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인권 역사 문화 유적지(51)
이번호의 인권역사문화유적지는 여산 숲정이 성지입니다.
위치는 익산시 여산면 영전길 14번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북에는 익산시 여산 숲정이와 전주 숲정이가 있습니다.
천주교전주교구의 제2성지라고 불리는 여산(礪山)은 천주교 전래가 다른 지역보다 앞섰고 또한 박해의 역사가 아주 깊습니다.
1868년에 무진년에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여산군의 속읍인 고산, 진산, 금산 등에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형장인 숲정이와 장터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여산의 순교 사적지로는 순교자들이 신앙을 증거하던 ‘여산 동헌’, 동헌 옆의 ‘옥터’와 신자들이 백지사 형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동헌 앞마당의 ‘백지사터’, ‘배다리’, ‘뒷말 교수형터’, 순교자들이 참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서쪽 맞은편에 있는 ‘숲정이 형장’ 등이 있습니다.
병인박해(1866년)는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평화롭게 살았던 신자들을 혹독한 박해의 칼날 아래로 내몰았습니다.
비록 조그마한 고을이었지만 여산에는 박해 당시 도호부사(都護府使, 종3품)와 진영(鎭營, 營將은 여산 도호부사가 겸임)이 있었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들을 마구잡이로 처형시킬 수 있었습니다.
《치명일기》에 기록된 순교자만도 26명에 이르는 여산은 특히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던 가혹한 처형 방법으로 유명합니다.
여산 동헌에 잡혀 온 신자들은 장살(杖殺, 매맞아 죽음)과 교수(絞首, 목메어 죽음), 백지사(白紙死)에 의해 치명되었습니다.
이곳 순교의 특징은 공동체적 성격을 지녔다는 점입니다.
잡혀 온 신자들은 옥중에서도 항상 쉬지 않고 공동으로 기도를 바치면서 서로를 격려하며,
무수한 고문과 매질의 고통과 굶주림을 견디어 내다 마침내 차례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중에서도 동헌은 당시 사법권을 비롯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고을을 다스리던 곳으로 지금은 경로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헌 마당에는 옛 부사들의 선정비(善政碑)나 물망비(勿忘碑)들과 함께 대원군의 척화비(斥和碑)가 서 있습니다.
여산 동헌은 현재 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9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옛날의 동헌 자리인 지금의 경로당 마당에는 신미양요(1871년)를 계기로 만들어 1871년부터 세웠다가 1882년 임오군란이 지나 철거한 천주교 탄압의 척화비가 당시의 일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맞은편 여산초등학교 종합 학습장으로 변해 버린 여산 옥터는 옥에 갇혀 있던 신자들이 굶주림에 못 이겨 옷 속에 있는 솜을 뽑아 먹다가 처형지로 끌려 나오자 풀까지 뜯어 먹었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오는 곳입니다.
백지사터는 동헌 아래쪽에 있는데 순교비와 백지사 기념비가 대형 십자가 곁에 우뚝 서 있어 그날의 아픔을 조용히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이곳의 구전에 따르면, 장날이 되면 공개 처형장으로 변했던 배다리에서 참수된 시신은 배다리 옆 미나리꽝에 버려졌고 뒷말 치명터에서는 신자들을 정자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였다고 합니다.
백지사터는 천주교회ㅏ에서 매입하ㅣ여 순교성지로 보존해 오고 있습니다.
백지사형이란 동헌 마당에 나무 말뚝을 박고 교우를 평좌시킨 다음 말뚝에 묶은 후 신자들의 손을 뒤로 결박하고 상투를 풀어서 결박된 손에 묶어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 다음 얼굴에 물을 품고 그 위에 백지를 여러 겹 붙여 질식시키는 사형 방법입니다.
백지사형은 얼굴에 종이를 여러 겹 바르니 죽고 사는 것이 캄캄하다는 뜻의 도모지 사형(途毛紙死刑)이라고도 불리는데 현대 표기 '도무지'도 여기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전하는 목격담에 의하면 신자의 얼굴에 물을 뿜고 백지를 붙이고 또 물을 뿜으니 질식하여 죽는데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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