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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새만금주의의 망상 |
박주현(전북의소리 편집장)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자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며 1991년 11월 첫 삽을 뜬 새만금사업은 33년이 지났지만 썩은 담수호와 넘실대는 바다 한 가운데를 금 그어 놓은 듯한 긴 방파제만 덩그러니 놓였을 뿐, 광적인 개발주의자들과 정치놀음에 악용하는 무리들이 외치는 ‘완공’은 여전히 공허한 안갯속이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새만금은 늘 공약 단골 메뉴였지만 대통령이 8명이나 바뀌었다. ‘조기 완공’, ‘특별법’, ‘비농지 확대 조성’이란 달콤한 메시지를 던지며 표심을 자극했을 뿐, 33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달라졌다면 자연이 살아 숨 쉬며 어류자원이 풍성했던 드넓은 갯벌이 하나둘 사라져 이제는 흔적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만 되면 ‘새만금 개발’은 공약의 우선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다. 새만금을 가장 먼저 대선 공약으로 끄집어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1987년 “새만금사업을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임기 내 이룩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 33년 ‘새만금’...완공은 ‘안갯속’ 가장 최근인 윤석열 대통령도 불과 2년 전 후보 시절에 전북을 찾을 때마다 새만금 개발 공약을 빠뜨리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새만금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새만금 주요 기반시설을 오는 2028년에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임기 안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지만 이는 그동안 대선 후보들이 이미 사용했던 수법과 일맥상통하다.
그런 새만금이 총선 때도 어김 없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올해 치른 22대 총선에서 전북지역 10곳의 의석을 싹쓸이한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전인 지난해 7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9대 정책공약을 개발했다며 지난 3월 내놓은 공약들 중 새만금을 빠뜨리지 않았다.
9대 정책공약 안에는 '새만금 주요 사업을 2030년까지 완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회의 땅 새만금이 개발계획에 따라 흔들림 없이 적시에 추진돼야 전북이 새로운 경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선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김관영 도지사 후보는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 조성과 미래의 청소년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국제학교’의 새만금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새만금을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이나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 같이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디즈니랜드와 같은 흡입력이 뛰어난 매혹적인 테마파크를 반드시 유치하고 크루즈와 요트가 정박하는 마리나 리조트를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또 “새만금은 대한민국 국민과 중국 등 해외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돼야 한다”며 “단순한 제조공장 기지나 정류장의 역할만으로는 전북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선 도지사들도 규모가 큰 장기 과제 공약을 새만금에서 찾았지만 성과는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삼성 7조 투자 약속" 무산, "잼버리 유무형 가치 7조" 허상...공허한 ‘새만금 정치놀음’ 이제 그만
김완주 전 도지사는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새만금 산업단지 및 관광단지 조기 개발'을 내세웠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새만금 산업단지 개발은 재임 시절 사업 속도가 더딘 데다 새만금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던 삼성의 약속이 백지화 된 뼈아픈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전북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던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이 뒤바뀌면서 분노한 전북도민을 달래려는 정치권의 '대도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었지만 지금도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후 송하진 전 도지사도 새만금에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7조원 이상의 유무형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막상 대회가 개최되자마자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려 그 후유증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당초 새만금사업은 매립지의 100%를 농지로 활용하려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농업 생산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2007년 4월 농업용지 72%, 산업관광용지 28%로 바뀌었다. 2008년 10월엔 농업용지 30%, 산업관광용지 70%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애초 수질 목표 역시 3~4등급이었지만 최근들어 수질은 5~6등급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1989년 11월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발표 이후 최근까지 대통령이 무려 8차례 바뀌면서도 새만금사업은 착공 후 현재까지 33년이 지났지만 계획 면적(291㎢) 대비 절반가량만 진척됐을 뿐, 전체 사업 완공은 기약 없는 국책사업으로 남아있다. 특히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새만금을 전북도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참담하기만 하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라면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14년 후인 2004년에 모든 사업을 마무리하도록 설계됐었다. 하지만 2006년에서야 긴 방조제만 연결됐을 뿐 외곽 공사와 내부 개발은 여전히 미완인 채 기약 없는 진행 중이다.
그동안 찔끔찔끔 들어간 예산을 모두 합치면 많을 수 있겠지만 '미래의 땅', '신이 만든 땅', '신기원' 등으로 언론에서 부추겼던 새만금사업은 착공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전북도민들에게는 '로또의 꿈'에 불과한 곳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 파행 이후 새만금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집권 여당의 태도에 편승한 정부가 잔뜩 벼르고 나섰다. 표가 필요한 선거철엔 새만금 띄우기를 반복하다가 정작 위기에 몰릴 때는 나 몰라라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행태에 도민들은 이골이 날 정도다.
잼버리 파행 후 태도 돌변...‘새만금=표심용’ 들통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30년간 찔끔찔끔 개발해온 것을 제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하면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북을 찾아 약속했다. 국민의힘 역시 대선 선대위에 특별위원회를 두는 등 선거 때마다 표심을 공략하고 전북을 찾아 늘 표심을 자극한 곳도 바로 새만금이었다. 국민의힘은 "새만금 개발을 다각화해 전북을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겠다“며 ”새만금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챙기겠다"고 선거철만 되면 입버릇처럼 호언장담해 왔다.
그러더니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비난 여론이 정부로 향할 조짐을 보이자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 예산이 마치 잼버리 때문에 배정된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새만금사업의 전면 재검토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설상가상, 새만금 태양광사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실태 감사 이후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자마자 수사의 캍 끝이 강임준 군산시장과 측근들에 이어 신영대 지역 국회의원 압수수색 등으로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새만금 육상 태양광사업을 주도한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가 2020년 새만금솔라파워 사업단장으로부터 현역 국회의원 등 정·관계 로비 대가로 1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문이 커져가고 있다.
태양광 정조준 수사에 개발주의자들 ‘움찔’...‘새만금 로또’ 꿈, 언제까지?
구속된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서지만 대표는 군산시가 출자한 회사 대표로 강임준 시장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친환경 미래산업, 새로운 전북의 성장 동력이라는 명분을 갖추고 추진된 새만금 태양광사업이 비리 의혹으로 더욱 빛이 바래고 있다. 비리가 있다면 끝까지 파헤치고 도려내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당연하다. 그러나 새만금뿐만 아니라 국내 재생에너지사업 전반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는 새만금을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정부와 지자체가 장담하더니 정권이 바뀌고 불과 3년도 채 안 돼 태양광사업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면서 순식간에 비리의 온상 취급을 받으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그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마치 황금알을 낳는 태양광이 새만금에서 최대의 둥지를 틀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언론과 정치권, 토호세력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오히려 지역 정치권은 수사의 불똥을 피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친환경 미래산업이라며 새로운 전북의 성장 동력이라는 그럴싸한 명분과 함께 개발을 부추겼던 대기업과 토호세력이 주를 이루던 광적인 개발주의자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처럼 필요할 때는 적극 이용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발을 빼는 이중성과 희망 고문이 늘 반복되고 있는 곳이 바로 새만금이다.
이를 부추기며 이용하는 세력의 행태는 분명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새만금 로또’의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의 '희망 고문'에 더는 놀아나서 안 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새만금사업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기약 없는 '정치사업'으로 흘러온 때문이다. 더 이상 정치놀음과 광적인 개발주의자들의 사이비 새만금주의에 속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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