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인권누리 웹진 제82호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인권누리 2022. 11. 3. 10:09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웹진 제82호 인권바람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바람직하지 않아”
-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 의견표명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2년 9월 26일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하였다.

○ 최근 강력범죄를 저지른 아동에 대하여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형사미성년자 및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인권위는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아동의 발달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고,
아동사법제도의 각 단계에서 문제점을 분석하여 소년범죄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고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어린 소년범에 대한 부정적 낙인효과를 확대하여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으며,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적절히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 한편,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만 14세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대한민국에 권고하였는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고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 등 국제인권기준에 반하고,
회복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보유한 아동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소년의 사회복귀와 사회 재적응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을 비롯한 아동사법제도의 이념과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 인권위는 오늘날 소년범죄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소년 사건 재범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있다고 보면서,
법무부장관에게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소년교도소 등 교화·교정시설의 확충,
소년을 담당하는 보호관찰관 인원 확대, 임시조치의 다양화 및 교화프로그램 개선 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1. 관련 법률안 발의 현황 및 정부 부처 입장
2022. 7. 31. 기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 또는 ‘만13세’ 등으로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건 발의된 상태이며,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 또는 ‘만 13세’로 조정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7건 발의된 상태이다.
정부는 2022. 5. ‘윤석열정부 제110대 국정과제’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법무부는 같은 해 6. 14. 검찰국·범죄예방정책국·인권국·교정본부로 구성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구성하고 같은 해 7. 26. 새 정부 업무계획을 통해 2022 하반기 국민 여론·해외 입법례 등을 반영하여 소년법과 형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2. 아동사법제도의 이념과 취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고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곧 아동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형사절차인 아동사법제도의 범위를 축소·배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바, 우선 아동사법제도 이념과 취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은 성장 과정에 있으며, 성인보다 범죄의 상습성 정도가 약하여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는바, 아동비행·범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형사절차와 병행하거나 독립하여 특별한 처리 절차를 두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대한민국도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아동사법제도 운용의 근거로 소년법을 따로 두고 있다. 1958. 7. 24. 제정된 소년법은 당시 제정 이유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하여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행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려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소년보호 혹은 소년심판절차의 특성과 의미를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소년보호’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하여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행함으로써 성행을 교정하고 환경을 조정하여 소년을 교화하고
그 범죄적 위험성을 제거하여 반사회성을 예방하려는 일련의 활동을 말하고, ‘보호처분’이란 소년보호 이념 아래 비행소년의 환경 조정 및 품행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조치를 말한다(2015. 12. 23. 선고 2014헌마768 결정).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아동사법제도는 발달과정에 있으며 회복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보유한 아동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아동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형사사법 체계이며,
소년법의 주된 목적은 소년의 사회복귀와 사회 재적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국제인권기준 및 외국 입법례
가. 국제인권기준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40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 또는 유죄로
인정받은 모든 아동에 대하여, 아동의 연령과 함께 아동의 사회복귀 및 사회에서의 건설적 역할 담당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인권과 타인의 기본적 자유에 대한 아동의 존중심을 강화시키며, 존엄과 가치에 대한 아동의 지각을 촉진하는 데 부합하도록 처우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당사국에 대해 아동에게 특별히 적용할 수 있는 법률과 절차, 기관·기구의 설립을 추진하도록 하고,
형법위반능력이 없다고 추정되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의 설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CRC/C/KOR/CO/5-6)를 통해 “형사책임 최저연령 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만 14세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였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24호: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를 통해, 세계적인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14세라는 점을 밝히며,
당사국에게 최근 과학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이에 따라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높일 것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15세 또는 16세와 같이 더 높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정하고 있는 당사국들을 지지하며,
이 국가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하향 조정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para. 21~22.).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 발달 및 신경과학 분야의 증거자료에 의하면
12~13세의 아동은 전두엽 피질이 아직 발달 중인바 성숙과 추상적 추론 능력이 여전히 발달과정에 있어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나 사법절차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청소년기는 급속한 두뇌 발달을 특징으로 하는
독특하고 결정적인 인간 발달 단계이며, 이는 위험 관리, 특정 종류의 의사 결정, 충동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한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24호를 통해, 아동이 심각한 범행의 피의자인 경우 형사책임의 최저연령을 더 낮게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관행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그러한 관행은 일반적으로 대중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가 많고 아동의 발달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고 우려하면서
아동에게 형법상 책임을 묻는 예외 없는 표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정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para. 25.)

4.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

1) 교화·교정시설 확충 및 보호관찰관 확대
소년분류심사원은 소년부 판사가 사건을 조사·심리하는 데 필요한 소년의 신병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비행 원인을 규명하고 재비행을 예측하며,
인성교육, 보호자 교육 등을 실시하는바, 재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22. 7. 기준 소년분류심사원은 서울지역 1곳에만 운영되고 있으며 다른 지역(부산, 대구, 광주, 대전, 춘천, 제주)은 소년원에서 분류심사원 기능을 대행하고 있어
초기비행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2021년 중으로 경기지역에 서울여자분류심사원을 별도 설립하고, 2022년 이후 부산·광주·대구지역에 순차적으로 분류심사원을 개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예산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의 경우에도 나타나고 있어, 소년원은 2020년 기준 소년원 수용 정원 대비 120% 이상이 수용될 정도로 과밀현상이 심각하여 체계적인 교정교육에 어려움이 있으며,
소년교도소의 경우 전국에서 운영 중인 소년교도소가 김천소년교도소 1개뿐으로 만성적인 과밀·포화상태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범죄유형이나 경중에 따라 수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여러 범죄요인을 가진
소년들이 한 곳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범죄 수법 등을 배워 재범의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2) 임시조치 다양화 및 교화프로그램 개선 등
소년범죄자의 경우, 최초 범죄 후 3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재범하는 비율이 높은데, 그 원인 중의 하나는 경찰에 입건된 후 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6~7개월이 소요되고 있음에도
이 기간에 별다른 관리·감독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부 송치 후 법원 단계에서만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등 시설 내 임시조치가 가능할 뿐이며,
그 이외에는 경찰, 검찰 단계 등 사법 절차상 소년을 관리·감독할 실질적인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제도의 공백으로 인해, 2019. 12. 발생한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이 2019. 10. 특수폭행으로 수사를 받은 이후
법원 결정일인 2020. 3. 18.까지 약 6개월 동안 아무런 관리·감독 없이 방치된 상태로 여러 차례 재범을 저지르고, 2019. 12. 23.에는 성폭행 가해행위까지 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임시조치를 다양화하거나 수사단계에 도입하겠다는 법무부의 계획이 발표되고, 피해자 접근금지,
재판 전 보호관찰, 외출 제한, 상담·교육 등 임시조치 다양화와 집행의 실효성 확보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법률안 통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년범죄자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사단계나 재판단계에서 소년에게 일정 시간 비행예방을 위한 상담·교육을 받도록 하는 사회 내 관리조치로서 ‘재판 전 보호관찰’ 제도를 도입하거나,
수사 개시 이후 종국처분 전까지 수사기관이 청구하고 소년부 판사의 결정으로 인정되는 임시조치에 소년의 특성에 맞는 준수사항을 부과하는 보호관찰관 감독 등의 사항들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소년범죄자의 경우 부모의 관심 부족과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잘못된 훈육방식으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바,
소년범죄자 개인뿐만 아니라 해당 가정의 보호자 교육이나 가족참여 프로그램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아동사법단계에 들어와 소년원 및 소년보호시설에서 교화·교정교육을 받을 때 소년범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선도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해당 소년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정환경의 개선이나 학교로의 복귀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비행에 노출되는 아동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 마련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 등에 관한 의견표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행 소년보호사건의 심리는 소년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서 피해자의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려운바,
사건의 진행 상황과 결과를 알기 어려워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 등이 심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의 진행 상황과 결과 등을 알 수 있도록 피해자의 절차참여권 및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수사단계에서 소년범죄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 심리치료 지원과 함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소년범죄 언론보도의 선정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 노력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5. 소결
최근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아동에 의한 강력범죄가 발생함에 따라,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들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소년범죄의 예방은 단순히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다양성과 아동의 발달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아동사법제도 각 단계에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소년범죄에 통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요구된다.
단순히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을 통한 형사처벌의 강화는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에 실효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린 소년범에 대한 부정적 낙인효과를 확대하여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하는 등 아동사법제도의 이념과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으며,
국가와 가정의 실패라는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최근 아동이 과거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며,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소년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 주장의 경우에도 살인, 강도, 방화,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에 관한 통계를 보았을 때 해당 범죄들이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려운바,
소년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행 촉법소년 제도 등으로 인해 해당 소년들이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는 주장의 경우,
만 12세 이상의 소년은 2년의 소년원 송치라는 형사처벌에 준하는 보호처분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수긍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오늘날 소년범죄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소년사건 재범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소년교도소 등 교정교화 시설 확충·보호관찰관 인원의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임시조치 다양화, 보호자 교육·가족참여 프로그램 확대,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 마련 등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