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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100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3. 3. 3. 10:57

신입직원 교육

정관성

 

마다 3월이면 제 코는 딸기향 지우개 냄새를 느끼곤 합니다. 지우개나 딸기가 없어도 코와 뇌에서 지우개 냄새를 건져 올리는 걸 보면 지우개 냄새의 향수가 강한 인상으로 남은 때문일 것입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먹서먹한 얼굴들을 마주하면서 필통을 꺼내면 느껴지던 지우개 냄새. 이 냄새가 학교에서의 봄과 새학기를 시작하는 신호였던 겁니다.
최근 부서이동을 해서 인사팀장이 되었습니다. 보직을 옮기고 바로 직원 채용 절차를 밟았고, 3월 2일에 신입직원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서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풋풋한 향기가 날 것이고, 누군가는 첫 출근날의 향기를 오래토록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어찌할까 여러 궁리를 해봤습니다. 직장이 출판과 독서 진흥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니 각 부서장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소개할 것입니다.
인사팀에서는 인사제도와 보수 및 복리후생에 대해 설명할 것입니다. 경리 담당자, 정보화·전산 담당자, 노동조합 등 여러 분야 교육이 진행될 것이고, 대부분 “해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을 중심으로 교육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은 무엇이고, 왜 독서가 필요하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은 매우 적을 거 같아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학기에 원광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정리한 자료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역시 독서율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2021년에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성인의 67.8%, 초·중·고 학생의 80.0%는 책 읽기가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연령이 적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독서량이 많을수록 독서의 유용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학생의 경우 독서의 유용성에 대해 초·중·고 학생 모두 80% 전후로 높게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독서량이 많을수록 ‘매우 도움’의 비율이 높게 나타남”도 조사되어 있습니다.
성인 대상 조사에서 책 읽기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10가지 항목에 대해 질문한 결과(10점 척도 조사) 모든 항목에서 70% 이상의 유용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독서가 도움이 되는 정도는
‘전문 지식의 습득’(77.8%)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세상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 향상’(77.1%), ‘마음의 평안과 심리적 치유’(76.6%), ‘풍부한 정서와 감성 발달’(76.1%), ‘논리적, 비판적 사고 기르기’(75.7%),
‘다른 사람과의 교감, 공감 능력 향상’(75.5%), ‘창의력과 표현력 향상’(75.4%) 등의 순으로 나타납니다.
이상에서 보면 많은 이들은 책을 읽으면 얻는 이득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보와 지식에 더하여 깊이 느끼고 오래 간직할 정서와 교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신입직원 교육에서 정보에 묻어있는 따뜻한 정서를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책에 그 많은 향기가 듬뿍 들어있다는 점도 강조할 겁니다.
“책 향기” 한 움큼이 누군가의 뇌리에 오래 머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