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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103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3. 3. 27. 13:57

행복찾아 떠난 여행 - 에릭 와이너

행복의 지도는 동화

<파랑새>의 현대판?

어릴 적 읽은 동화 <파랑새>가 생각나는 책이다. 틸틸과 미틸 남매에게 요술쟁이 할머니가 찾아와서 파랑새를 찾아달라고 한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모자를 주며 다이아몬드를 돌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틸틸과 미틸을 다이아몬드를 돌려 여러 요정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떠난다. 추억의 나라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고, 밤의 궁전, 숲 속, 공동묘지, 행복의 정원, 미래의 나라를 찾아가며 파랑새를 찾으려 애쓴다. 파랑새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떠날 때마다 파랑새가 죽어있거나 색이 변해있거나 날아가 버린다. 틸틸과 미틸 남매는 꿈에서 깨어난다. 옆집 할머니가 아픈 딸이 간절히 원한다면서 틸틸의 새를 달라고 요청한다. 틸틸은 자기집 정원의 새장에서 파랑새를 발견한다. 이 작품의 의미는 파랑새는 행복이고, 그 행복을 찾아 모험을 하고 찾아다녔지만 행복은 자기집에,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깨달음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행복의 지도>는 뉴욕타임스 기자와 NPR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며 뉴델리, 예루살렘, 도쿄 등 30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뉴스를 전하던 작가 에릭 와이너가 어느날 자신이 불행한 나라들의 전쟁, 질병 같은 소식만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제까지와는 반대로 아무도 소식을 전한 적이 없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정체를 밝히려 한 책이다.

"어떤 나라가 행복한 나라일까? 세금이 없는 나라에서 산다면? 실패가 오히려 장려되는 나라에서 산다면?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에서 산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을 느낄까? 그곳의 행복은 우리의 행복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이런 질문을 품고 우리가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돈, 즐거움, 영적 깊이, 가족 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나라들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부탄, 인도 등 4대륙 10개국을 여행하며 행복학 연구자에서 정치가까지 때론 노동자와 시민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며 행복의 정체를 찾는다. 그리고 문화, 장소, 지리적 여건 등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결국 행복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부탄에서 만난, 암을 이긴 학자 카르마 우라의 말처럼 행복은 명사도 동사도 아닌, 접속사라는 사실, 행복은 철저히 관계 속에 존재함을 깨닫는다. 마치 <파랑새>의 틸틸과 미틸이 행복은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 것처럼.....

더불어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길 - 해질무렵

한국인은 행복한가?

<행복의 지도>를 보면

네델란드사람들은 마약과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고 자유로부터 해방된 끝없는 관용 속에 시민들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스위스는 사회적복지국가로 영세중립국으로서 모든 것을 투표로 결정하고 초코릿으로 행복을 느끼며, 주어진 일상에서 조용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읽었으나, 여전히 가장 행복한 것은 아니며, 국가의 최대목표가 국민의 행복이라는 부분이 무척 철학적이었다. 다행히 부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효율과 생산성의 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 126P

카타르사람들은 28만인구가 250만의 외국인노동자를 부리며,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복권에 당첨되어 모든 부를 누리지만 문화도, 규율도 없이 사막위의 도하처럼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신기루같은 삶을 살아간다. 태국사람들은 느긋하고 낙천적이고 미소가 눈부터 웃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마이펜라이" - 신경쓰지마. 고민은 그만두고 앞으로 나아가라...언제나 평정을 유지하는 사람들! 태국사람들은 일어난 일을 그냥 받아들인다. 물론 그런 재앙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일이 또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하지만 태국사람들은 시야를 아주 멀리, 영원까지 넓힌다. 이 번 생에서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항상 다음 생이 있고, 다음 생도 잘 안 풀리면 또 그 다음 생이 있다. 행운을 누리는 시기와 불운을 누리는 시기만 다를 뿐, 햇빛이 화창한 날 사이에 비 오는 날이 이따금 섞여있는 것과 같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383P

영국사람들은 제러미 벤담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공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정부의 개입을 받아들이고 개인의 불편을 감수하고 많은 시청료를 내기도 하지만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50명의 지원자의 행복이 늘어난다. 그러나 어떤 장소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행복은 그저 부산물이다. 행복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어깨에 내려 앉는 나비와 같다. 너새니얼호손440P

그리고 작가는 개인적으로 인도를 싫어하면서도 사랑하고, 유혹적이면서 화를 돋군다고 말한다. 모순적인 인도에서의 가르침은 아쉬람에서의 경험들과 인터뷰, 그루지들과의 만남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계속 행복을 뒤로 미룹니다. 우리가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피할 수 없습니다.447p 감당할 수 있는 인도의 모순, 그리고 그 모순을 즐기는 작가는 행복하다.

마지막 미국은 영국인이주로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찾아 이주한다. 마이애미가, 그리고 애슈빌이 행복한 도시라고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탄소가 배열방식에 따라 다이아몬드도 되고, 또는 검댕이가 되듯이 장소도 어떤 비율로 배열하느냐는 균형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본인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찾아 끊임없이 이주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미국인들...한국인은 행복한가?

한국인은 행복한가. 한국은 9만km, 5천만 인구가 3만5천불의 국민소득으로 2차세계대전 후, 유일하게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이다. k문화,k팝 등의 열풍으로 전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 한며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자살율 1위이고 만족도는 30위에 머문다. 한국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젊은이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하며 취업의 어려움, 그리고 결혼과 출산을 뒤로 미루거나 삶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으로 많은 나라 국민들은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을 들었지만, 한국에서는 단연 돈이 행복의 조건 1위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난, 한국인이 행복하다고, 충분하다고 느끼기엔 한계 아닌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알았다. 왜냐하면 돈이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해지게 해줄 지는 몰라도,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몇년 전, 서울대에서 행복학교를 만들어 영국의 슬라우마을처럼 행복의 씨앗을 뿌리기도 했다. 요가, 웃음치료, 명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우리 사회는 그 트렌드를 따르며 모두 행복하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행복추구가 불길처럼 번졌다. 물론, 그런 실천들을 통해 조금더 행복해지고, 조금더 웃음이 많아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기성세대는 점점 파편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 다양성과 자유를 인정하되, 더불어 살아가는 구조로, 공동체성을 견지하면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한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장자는 “천지는 나와 같은 뿌리에서 생겨났으며, 세상 만물은 나와 하나다”라고 말하며 존재의 근원이 더불어 존재하는 것임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강조한다. 세상 모든 만물에 대한 일체의식과 사람들과의 연대감! 범우주론적 사고와 사회적 관계의 확장이 또한 우리 사회의 행복의 밀도를 높힐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아름다운....여름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참고> 위 표지의 왼쪽은 플라톤 - 이데아를 강조하여 하늘을 가리키고, 오른쪽이 아리스토텔레스 - 지상에서의 행복한 삶이 중요함을 강조

고대로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철학자들도 행복을 논한다. 나는 특히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주는 윤리학에서 논하는 행복론에 동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을 완전성과 궁극성이라는 두가지 기준을 가지고 분석한다. 그 기준으로 봤을 때 돈, 명예, 존경, 사랑, 건강도 모두 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행복만은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완전하고 궁극적인 것임을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는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실체라고 말한다.

그럼,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를 논한다. 바로 잘 사는 것! 인간의 기능을 하며 잘 사는 것! 그것은 다시 1)섭생=영양 2)욕구=본능 3)사유로 나눠 식물도, 동물도 모두 다 할 수 있는 섭생과 욕구의 삶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유의 삶을 사는 것! 그것도 중용의 덕을 실현하는 사유의 삶을 사는 것을 행복한 삶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적극 수용한다. 잘 먹고, 잘 살고,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성취해도 기쁨과 만족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는 또 다시 더 나은, 더 많은 욕구에 사로잡혀 행복과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이러한 메세지는 위 책에서도 강조된다. 카타르사람들의 로또당첨과 같은 삶, 스위스사람들의 만족함 속에 느껴지는 권태 등...물질적 풍요가 가져다주는 삶의 경박성과 권태는 우리의 미래이기도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것처럼 끊임없이 존재로서의 자신의 일상을 사유하고, 또한 그 속에서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지난 1년간 개인적인 힘겨움을 잊고자 영상을 보거나 망각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 자신의 고통을 견뎌보기도 했다. 그러나 깨어있는 의식으로 고통의 근원을 분석하고 현실과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자신을 직면하며, 인생의 깊은 통찰을 얻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언제나 자기다움을 잊지 않는 것! 살아가는 공간에서 사유의 끈을 놓지 않는 것! - 여전히, 난, 세상을 긍정하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보다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 보다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것들, 깨어있는 의식으로 중용의 덕을 실천하도록 자신에게 명함으로써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Bliss - perfect happiness,

완전한 행복, 지복

더불어 아름다운...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