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웹진 제8호 오동선교사의 인권이야기(2)

인권누리 2021. 6. 4. 15:04

교사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보호와 더불어 교사의 권한은 적정하게 보호되어야 하고, 교육행정기관에서는 교사가 정상적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권보호조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날 인근 학교의 생활부장 선생님에게서 다급한 목소리의 상담전화가 왔다,

“ 6학년 20대 후반 교사에게 벌어진 일인데요.
갱애이지 그룹의 리더 역할을 하는 여자 아이가 있어요. 자연히 담임교사의 훈계가 여러 번 있었을 테고, 그 아이는 담임교사가 싫었나봐요.
그래서 자기와 친한 아이들 여러 명과 함께 담임교사를 비방하는 단체톡방을 개설하고 거기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패드립을 하고, 심지어 학부모임원인 엄마의 도움을 받아 담임교사를 교체해버리겠다는 둥 내용이 상상을 초월했나 보더라구요.


한 동안 단체톡방이 비밀리에 유지되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낀 한 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사과하면서 그 단체톡방에서 오고간 내용을 알려줬구요.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담임교사는 좌절과 분노를 느끼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생활담당교사에게 사건을 인계했습니다.


생활담당교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학생들이 하교한 금요일 오후였고, 사건처리를 위해 먼저 가해를 주도한 학생과 전화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합니다.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묻던 교사는 계속 부인하거나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학생에게 분노하여 흥분한 상태로 학생에게 막말을 쏟아 부었고 그 와중에 이 학생은 해당 통화를 녹음합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엄마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자기 자녀의 잘못을 꾸짖고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한 자녀지도방법이겠지만 이 학부모는 자기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시간이 흘러 주말이 지나고 난 월요일. 해당 학부모는 교장실에 찾아와서 자기 자녀가 담임교사에게 잘못한 것은 맞지만 담임교사도 아이에게 그동안 잘못을 해왔고, 특히 조사과정에서 생활담당교사의 폭언으로 학생인권침해를 당했으니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냥 조용히 사건을 없던 일로 쌍방 합의하여 처리하자고 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관리자는 이 일이 크게 비화될 것을 염려하여 학부모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속마음을 내비치고, 담임교사는 혹시 생활담당교사가 불이익을 받을까 미안해서 합의를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하고 있고, 생활담당교사는 자신이 불이익을 받더라도 피해교사의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싶어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힌 복잡한 사안인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

 

 

요즘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안은 단순하게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되어 교권침해나 2차가해 등 복합적으로 확장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위의 상황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이, 생활담담교사에 의한 학생인권침해로 번졌고, 학교관리자의 피해교사에 대한 양심강제(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2차가해로 까지 확장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교직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심리치료와 휴직까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교사의 상처는 너무 크고 깊었고, 피해자 본인도 학생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회복조치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이 필요했다.

먼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문제에 대한 대응과, 생활담당교사의 폭언을 통한 학생인권침해에 대한 조치, 그리고 관리자의 2차 가해에 대한 경고와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인권침해의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그 크기가 다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가해학생과 학부모에 대해서는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는 것도 필요했지만 책임 묻기는 추후 문제이고, 가장 시급한 것은 사실관계 파악에 따른 피해자에 대한 피해구제와 회복조치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권보호위원회를 먼저 열어서 교권침해 사항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후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학생에 의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의 교권침해 사안으로 결론 내리고, 피해교사에 대해서는 회복프로그램을 마련 할 것을 학교장에게 권고하고, 가해학생에게는 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적정한 수준의 징계를 내릴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이 학생에게 출석정지 및 학급교체의 처분이 내려졌고, 피해교사는 피해회복 조치가 시행되었다.

또한 생활담당교사에 의한 학생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자문을 받아 학교장에 의한 경고조치를 하는 것으로 처리되었고, 학교관리자의 2차 가해에 대해서는 피해교사에게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나마 이 사건은 합리적이고 원칙적으로 처리된 사안에 해당하는 경우다.

많은 사안들이 처리절차의 복잡함이나, 교사가 학생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적절한 가에 대한 교사로서의 주저함, 학부모에게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지만 괜한 시비에 휘말려 일이 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문제제기를 해봤자 잘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잘못된 학습효과, 학교관리자와 부딪혀서 혹시 뒤따를 보복조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기 경계감 등의 이유로 그저 개인이 삭히고 참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들어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직군이 교사집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참고 타협하는 것이 때론 필요하겠지만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때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이다.

권리를 보호받고 책임을 묻는 일에 주저할 일은 아니다.

권리의 문제에서 예민한 것은 까칠함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교권은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력화(empower)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