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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 표현, 장애인에 대한 편견 조장할 수 있어- 보건복지부장관, ○○광역시장에게 관련 공고문의 장애인 차별 표현에 대한 의견표명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3년 8월 1일 보건복지부장관과 ○○광역시장(이하 ‘피진정인’)에게,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해당 표현이 사용된 「장애인 복지법」 제56조, 「○○광역시 각종 포상운영 조례」 제22조 등을 개정하고, 해당 표현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 진정인은 ○○광역시가 게시한 ‘제9회 ○○○광역시 장애인 대상’ 수상 후보자 모집 공고문에서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을 발견하였는데, 이는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내포된 표현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은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로 인한 역경을 극복하거나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추천하도록 요청한 보건복지부 공문에서도 사용된 표현으로,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의 어려움을 이겨내어 타인의 귀감이 되는 사람에게 사회적·일반적으로 통용되어 온 표현이라고 답변하였다. 다만 진정인처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므로, 관련 장애인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변하였다.
□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피진정인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의도를 가지고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그동안 행정기관과 법령 등에서 사용되어 온 표현 및 용법을 따른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진정인의 행위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진정을 기각하였다.
□ 다만,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할 우려가 있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향상에도 더욱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진정사건과 별도로 의견표명을 검토 하였다.
□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를 질병이나 일시적 시련처럼 이겨 내거나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오인하게 하고,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오늘날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사회적·제도적 장벽에 있음에도 장애인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게 하거나, 자칫 장애인에게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나아가, 해당 표현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장애를 단지 비장애인과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표현이 될 여지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공고는 행정기관의 정책 전달 및 홍보, 국민과의 공식적인 소통 면에서 중요한 매체이므로 행정기관이 정책홍보를 할 때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려하여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한편, 「장애인복지법」 제56조 제1항과 「○○광역시 각종 포상운영 조례」 제22조는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므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보았다.
□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장관과 피진정인에게,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하고, 해당 표현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 언어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새롭게 차별적 표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현재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장애극복’에 대한 인식조사(2023. 5.4.~5. 10./전국 15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2,000명) 결과는 ‘장애극복’을, ‘사용해도 된다’가 77.0%, ‘사용하면 안 된다’가 23.0%로 집계된다. 장애는 개인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유발하는 표현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장애의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의미에서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개인마다 언어를 인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특정 언어 표현에 대한 사용 여부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달려있다고 본다. ‘장애극복’에 대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 모니터링 결과보고서 및 □□□□□포럼의 2022년 연구보고서 등의 지적처럼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나 차별 또는 혐오 강화, 장애를 개인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강화할 수도 있는 만큼, 위원회 결정에 따라 ‘어려움 극복’, ‘난관 극복’ 등의 대체어를 사용하도록 권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장애’란 일반적으로 사물 등의 진행을 가로막거나 충분한 기능을하지 못하는 물리적 상황을 표현한다. ‘장애를 이겨내다’, ‘장애를 극복하다’와 같은 표현의 적절성은 장애에 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국어적 관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해당 표현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언어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등을 보면 개인마다 언어를 인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어 특정 언어 표현에 대한 사용 여부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나, 해당 표현을 듣는 당사자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면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표현의 적절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이 확인된다면 국립국어원에서는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한 지침 마련 및 홍보 활동에 반영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공적 영역에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한편, 시청각 장애인의 언어권 향상과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수어, 점자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련 홍보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장애를 삶의 일부분으로 보고 장애극복과 재활을 강조하는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입장이라는 점, □□□□□포럼의 2022년 연구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표현이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나 차별, 혐오 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기보다는 해당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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