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인권
차별과 혐오를 혐오하라.
혐오(嫌惡)란 어떠한 것을 증오, 불결함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감정으로, 불쾌,기피함, 싫어함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강한 감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혐오는 차별의 감정에 기인하여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혐오범죄로 발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게 종교, 지역, 여성, 소수자, 외국인 혐오 등을 들 수 있다.
다행히 학교공간에서 인권교육, 장애인식개선교육, 문화다양성교육(다문화교육)등이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차별행위에 대해 강력히 시정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차별은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혐오적 표현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 분리하고 그것을 넘어서 나와 다른 영역의 것들은 폄하하고 지적하며 공격한다. 마치 그래야만 자기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예를 들어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그들은 존중한다.” 이 말 자체도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미 해당 단어로 존재들을 규정한 뒤 반대를 해버리고 나서 뒤 따라오는 말이 어떤 좋은 표현이더라도 그것은 흐릿해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너무 민감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민감해야 한다. 똑같은 말이라고 해도 그 말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이며 소수자라면 이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규정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혐오표현을 차분히 살펴보면 ‘나와 넌 다르고. 그래서 넌 틀렸어.’라는 무리 짓기와 구별짓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혐오표현을 넘어 증오나 혐오범죄의 가능성으로 발전한다는 데 있다. 인류역사에서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홀로코스트와 제노사이드는 그 뿌리가 차별에서 기인하고 혐오로 발전하며 범죄로 넘어가는 단계로 이어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화제가 되었던 건 단연 녹색당 신지예후보의 포스터였다. 아마도 한국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페미니스트임을 표방한 후보였고, 이 포스터에 대해 ‘시건방지다’는 감상평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서울 곳곳에서 벽보가 훼손되거나 벽보 속 신후보의 눈을 불로 지져놓은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선거범죄로 처리되었고 중범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포스터훼손 범죄에 따른 처벌이 아니고 이런 범죄가 발생한 원인. 즉 페미니스트가 어때서, 시건방진 건 누구의 관점인데. 심지어 상대적으로 어린 여자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남근중심의 혐오적 시각에서 시작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라고 돌아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페미니즘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사진에 대한 자기감정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범죄로 이어지고,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여성의 모습을 정형화해서 그에 벗어나면 함부로 평가하고 난도질 해나가는 것이 바로 차별의 또 다른 이름이고 혐오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장애인 결사반대” 한 빌라 입구에 붙은 연판장
국민일보 2018-05-31
장애인 이웃이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결사반대’ 연판장을 돌리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대구의 A빌라 6층의 한 가구를 매입, 중증장애인 3명을 입주시키려다 지역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은 일종의 쉐어하우스로 시설이나 부모의 품을 떠나 자립을 희망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을 일정기간 빌려주는 사업이다. 대구장애인인권연대에 따르면 지난 24일 A빌라 건물 곳곳에 “장애인 입주를 결사 반대한다”는 연판장이 붙었다. 연판장에는 A빌라 입주민 10가구 중 9가구 세대주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다. 일부 입주민들은 장애인 입주민을 위한 현관 경사로 설치와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 공사를 막기 위해 빌라 출입구를 차량으로 가로막았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작동도 꺼놓았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장실 안전바 등 내부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더니 입주민들이 ‘절대 안 된다.’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 이사를 오면 안 된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는 것도 모자라 아예 차로 입구를 막아 입주 공사를 못하고 있다”며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집값 하락, 안전문제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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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차별은 참 뿌리 깊다.
한 외국인이 한국을 관광한 뒤 느낌을 묻는 한국인에게 그랬다지. “도시도 아름답고 자연환경도 훌륭해서 참 좋아요. 근데 신기한 건 거리에 장애인이 별로 없더라구요.”
아닌 게 아니라 도시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장애인의 모습을 쉽게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세계에서 장애인의 비율이 우리만 유독 낮은 건 아닐테고 이유가 뭘까?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도 부족하고, 심지어 한 곳에 집단 수용해서 관리(?)하는 장애인 시설에 몰아두기 때문은 아닐까.
또 장애인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가 비장애인에 의한 범죄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인에 의해 발생했던 한 범죄사건이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과도한 경계감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막연한 불편함이 위의 기사와 같은 차별행위를 부끄러움도 없이 자행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인권에도 서열이 있다. 최상위의 인권은 생명권이고 경제활동이나 재산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공익을 위해 제한 할 수 있는 것들의 경우는 하위의 인권에 속한다. 하기에 위와 같은 행위는 자신의 재산권과 안전권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장애 혐오적 범죄에 해당한다.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인종이 없어져도 같은 민족끼리도 차별한다. 상대방에게 차별의 잣대를 들이 댈 수 있는 것들은 너무도 많이 때문이다. 차별주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해서 차별할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것으로 대하는 것이 처음엔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무자비해진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너희라는 울타리에 가두면 안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이고, 유엔 창설이후 최초로 난민 지원을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곳곳에서 인종과 종교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러한 차별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권리의 제도화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권리를 어떻게 향유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교육을 다루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감과 인식을 지니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제도개선만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권이 괜한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묻혀있던 갈들이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에 소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이 소란을 거쳐야 갈등의 뿌리를 없앨 수 있다. 바로 차별의 감각을 기르는 것 그것이 인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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