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인권누리 웹진 제91호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인권누리 2023. 1. 4. 10:21

점심시간 학습 강요는 학생의 휴식권 침해

점심시간 학습 강요는 학생의 휴식권 침해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2년 12월 6일 ○○고등학교장과 △△고등학교장에게, 학생들의 휴식권 보호를 위해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영어듣기 및 자기주도학습을 시키지 않을 것을 권고하였다.

□ 진정인은 ○○고등학교 및 △△고등학교의 재학생들로, 소속 학교들이 점심시간에 모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듣기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고등학교는 점심시간에 모든 학생에게 영어듣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담임교사의 학급 운영방식에 따라 필요한 학생에게 영어듣기를 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이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였다.

△△고등학교는 점심시간 영어듣기 프로그램 운영은 다수 학부모 및 학생의 건의를 수용한 결과이고,
모든 3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듣기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도록 하고 있지만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 영어듣기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으며,
이에 학생들이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교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학교의 방침에 따라 모든 3학년 학생은 의무적으로 점심식사 후 교실에 입실하여 자리에 착석하여야 하는 점,
△담임교사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학생이 영어듣기나 개인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어듣기 등에 참여하고 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학생들의 학교 일과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쉬는 시간 이외에 점심시간이 유일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점심시간에 영어듣기 및 자기주도학습을 시키거나 그 시간에 의무적으로 교실에 머무르도록 하는 행위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이에 인권위는 ○○고등학교장과 △△고등학교장에게,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에게 학습활동을 시키지 않을 것을 권고하였다.

판단
대한민국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으로 부터 연유하는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가입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31조는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 학생인권 조례 제18조(휴식과 문화 활동에 관한 권리)는 학생은 개성 있는 자아의 발달을 위한 적절한 휴식과 놀이를 누릴 권리를 가지며(제1항),
교육감은 학생의 휴식을 취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제5항)고 규정하고 있다.

피진정학교는 위 인정사실과 같이 3학년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인 13:05에 자리에 착석하게 한 후 13:10~13:30 20분 동안 영어듣기평가 또는 자기주도 학습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점심시간 중 3학년 학생들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약 20분도 되지 않는다.
피진정학교는 현재 모든 3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듣기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게는 하나 영어듣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 강제하지는 않고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교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담임교사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이 영어듣기나 개인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점,
3학년 학생들은 매일 영어듣기 및 개인별 자기주도학습 시간인 13:10~13:30 의무적으로 교실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점심시간 동안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상황을 살펴볼 때, 고등학교 3학년에게 학습활동은 매우 중요하므로 피진정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학습활동을 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피진정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교 일과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쉬는 시간 이외에 점심시간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바,
피진정인이 진정인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점심시간 중 약 20분 동안 영어듣기 및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하거나 그 시간에 의무적으로 교실에 머물러 있도록 하는 행위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학생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