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웹진 제21호 오동선 교사의 인권 이야기

인권누리 2021. 9. 2. 14:14

양심강제ㅡ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

 

교사의 교육적 지도 활동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대개 교사들은 정당한 이의제기는 허용적으로 수용하고 자기반성과 계발의 기회로 여기며 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학부모의 과도한 교권침해 행위에 괴로워하는 교사들도 상당하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녀에게 불이익이 생겼다 판단되면 과도한 개입을 하며 교사를 몰아세우기 일쑤다.

때때로 폭언과 협박, 명예훼손(악의적 소문 퍼뜨리기로 인해 아파트 단지엔 이미 그 교사는 아주 나쁜 사람이 되어 있다.)등 인내하기 버거운 상황으로 내몰리곤 한다.

마치 기 싸움 하듯 교사를 무릎 꿇리고 말겠다는 결기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런 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골메뉴가

"도교육청에 신고하겠다. 국민신문고에 제소하겠다. 학교를 떠나게 하겠다." 등이더라.

일단 담임교체부터 요구하고 시작하는 것은 이제 이슈도 되지 않을 정도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판단해 다양한 기관에 구제 신청을 하는 건 그들의 권리의 영역이니 뭐라 할 일도 괜스레 겁먹을 일도 아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 원인별 현황 - 한국교총(2017)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과 권한 침해, 인격 모독에도 화나지만, 거기에 더해 교사를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바로 과도하고 부당한 민원에 맞서 교사를 보호해주기는 커녕 외려 더 겁을 먹은 관리자들이다.

2015년 전교조서울지부가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평교사들 절반 이상이 학교장과 교감 등 학교관리자로부터 교권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발표한 '교권침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관리자와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 등 4개 대상자별로 "교권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응답한 교사의 절반이 넘는 58%가 학교장·교감에게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 교사들은 학교장과 교감이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간섭을 가장 많이 하고(31.6%) 그 다음으로 인격권 및 노동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18.4%)고 꼽았다.

일부 학교관리자들은 학교 일이 학교 담 밖으로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시끄러워 지는 것을 더 싫어한다. 학부모나 외부의 항의전화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자신이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거나 교권보호가 무엇인지 모를 경우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부당한 항의나 담임교체 요구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지도 않고 인사위원회 등 합리적 절차도 없이 일단 담임교체부터 시행하여 학부모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경우도 벌어진다. 또는 학부모로부터 발생한 민원이므로 담임교사나 업무담당교사가 알아서 잘 처리하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책임회피부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에게 무조건 사과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도 있다. 교장실로 교사를 불러서 내가 보는 앞에서 사과 전화를 드리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여기서 마무리하자며 교사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부당한 민원이나 항의에 교사로 하여금 무조건 사과부터 하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종용하는 행위는 우리 헌법이 금지한 "양심강제(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 에 해당한다.

걸핏하면 교권이 무너진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교권보호의 일차적 책임관이어야 할 당사자가 정작 자신이 스스로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왜 양심강제를 하느냐 따져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서로 합리적으로 푸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말을 교사가 곡해한 거라고 둘러댄다.

 

교권보호를 외치기 전에 교권을 보호하는 일차적 책임자인 관리자들은 교권이 뭔지, 내가 어떻게 지키고 지켜줘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먼저여야 한다.

(요즘 위의 문제로 상담하고 있는 교사는 학부모보다 그 관리자에 더 분노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