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권> 인권은 토픽이 아니라 교육활동의 기본 토대다
우리 교육에서 유행하고 있는 혁신학교의 뿌리를 살펴가다 보면 작은 학교운동을 만날 수 있다.
교사들이 일에 지쳐, 학교운영의 비민주성에 지쳐 “야! 그냥 맘 맞는 사람들끼리 한 학교에 모여서 해보고 싶은 교육을 재미있게 하면서 지내보자. 어때?”처럼 시작된 작은 학교운동은 시작의 소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사에 큰 의미를 남기고 있다.
교사들의 자발성에 기초하여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이루고, 수업자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학습방법을 구안하고, 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토론하고 지역사회학교로서의 구실도 톡톡히 하며 발전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확산하는 허브역할을 해냈고 결국은 혁신학교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초기에 진보교육감이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혁신학교는 이제 우리교육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 그리고 미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교육감들의 임기가 끝나갈 때 쯤 교육청은 대대적으로 혁신학교의 성공사례를 포장하고 이런 성과를 이뤄냈노라며 자화자찬하기에 바뻣다.
실제 성공사례가 있고 확산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한 현장교사들의 평가는 약간 다르게 나타났다.
각 학교의 특색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교사들의 자발성에 기초하여 협동적 합의문화를 이뤄내는 본질은 사라지고 그저 ‘남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식의 많은 사업의 무원칙한 나열과 변하지 않은 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초기 혁신학교를 지향하며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교사들이 일에 지쳐 한 학교 최소 2년 근무기한만 채우고 떠나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 혁신학교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마치 스펙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실제로 0지역의 한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학교의 관리자는 독재적이기로 악명이 높았고 교사들의 원성이 자자한 학교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도교육청에 혁신학교 응모 신청을 한 것이다.
혁신학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해당학교 교사 2/3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파악하고 있기로는 혁신학교운영을 준비하거나 공부했던 교사도 전무했기에 참 뜬금없는 일이었다.
어찌됐건 신청을 했으니 실사를 나가게 되었고, 나중에 교사들을 면담해보니 그 교사들은 관리자가 해보자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신청을 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관리자는 왜 혁신학교를 운영해보고 싶었을까?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관리자의 꿈은 교육장이 되는 것이었고, 교육장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교육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정책에 코드를 맞추는 코스프레가 필요했고 그것에 딱 안성맞춤인 것이 혁신학교였던 것이다. 혁신학교의 철학이나 방향 어떤 학교를 만들고 행복한 학교를 위해 노력할 것이 무엇인지 보다는 자신의 경력관리에 필요한 스펙으로서 혁신학교를 사고했던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학교는 응모에서 탈락했지만 초기 혁신학교에 얽힌 씁씁한 기억 중 하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많은 혁신학교가 지정 운영되고 수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성공과 실패하는 학교의 사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교육공동체의 만족도도 높고 교사들의 열정도 지속되며 주변에서도 반면교사로 삼는 학교들의 주요한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교육공동체간 철학의 공유가 이뤄지는 것이다.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은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지 세심히 살피고 배려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지? 이러한 가치에 대해 공동체 모두가 토론하고 협력해가며 만드는 학교가 성공하더라.
두 번째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상명하달식 업무처리가 아니라 작은 의사결정도 함께 하고, 교무회의가 실질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의결기구처럼 작동하고,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민주적 의견 수렴에 열려있는 학교들이 성공하더라.
모든 것을 이것에 맞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요한 이 두 공통점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인권 친화적 학교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람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학교
교사/학생/학부모가 모두 동등하게 차별 없이 대접하고 대접받는 학교
민주주의를 소중히 가꿔가는 학교
교육개혁과 학교혁신은 기본권으로서 인권이 보장되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함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철학이 뒷받침될 때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인권은 교육활동의 토픽이 아니라 기본 토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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