아동의 건강권이나 학생도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 적당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 등의 내용이 빠져있는 것은 추후 보완해야 할 지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조례의 시행당사자가 각 시도교육청이라는 한계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향후에는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지방자치단체 간(예를 들어 도청과 도교육청) 협력을 통해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미취학 아동까지 모두 포괄하는 지역차원의 아동청소년 조례를 통해서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아동권리협약의 4가지 권리영역 중 참여의 영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분석해보면, 협약에서는 아동이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표현·사상·양심·종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정보 접근권 등을 가지고 있으며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협약보다 한 발 더 나아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협약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더해 학생은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을 위해 학생자치활동을 할 권리가 있고, 학칙 등 학교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으며, 교육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학생(참여)위원회라는 조직을 구성하여 시스템으로까지 발전시킨 것은 매우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인권의 보장을 넘어 확장을 위해서는 민주적 자치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고 대한민국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천명했다는 큰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섯째, 총칙과 의무사항에 대해 살펴보자면 일반적으로 국제협약이나 선언 등에서 총칙과 의무사항은 개념적 정의를 내리거나, 필요한 국제기구나 위원회 등을 만들거나 각 국에서 입법 활동 시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정의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기에 대개 선언적이며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협약에서 기대한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특성에 맞게 강력한 이행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그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교사와 학부모에게는 년 2회 이상, 학생에게는 자력화를 위해 학기당 2시간 이상 씩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 한 것은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다. 무지를 강요하는 것, 내버려두는 것은 인권침해이다. 그리고 교육은 인권과 자유의 주춧돌이다.(유엔인권, 새로운 약속) ”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처럼 학생인권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학생인권보장에 대한 지도 감독을 시행하고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거나, 이를 위해 학생인권센터라는 기구와 사무국을 운영하도록 한 것은 그동안 학교현장의 인권수준을 고려했을 때 획기적인 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북지역조례에 나타나있는 -물론 교육감의 지도감독 권한 하에 있는 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원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조항 역시 특기할 만하고 유의미한 인권 레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 지역별 학생인권조례에서 미흡하거나 개악된 독소조항들은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첫째, 단어 그대로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가지는 한계점이다. 현행 법률상 영·유아 아동의 관리는 도청에서 관할하고, 유치원과 학교 학원에 대한 관리 감독은 시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는 국가와 시도지자체, 시도교육청이 권한을 나눠서 가지고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나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학생에만 한정된 인권조례는 영·유아 아동이나 학교 밖 청소년에게 까지는 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엔에서 전 세계의 합의로 아동 권리협약을 만든 것은 18세 미만의 아동 청소년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를 살린다면 학생인권조례는 시도 지자체와 교육청의 합의에 의해 아동 청소년 인권조례로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권의 대원칙은 같이 하고 행정상 관리가 나눠진 학생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유아에 대해서는 시도지자체가, 학교밖 청소년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회의 인권감수성과 아동 청소년의 인권은 좀 더 향상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지역별 상이한 기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흔히 차별을 말할 때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23"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이에 근거하여 4개 지역 학생인권조례에서는 모두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조항에 두어 기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에 관한 것이다. 이 내용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을 두고 보수단체는 섹스의 해방구, 동성애자의 천국을 만들자는 것이냐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서울과 경기도는 논란을 정면 돌파하며 모두 기재하고 있으나, 광주의 경우 성별, 종교, 민족, 언어, 나이, 성적지향, 신체조건, 경제적 여건, 성적 등을 이유로로 차별의 종류를 간략화 했고, 전북의 경우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차별행위의 정의에 해당하는 이유로로 논란을 피해갔다.

인권의 문제는 논쟁과 토론을 통해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세계인권선언에서는 장애에 의한 차별을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장애차별금지가 법으로 만들어지고 상식이 되어 간 것처럼 다소 논란이 있더라도 피해가거나 타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셋째, 인권보장의 원칙을 져버리는 권리의 제한을 열어둔 것이다. 서울과 광주의 경우는 개성을 실현할 권리의 영역에서 서울 12,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 광주 14, 교복은 학교 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하여 기본적인 내용은 보장하되 복장을 제한 할 수 있다고 기술해 두고 있다. 이는 그 의미를 선의로 해석하여 기본적으로 보장하되 교복의 경우만 협의에 의해 결정 할 수도 있겠지만, 규정을 확대 해석해서 악용한다면 교복을 제외한 모든 복장에 대해서(예를 들어 외투나, 양말, 악세서리 등) 제한 할 수 있는 근거를 열어준 것이기에 인권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나타타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서울과 광주가 복장만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과 다르게 전북과 경기의 경우는 더욱 우려스러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북 12조와 경기 19조에서 학교의 장은 교육목적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정하는 학교의 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다. 고 기술해 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민주적 공동체의 합의를 통하면 학생인권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제한 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인권의 가장 큰 원칙중 하나인 자유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요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두발 복장, 용모, 사생활, 개인정보, 양심 등 학생인권조례의 핵심내용인 자유권을 학교생활규정으로 합의에 의해 제한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이 조항이 악용될 경우 인권조례 전체의 내용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적 합의를 방패삼아 학교생활규정을 통해 과도한 제한 규정을 삽입하고 있는 학교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하는 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추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항목에 해당한다.

 

넷째, 학원에서의 인권보장에 대한 지도 감독 권한이 전북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만든 학생인권조례는 학교현장의 문제를 주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음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학교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활하고 있는 학원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교육감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학원에 대한 지도감독권한을 법적으로 교육감이 가지고 있다면 더욱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인권 조례라면 학교뿐 아니라 가정, 학원, 방과후 교육, 돌봄 교육, 수련시설 등 학생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적용 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구제, 권리회복을 위한 시스템의 마련은 조례가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학교현장에서 적용되고 인권 친화적 학교 만들기를 위한 필수 내용이어야 한다. 4개 지역 공히 인권보장체계 구축을 위한 인권옹호관을 중심으로 한 인권센터를 채용하거나 설립하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중심 역할을 담당할 사무기구를 둔 곳은 서울과 전북뿐이고, 도 단위를 넘어 지역교육청에 인권상담실을 운영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곳 또한 서울과 전북에 한정되어 있다. 물론 현재 4개 지역의 교육청은 실질적으로는 지역교육청에 학교폭력 및 인권침해 등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제도적 기틀을 통해 운영되어야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통일적인 인권정책이 추진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각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목적을 이 조례는대한민국헌법, 국제연합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교육기본법,중등교육법에 근거하여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는 현재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권리의 확장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정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여 타협하고 수정한 지점들에 대해 이제 시간이 흐르고 서서히 그 쟁점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권인 자유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새로운 권리의 영역을 찾아서 조례를 수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생활에서 느껴보는 권리의 보장과 민주적 참여는 이후 아동이 성인이 되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데 매우 큰 교육적 의미를 가진다. 특히 현재 문재인정부의 교육개혁의 주요한 방향중 하나가 민주시민의식 향상이라는 점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한 것이라 평가 할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부서를 설치하고 민주시민교과를 개설하려는 시도 등 기술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근본에는 인권 친화적 민주적 학교 만들기가 자리해야 한다. 인권은 교육에서 토픽이 아니라 교육활동의 기본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4개 지역은 타 지역의 반면교사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조례시행과정에서 미흡한 지점에 대한 평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그 평가를 바탕으로 조금 더 적극적인 인권행정을 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인권보장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사무국을 설치하거나 각 지역교육청에 인권상담실을 운영하거나, 학교생활규정을 민주적이고 인권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교사/학생/학부모의 인권감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활동을 시행하는 등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향후 타 시도에서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