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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들꽃처럼 |
최종수
들판에 수없이 많은 꽃들이 피었다가 사라집니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가 들꽃처럼 사라집니다. 꽃들은 바람이 움직이는 대로 자신을 맡깁니다. 바람이 운명 지워준 땅에 뿌리를 내립니다. 인간이 뿌려준 땅에 싹을 틔웁니다. 주어진 땅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 꽃들처럼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갑니다.
푸른 지구별에 우리를 뿌려준 그 분의 손길에서 꽃들과는 달리 움직이며 살아갑니다. 지구가 태양의 도는 것처럼 인간도 지구를 돌아다니며 살아갑니다. 이 모든 꽃들도 인간도 신의 축복입니다.
예수님은 종종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시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습니다. 들꽃은 꽃으로 신에게 기도합니다. 들꽃은 열매로 감사를 드립니다. 들꽃은 씨앗을 땅에 묻음으로서 자신의 생애를 마감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들꽃들에게 자리를 물려줍니다. 어느 것 하나 어지럽히지 않고 어느 곳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태초의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사라집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기도하는 것일까요? 말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일까요? 몸과 행동으로 기도하는 것일까요?
밤마다 수천 송이 꽃들이 피어납니다. 밤마다 수만 송이 이슬방울들이 풀잎에 맺힙니다. 우리네 기도가 수천 송이 꽃일 수 있고 수만 송이 이슬방울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네 기도가 보잘 것 없는 꽃 한 송이일지라도 들꽃처럼 피어나야 합니다. 우리네 행동이 바람 한 자락에 지고 마는 이슬방울일지라도 이웃과 세상 속에 떨어지고 묻혀야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는 것일 수 있고, 미움을 없애려는 노력일 수도 있습니다. 말없이 웃어주고 밝은 인사 한 마디 건네고 목마른 꽃밭에 물을 주고 휴지 한 장을 줍는 작은 일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어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작은 것들이 우리 삶을 가득 채울 때 비로소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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