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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신청권 보장을 위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업무처리 개선 권고, 해당 교육지원청 불수용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지난 2024년 2월 29일 ○○○○○○교육지원청 교육장(이하 ‘피진정인’)에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에 대한 당사자의 기피신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개회 전 적절한 시기에 위원의 정보를 당사자에게 안내하는 등 업무처리와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학폭위 위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여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야 하므로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하겠다고 회신하였다.
□ 2024년 5월 1일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비록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학폭위 위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학폭위의 결정을 취소할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고 보았다고 하더라도, 인권위의 권고는 이 사건 진정 관련 학폭위 결정을 취소하라는 뜻이 아니라 ○○○○○○교육지원청의 기존 관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 이를 개선하라는 취지이므로 법원 판결과 충돌하지 않는바, 단순히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피진정인의 주장은 합리적 이유 없이 권고를 불수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2항, 제25조 제6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
□ 판단 가. 진정요지 가항 관련 1) 판단기준 대한민국헌법 (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및 제3항에서 도출되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헌법 조항에 규정된 형사 절차상의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작용으로서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92헌가8 결정, 헌법재판소 2014. 8. 28. 2012헌바433 결정 등). 한편 적법절차 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고지(告知)를 행할 것이 있다(헌법재판소 2003. 7. 24. 2001헌가25 결정 등). 학교폭력 신고에 대한 학폭위의 결정 또한 법률상 신청권 있는 신고인이 실체상 권리자로서 권리를 행사함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의 대상이므로 마땅히 적법절차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함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를 말한다. 그러므로 평균적 일반인으로서의 당사자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제로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 ”라고 판시하여 기피가 인정되는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대법원 2019. 1. 4. 2018스563 결정 참조).
2) 사실관계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26조는 학폭위 심의위원이 분쟁 당사자의 보호자 또는 친족이거나 친분이 있는 등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사건에서 제척된다고 정하며, 또 분쟁 당사자는 위원에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이를 위원회에 서면으로 소명하고 기피신청을 할 수 있고, 위원은 제척사유 또는 기피신청 사유가 있을 시 스스로 사건을 회피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학폭위 개회 후 의견진술 단계에서 신고인 및 피신고인이 심의위원들의 얼굴을 보고 기피 신청 여부를 결정하게 하나 위원 이름 및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위원의 신상 정보는 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분쟁 당사자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3) 학폭위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 피진정인은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에 따라 학폭위는 비공개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예외적으로 회의록만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당사자에게 공개한다고 주장한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제1항은 “이 법에 따라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였던 사람은 그 직무로 인하여 알게된 비밀 또는 가해학생ㆍ피해학생 및 제20조에 따른 신고자ㆍ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는데, ‘누설’이라는 표현이나 비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를 검토하면 이는 외부에 대한 누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밀의 범위 중 심의 의결과 관련된 발언 내용은 같은 법 제21조 제3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회의록의 형태로 학폭위 심의의 당사자에게 제공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같은 법 제21조 제3항 본문은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학폭위에 출석하여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당사자에게 심의위원회 자체를 비공개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해석이므로, 이 또한 외부인에 한하여 적용되는 내용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같은 법 제21조 제3항 단서는 피해학생?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회의록의 열람, 복사 등 회의록 공개를 신청한 때에는 위원의 성명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학폭위 이후 사후적인 절차에 대한 내용으로, 회의록이 심의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사람에게까지 공개, 제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진다. 당사자인 학생이나 보호자만 회의록을 열람하는 것이라면 굳이 학생과 그 가족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학폭위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자 하는 당사자에게 위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명시적인 법 조항은 없는 점, 더욱이 기피신청권은 회의의 중립성, 객관성,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대상자가 편파적 구성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인 점을 고려하면, 기피신청권의 보장을 위하여 분쟁 당사자에게 회의 전에 위원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 2023. 7. 10. 21 진정 0589400 ‘대학 인권센터 조사시 소명기회 미제공 등 인권침해’ 결정은 대학교 인권심의위원회에서 심의위원 명단을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피신청권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권심의위원회 회의 전 적절한 시기에 인권심의위원들의 명단을 심의대상자에게 통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피진정인은 학폭위에 참석한 심의위원들이 스스로 제척사유를 확인하는 절차를 우선적으로 거치며, 분쟁 당사자는 위원의 외견으로 관계인 여부를 알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26조에서 위원의 제척사유를 보호자, 친족, 친분관계 등으로 열거하는 반면 분쟁 당사자의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 사유는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로 정하므로, 친족이나 친분관계 등의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 외의 기피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설령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제3항의 규정을 피진정인의 주장대로 ‘학폭 위에 출석한 분쟁 당사자에게도 위원의 성명을 제공할 수 없다’라고 해석하더라도, 성명 외에 기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최소한의 정보는 분쟁 당사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진정인 1이 피해자의 보호자인 진정인에게 학폭위 개최 전후로 심의위원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되어 피해자의 기피신청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4) 위원 명단의 통지 시점에 대한 검토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은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시 및 장소를 징계위원회가 개회되기 불과 30분 전에 통보하였다면 이러한 촉박한 통보는 징계대상자로 하여금 사실상 변명과 소명 자료를 준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어서 적법한 통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헌법재판소 2015. 9. 24. 2013헌가21 결정은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 제시할 뿐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공허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위원회는 앞서 살펴본 21진정0589400 결정에서 대학교 인권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적절한 시점에 기피신청권자에게 심의위원 명단을 통지하여야 기피신청권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지 않다고 결정하였으며,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 직전 회의 장소에서 진정인이 기피신청 대상자가 없다고 대답하였더라도 이는 진정인이 심의위원의 인적 관계와 경력 등을 알아볼 틈 없이 회의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기피신청권의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도 학폭위 개최 전 기피신청권자가 내용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시간을 두고 기피신청 제도 및 위원의 정보를 대상자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5) 소결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피진정인 1이 학폭위 개회 전후로 진정인에게 심의위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진정인과 피해자가 기피신청권을 행사하는 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야기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진정인 1에 대해 향후 학폭위 개최 시 회의 전 적절한 시기에 심의위원의 정보를 분쟁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업무처리와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할 필요성이 있다.
나. 진정요지 나항 관련 진정인은 학폭위 심의위원장 및 심의위원들이 피해자에게 편파적인 발언과 결정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사자 간 대화가 없어 서로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는 부분을 이야기하였던 것이라 주장한다.
피진정기관에서 운영하는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근거한 심의, 의결기구로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안건을 심의하여 의결할 수 있고, 당사자가 그 의결에 대해 불복한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다. 이에, 재량권의 현저한 남용이나 명백한 일탈이 없는 한 그 심의 내용에 대해서는 학폭위의 재량이 최대한 존중될 필요가 있고, 학폭위 위원장 및 위원들은 안건 심의 과정에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다.
이 사건 학폭위 회의록을 검토하건대, 이 사건에서 위원들의 발언이나 심의가 재량권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명백히 일탈하여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조사 결과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기각함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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