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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86호 전북의 인권 역사 문화 유적지

인권누리 2022. 12. 1. 10:13

전북의 인권 역사 문화 유적지(88)

이번호의 인권역사문화유적지는 지리산 탐방안내소입니다.
위치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길 10번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지리산 국립공원 뱀사골 탐방안내소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한 번 쯤 들어보고 가보았던 산 지리산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위로와 희망을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지리산은 흔히 ‘어머니 산’이라고 부릅니다. 생명을 품어주는 산, 지리산의 뱀사골탐방안내소 2층에는 여느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서는 볼 수 없는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투명한 아크릴 바닥 아래 전시된 무기들에는 1950년대 빨치산과 토벌대가 실제로 사용했던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한반도 남쪽, 지리산 일대에서 벌어진 빨치산과 토벌대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뱀사골탐방안내소에는 여성 빨치산인 정순덕이 체포되면서 갖고 있던 물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최후의 빨치산으로 유명한 정순덕이 생포된 것은 1963년 11월, 한국 전쟁이 끝난 지 10년 3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정순덕이라는 사람은 만 16살 때 결혼합니다. 그리고 18살 때 남편을 따라서 빨치산이 돼요. 정순덕 씨는 원래 내원골에 살던 주민이었어요.
열 여섯이면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죠. 그때 집안이 너무 가난해 입이라도 하나 덜자는 생각으로 결혼을 해요.”
결혼 후에 남편은 한국전쟁 중에 북한군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추격을 받아 빨치산이 되어 지리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남편을 찾는 취조를 버티지 못하고 남편의 옷가지를 싸 들고 남편을 찾아 지리산으로 들어갔지만 만난 지 20일만에 남편은 빨치산 활동 중 사망합니다.
남편이 죽고도 13년 동안 빨치산 활동을 하던 그는 63년에 생포가 되었지만 비전향장기수의 길을 선택합니다.

빨치산 하면 지금도 ‘지리산 공비’ ‘지리산 빨갱이’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빨치산의 본딧말인 ‘파르티잔(Partisan)’은 명예로운 이름입니다.
파르티잔은 프랑스어인 ‘파르티(Parti)’에서 가져온 말로, 원래 ‘당원, 동지, 당파’를 뜻합니다.
이것이 이념 분쟁 과정을 거치며 좌익 계통을 통틀어 비하하고 적대감을 조성하는 용어로 표현된 것이 빨갱이입니다.
地異風雲堂鴻洞(지리풍운당홍동) 지리산의 풍운이 당홍동에 감도는데
伐劍千里南州越(벌검천리남주월) 검을 품고 남주를 넘어오길 천리로다
念向時非祖國(일념향시비조국) 언제 내 마음속에서 조국이 떠난 적이 있었을까
胸有萬甲心有血(흉유만갑심유혈) 가슴에 단단한 각오 있고, 마음엔 끓는 피가 있도다.
(이현상이 지리산에서 사살되었을 때 품속에서 나온 한시)

당시 지리산 일대에는 ‘낮에는 대한민국, 밤에는 인민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낮에 군경토벌부대가 오면 태극기를 게양하고, 밤에는 인공기를 달아 토벌부대와 빨치산의 추궁을 모면하려는 주민들의 어쩔 수 없는 신세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연좌제의 사슬에 걸려 계속 감시와 시달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한날에 제사가 많이 몰려있다고 합니다.
그 고통은 지금까지도 치유되지 않은 채 역사 속에 묻혀 있습니다.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지리산을 등반하지 않아도 뱀사골탐방안내소를 꼭 방문해 보시길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