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퇴근
자전거 출퇴근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행인들 차림이 두꺼워졌다.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은 을씨년스러운 기분을 자아낸다. 행인과 나무들을 지나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자기 속도를 유지하며 자연과 문명의 중간 어디쯤을 지나간다.
자전거 출퇴근 하는 사람은 고등학교 동문체육대회에서 재기차기로 자전거를 받았다고 한다.
배가 뿔룩 나온 술 취한 아재들 사이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태의 그가 29개의 재기를 찼다고 한다. 겉보기엔 운동을 잘 할 거 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날은 그런대로 그의 운과 다른 이들의 불운이 겹쳤다고 한다.
서울에 살다 전주로 내려온 중년은 벌써 7년째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한 손으로 들고, 눈이 오면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두 줄을 긋고, 바람이 부는 날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는다.
다리가 긴 멋진 신사가 아닌 탓에 누군가의 눈길을 끌지도 못하고, 자전거는 녹이 슬어 아무데나 세워둬도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길가의 담이나 가로수처럼 한 구석의 풍경으로 굴러다닌다.
자전거(自轉車)는 이름 그대로 “스스로 굴러가는 수레”가 아니다.
사람이 밟아야 가는 것이고, 속도와 핸들링으로 균형을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는 황토가 유난히 붉은 곳에서 유년을 보냈고, 집과 학교가 멀어 자전거를 배워 타고 다니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어른이 타는 자전거를 배웠단다. 페달축을 밟아야 겨우 안장에 오를 수 있었고, 오른쪽 왼쪽 페달이 최고점으로 올라올 때 발로 차면서 전진했다고 한다.
비포장도로에 불쑥불쑥 솟은 자갈과 움푹 들어간 차바퀴 자국은 어린 소년을 자전거에서 넘어지게 하곤 했다. 누가 스스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아파트 주차장에 나가면 항상 차가 가득하다. 어디라도 운전해서 가려면 이면주차 된 차를 밀고 가는 일이 번거로울 때가 많다. 균형을 잡지 않아도 되고, 구르지 않아도 되는 차들이 즐비하다.
무릎이 까지고 손가락을 삐면서 자동차 운전을 배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에 자전거 수보다 자동차 수가 많은 집도 많다. 자동차와 자전거는 같은 뜻의 다른 물건이다.
저절로 가는 사람은 스님이라 하지만, 정말 저절로 가는 탈것은 하나도 없다. 자동차는 기름이나 전기를 쓰고, 자전거는 사람의 에너지를 쓴다.
자전거가 조금 더 친환경 탈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에너지도 음식을 먹고 나오는 것이니 완전한 친환경은 아니다. 좀 편하고 힘들지 않게 살자는 것이다.
중년 아재는 환경 이야기도 좋지만 다른 걸 말하고 싶단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균형 잡기와 몸으로 움직이는 경험에 대한 말을 꺼내느라 이리 뜸을 들였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안다. 어떤 경우에 넘어졌던가. 좀 탄다고 뽐내거나, 급한 마음에 주변을 살피지 않거나, 지면의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딴전을 피웠거나 등 대부분은 자전거 타는 사람의 부주의로 넘어진다.
가끔 다른 차량이나 사람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찻길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주의로 사고도 최소화할 수 있다.
중년 아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다른가 묻는다. 크고 작은 실수들을 돌이켜 보잔다. 중년이 되고 보니 젊은 날의 좌절과 실패도 좀 떨어져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불철저하고 대충 넘겨짚은 것들로 인해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경험 많았으니, 가끔 회한에 젖을 때면 아찔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단다.
우리가 저지른 많은 시행착오들이 모두 “내 탓이오.”는 아닐지라도, 몸을 쓰지 않고 좀 편하게 막연한 기대로 뭔가가 저절로 굴러갈 것이라는 생각에서 벌어진 것들은 아니었나 생각해 보자고 한다.
자전거는 저절로 가지도 않지만 가만있으면 균형도 잡기 어렵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아재를 포함한 우리의 오늘은 꾸준히 구르고 살펴 대응하며 가고자 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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