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빛나게 하는 학교인권>
학교인권의 현재
얼마 전 모 지역에서 교육경력 5년 정도의 선생님이 1급 정교사가 되기 위한 자격연수를 받는 연수장에서 ‘인권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주세요.’라는 문항으로 설문을 받아보았다.
0 교사와 학생 모두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는 것 0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교육활동 제한함. 0 학생인권을 지켜주다가 교사가 말라죽는 것 0 해야 할 의무는 무시한 채 권리만 보장받기를 원함 0 교육청과 학교는 학생인권만 요구하고 교사의 인권보장에는 관심이 없음 0 관리자의 인권의식이 높아져야 함 0 관리자, 학부모, 사회로부터 교권 보호 및 인정이 필요 0 학교폭력 관련 가해자(인권침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필요: 무조건적인 용서만이 배울 점은 아님 0 교사도 존중받는 교육이 필요함 |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무기명 설문이었기에 인권에 대한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답들 중 일부다.
응답들 중에는 자기 성찰을 가지는 답도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다소 실망스러운 응답이 훨씬 많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느냐에 따라 교육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백번 양보해서 위의 응답을 이해해 본다면 현재 상당수의 교사들은 초중고를 다니면서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거나 적극 수용되어진 경험이 없었고, 교사가 되기 위한 대학에 다니면서도 마찬가지로 정규교육과정 안에 인권이라는 항목이 없었으니 자기 스스로 찾아보지 않았다면 지금껏 인권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배워본 적이 없는데 느닷없이 인권의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 교사로서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인권 친화적 학급운영과 생활지도를 하라고 주문받는 상황은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또 보호해줘야 하는 인권이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권침해의 가해자로 취급되어 도덕적 비난을 받거나 심지어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 주변의 교사들을 보며 인권에 대한 반감도 생겼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안되어 있고, 불이익에 적극 항의했다가 모난 돌이 정 맞는 주변을 보면서 침묵하는 것에 길들여지기도 했을테고, 심지어 김영삼 정부 이후 교육계에 몰아닥친 경쟁교육의 기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목표를 위해 인간으로서의 욕구나 욕망, 자유는 한껏 뒤로 물려놓고 살아왔기에 학생인권을 보호해달라는 당사자들의 요구가 교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생각도 했을 게고 더 나아가 교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오해를 하기에도 충분했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교사들이 학생인권침해사건으로 진정되어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인권침해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정도가 심할 경우 신분상 처분까지 가는 사례를 분석해보니 일정한 경향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등학교의 경우에는 여전히 체벌의 문제가 주요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접수되고 있다. 이미 십년도 전에 체벌은 법으로 금지되었고 체벌을 가하는 교사에게 처벌을 하고 있지만 쉬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나타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처럼 무차별적 폭력을 가하는 체벌은 많이 줄었지만 단체기합, 언어폭력, 간접체벌 등의 빈도수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단정하긴 어려우나 주로 저경력 교사들이 인권침해의 가해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저경력 교사들이 실제로 교사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오히려 열정의 과잉이 초래한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목표가 정당하다면 그것을 이루는 과정 또한 정당해야 한다.
실제로 교육경력 3년의 모 초등학교 교사는 욕설을 하지 않는 학급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언어폭력에 대해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지도하고 수업과 생활지도의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활동을 해옴과 동시에, 학생들과 함께 학급규칙을 만들어 욕설을 하는 학생에 대한 벌을 주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그 벌의 내용과 방식이었다. 입에서 더러운 것이 나왔으니 다시 입 안으로 되넣어야 하고, 그 방식으로 학생이 신고 있던 양말을 벗겨 입에 물리는 벌칙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벌칙 수행 방식이 비인간적임을 인지하지 못한 교사는 그저 장난스러운 이벤트로 사고하여 벌칙 수행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학급홈페이지에 게시까지 한 것이다.
나중에 이 일이 학부모에 의해 알려지게 되고 지역 언론에서 다루는 등 문제가 커졌다. 결국 학생인권침해로 제소되어 조사를 나가서 살펴보니, 이 교사가 흔히 말하는 부적격교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학생들과 래포 형성도 잘 되어있고 동료교사들과도 협동적으로 학교일을 수행하고 학부모와의 상담활동도 활발히 진행되는 편이었다.
다만 이러한 행동이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저경력교사들이 자주 하는 인권침해는 주로 악의적 의도라기보다는 교육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오로지 목표만 생각하고 과정 또한 인권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낮은 감수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매우 컷다.
상황이 이렇다면 학교인권교육에서 특히 교사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권리가 무엇인지 학습하게 하며, 인권 친화적 교육과 상담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교사의 낮은 인권감수성은 도미노를 일으켜 학생들에게 전파되고 학교 생활 안에서 부지불식간에 차별이나 폭력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기도 한다.
하기에 학교인권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권리를 깨닫게 하는 교육과 함께 인권을 지켜줘야 할 교사들의 성장도 중요한 목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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