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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83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2. 11. 9. 10:01

누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누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이태원 참사에 희생당한 꽃다운 영혼들을 추모하며
최종수 신부(무주성당)


진실을 말하는 게 진정한 애도가 아닐까
진정한 애도는 진실을 외치는 일이 아닐까
태풍에 산들이 무너져내려도 그럴 순 없다
초강진에 건물들이 쏟아져내려도 그리 끔찍할 수 없다
그 누구도 그 골목길에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압사가 일어날 줄 몰랐다
내 아이, 우리의 청춘들, 우리들의 희망들이
서로 거대한 무게가 되어 허망하게
팔다리 널부러진 채 숨이 끊어질지 몰랐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참사는 이미 예견되었다
천공대사 주술대로 청와대 국방부 이전으로 대통령 한 사람,
출퇴근 경찰 인력으로 700명 배치
코로나 방역완화 할로윈 축제에 몰린 젊은이 13만 명,
보호 경찰인력 고작 137명 배치
윤석열 대통령도 날벼락 참사에 숨진 젊은이 156명도
모두 국민의 한 사람이 아닌가
지구의 어떤 생명체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녀가 아닌가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통제가 필요하다 십여 차례
압사 당할 것 같다, 울부짖는 신고도 여러 차례.
일방통행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아무 조치도 안 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행정 시스템이 이리도 허술했던가
현장의 경찰만 다그치는 경찰 윗선들
관할 구청 수장, 행안부 장관과 총리까지
그 누구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까지.
어찌 그리 하나같이 무능하고 무책임한가
사건 발생 6시간 뒤에 나타난
대통령이란 자는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지’
이런 소리나 뇌까리며
눈물 한 방울, 울먹임 한 마디 없다
참혹한 그 골목길에서 손가락 가리키라는 액션에
보도용 현장사진을 찍는 대통령,
이건 아니다 이럴 순 없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가 이번 뿐이었던가.
매년 있던 행사이고 코로나 완화로 이번 행사에는 많이 모여들 것이라는
보도는 진즉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자발적 참여’라며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박원순 시장 할로윈 축제 때 그 골목길에 폴리스라인 치고
일방통행으로, 2~3줄로 다니게 했다
이래도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대통령,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정도는
사고 즉시 예방조치를 못한 인재라며
국민 앞에 무릎 꿇고 피눈물로 사죄해야 하지 않는가
추모의 물결이 강물로 굽이치고 터질듯한 가슴들 들불처럼 일어서며
모든 어버이의 통곡은 바다를 출렁인다
주최 측이 없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통령 지지자들 조중동 기레기들 윤핵관 국힘당이여
누가 누구에게 개돼지라 하는가
이미 예견된 참사
세계사에 길이 남을 나라망신 국격추락
일백 쉰 여섯 명,
꽃다운 영혼들 앞에
누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애도는 슬픔에 젖은 우리가 스스로 할 테니
너희들은 강제적인 애도를 강요하고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지 말라
희생자들에게 무릎 끓고 사죄하고
유가족들에게 진심의 눈물로 위로하라
명명백백 책임 소재를 따져 온 나라에 드리운
슬픔의 한을 조금이나마 걷히게 하라.
구구절절 안타까운 죽음의 사연에
온 국민이 비통한 심정으로
가슴을 치는 이 마당에
반성과 통한의 눈물이 그리도 없더냐
진실은 누구도 감출 수 없다
책임 회피와 전가의 가면으로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