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 그리고 차별
수업시간에 평소에도 장난을 잘 치던 두 녀석이 오늘도 여전히 내 말을 안 듣고 떠들고 있다.
으레 그렇듯 익숙한 풍경처럼 한 마디 한다.
‘00야,00야 여기 봐야지. 지금 중요한 설명하고 있는데.’
그러자 평소에 인권관련 활동을 많이 해왔던 우리 반 녀석 답게 인권의 구절을 인용하며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한다.
“선생님. 저에게도 말할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어요. 왜 자유를 빼앗으려 하시는 거죠?”
오잉? 순간 말문이 막혀서 잠시 당황했지만 인권을 빗댓으니 그대로 돌려주마~라고 마음먹고 이야기한다.
‘00야. 자유란 네 말대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맞아. 그런데 다른 사람의 권리를 뺏으면서 행사하는 나의 자유란 인정받기 어렵단다. 지금 이 시간에 선생님에겐 수업을 할 권리가 있고, 너희에겐 수업을 들을 권리가 있지. 그런데 너희 둘의 자유를 위해 장난하고 있는 것은 선생님이 수업할 권리와 다른 친구들이 수업을 들을 권리를 방해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뺏는 나의 자유란 인정받기 어려운거고, 다름 사람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거야. 그걸 자유라고 하는 거야.
너희는 지금 자유를 잘못 행사했으니 선생님은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거야. 그래서 지금 주의를 주는 거야. 알겠지?‘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 제 1조는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의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 쉽게 말해 자유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포함하며, 그랬을 때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지는 것을 말한다.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말하면서 그 맨 앞에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들었지만 동시에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을 함께 제시했다는 것은 음미할 만하다. 사회공동체 속에서 누리는 자유란 공동체 안에서 행사되는 것이고 그 공동체가 진화 진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도 포함하여)까지도 모두 개인의 잘못으로 치환시켜버리는데 좋은 근거가 되기도 한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온전히 너의 책임이야. 남들도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니? 공부를 위해서는 너의 욕망이나 추구하는 삶의 가치 따위는 잠시 뒤로 미뤄둬도 돼. 대학가서 해” 라는 식의 실패를 통한 배움과 공동체적 민주적 삶의 가치를 학습시키지 않는 교육은 미래사회를 공멸로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간 삶을 논하고 결정짓는 정치행위에서 이러한 공동체적 가치와 인권친화적 정책이 실종되는 자유만을 강조하는 주장은 때론 위험하기까지 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발표된 5.31교육개혁안은 여러 가지 성과와 한계를 가진 채 우리교육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았다. 바로 우리교육에 경쟁기조가 중심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소위 민주정부라 칭하는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도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렸으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교육의 큰 그림은 달라지지 않은 채 무한경쟁과 성공신화 만들기, 되는 놈 끌고 가기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한 세대가 흐른 지금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금수저 흑수저 현상과 빈익빈부익부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9대 1의 사회로 변화했으며 이러한 불평등을 구조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돌리는 현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물론 오롯이 교육정책의 실패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실패와 위기감속에서 진보진영과 진보교육감들은 교육의 본질을 찾고 학력의 의미를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면, 공교육의 제 1번 목표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만드는”행위여야 한다는 자각이 바로 그것이다.
철저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속의 개인이며, 남을 딛고 일어서는 성공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함께 숙의하고 만들어가는 민주적 성취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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