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는 국회의원 나오면 안됩니까? 인권의 보편성
지난 2017년 더불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페이스북 발언은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65세 이상은 모든 공직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마치 예전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의 이른바 노인폄하 발언을 연상시키며 일파만파 퍼지는 듯 했지만 표창원 의원의 발언취소와 사과로 일단락되었다.
십년도 훨씬 지난 그 시절. 민주노동당을 적극 지지하는 활동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내가 속해있던 지역의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의 후보를 내기로 하고(당시 당의 결의로 전국의 가능한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내고 당의 외연과 지지를 넓히기로 했었다. 덕분에 전국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를 포함함 9명의 국회의원을 만드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진보적 사회운동을 하던 분을 후보로 확정하고 선거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후보 예비등록을 하고 공보물도 만들고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는데 갑자기 선관위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 들어온다. 공보에 실릴 후보자 범죄경력 사실에 우리 후보가 '80년대 초반 절도미수' 전과가 있는 것이었다.
운동권의 그 흔하디 흔한 집시법이나 국가보안법, 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도 아니고 잡범수준의 절도미수라고?
후보로부터 그 어떤 언질도 들은 바 없었기에 선거대책본부는 멘붕에 빠졌고 상당수가 선본을 이탈한다. 결국 남은 사람들은 중앙당에 조언을 구하는 동시에 후보자의 해명을 듣고 선거운동을 계속 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당시 중앙당 사무총장이자 중앙선대본부장이었던 고 노회찬 의원은 "선거에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진보정당에서 전과자라는 이유로 후보자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인권존중의 진보적 가치와 맞지 않으며, 지역에서 신중히 판단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다.
결국 남은 사람들은 치열한 논의를 하였고 그 결과 '과거 오래전에 잘못이 있었으나 그것은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았고, 그 이후의 활동은 또 다르게 평가하고 인정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과 범죄경력에 따른 차별금지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거를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선거는 참패했지만 그래도 당시의 치열했던 내부논의는 결국 내 삶의 결을 인권 쪽으로 한발 더 움직이는 주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간본성에 기반 한 존엄성은 어떠한 사회적 여건에서도 침해될 수 없다는 인권의 보편성과, 사회마다 독특한 역사 속에서 그들의 규범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인권실현이라는 특수성 주장은 인권 논쟁에서 중요한 대립축이 되고 있다.
인권은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각 나라 및 사회마다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상황이 다르고 사람들의 인권 관념 자체가 다를 수 있으므로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찌보면 현실적이다.
인권의 보편성이란 어떠한 사회적 조건에 있던지 모든 인간이 누구라도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평등하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권이란 그 본질상 보편적 권리라고 볼 수 있다. 또 그랬을 때 인권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의 보편성에 관한 것은 근대 사회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자연법사상에서 확립되었으며, 인권은 국가나 실정법에 의하여 부여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모든 생득적(生得的)인 권리인 천부인권이라는 것이다. 자연법과 자연권 사상에 기초한다면 인권은 개인에게 생득적이며 고유한 것이므로 어떤 국가 구조에도 기본이 되며 모든 정부에 의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권의 보편성은 천부인권사상에서 시작했지만, 인권의 개념은 역사의 소산이고 문명의 산물이므로 인권개념 또한 발전되고 변화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노동자, 여성, 인종 등의 차별에 대한 정치적 투쟁을 통해 인권을 향유할 주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 인권규범의 내용과 가치도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즉 자유에 대한 관념과 국가폭력으로부터의 보호에 기반하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서 시작된 인권관념은 사회적, 경제적 재화와 용역 및 기회에의 평등을 보장하며, 국가가 그 촉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로 발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한 국제적 차원에서의 인권의 보편성 확대도 제도 개선과 함께 이루어진다. 19세기 노예제 폐지를 위한 몇몇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국내문제로만 인식되었던 인권은, 1차대전 후 ILO가 국제적 차원에서 노동자 권리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보다 본격적으로 인종대학살의 참혹함을 겪은 2차 대전 이후에 UN의 결성과 세계인권선언으로 결실 맺었다. UN창설의 두 가지 큰 목적은 "국제평화유지"와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편적 존중" 이다. 이런 세계적 기구와 합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인권위원회가 설치되었고 1948년에는 인권의 최소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것이다.
그 후 1966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권선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약형식의 국제인권규약(International Covenants on Human Rights)이 제정되었고, 또한 1979년 여성차별철폐조약, 1984년 고문 등에 관한 조약, 1986년 총회의 발전권 선언의 채택, 1989년 아동의 권리에 관한 조약, 1998년 7월 국경을 초월하는 국제전범재판소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즉 인권의 개념을 계속 확장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개인으로도,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나라별로도, 세계적으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인권의 보편성 확장의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권의 보편성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고 ,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의 주체로 대접받아야 하며, 차별에 맞서 연대하고 저항해야 한다.
표창원 의원의 65세 이상 피선거권 제한 주장을 보며 심정적 분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한다.
선거권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은 주권자 누구나 가져야 하는 권리의 영역이고, 하물며 18세 선거권 보장을 권리의 영역으로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선 더욱 당황스럽기만 하다.
정치에 대한 성찰을 목적으로 한 아젠다 제시.
이런 종류의 논쟁은 딱 거기까지만 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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