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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HD, 메틸페니데이트, 학교교육의 의료화와 돌봄의 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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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중(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올해 국정감사는 사법권과 대법원이 가장 큰 주목 대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서 제기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약물의 오남용 문제에 시선이 갔다. ADHD 약물 문제는 의약품 관리의 차원을 넘어 교육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학교교육의 의료화’를 보여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올여름 무렵부터 일부 언론에서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상품명 ‘콘서타’ 등)의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를 우리 사회의 과잉 교육열과 병리 현상으로 연결 짓고 있기도 했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공개된 실태 자료는 몇 가지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ADHD 진료 인원은 2020년 7만9,244명에서 2024년 26만334명으로 3.3배 늘었다. 진료비도 같은 기간 652억여 원에서 2,402억여 원으로 급증했다. 20대 이상은 2만5,297명에서 12만2,614명으로 4.8배나 증가했다. 성인 10만명 이상이 ADHD로 진료받은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30대가 6,194명에서 4만679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그중 여성은 2,325명에서 2만624명으로 급증했다. '성인 ADHD'가 사회현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초등학생 ADHD 진료 인원도 2021년 3만8,452명에서 2024년 7만6,87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 언론은 현장체험학습에서 교사가 손을 붙들고 다녀야 하는 아이가 과거에는 전교에 1명 꼴이었는데 요즘은 한 반에 2~3명 꼴로 늘었다는 교사들의 체감을 전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체감하는 ADHD 진료 대상은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셋째, 초등학생보다 중고생 환자 수는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메틸페니데이트 10대 처방이 많은 지역이 사교육 과열 지역과 겹친다. 2024년 청소년 처방량이 많은 상위 5개 지역은 서울 강남구, 서울 송파구,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서울 서초구 순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입시 철인 10월과 11월에 처방량이 늘었다가 12월이 되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ADHD 약이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라는 황당한 말까지 유통된다.
넷째, 더욱 심각한 것은 개인이 도저히 복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과다 처방 사례다. 복지위 백종헌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메틸페니데이트 최다 처방 환자들의 사용량은 총 20만 정이었다. 연간 1만 4,736정(하루 평균 40정)을 처방받은 사례도 있었는데, 가장 낮은 용량(5mg)이라도 식약처가 정한 성인 최대 안전용량(80mg)의 2.5배에 해당한다. 이 약들이 다른 경로로 다시 유통됐을 가능성도 있다.
ADHD는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다. 전남교육청이 2020년부터 ADHD 처방 약을 무상지원하고 있는데, 관련 예산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교육청의 ADHD 심사 학생 수는 2020년 689명에서 2024년 2,110명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처방 약 지원 학생 수도 2023년 140명에서 2024년 321명으로 한 해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최대 200만 원이 지원됐다. 약값 지원이 진단 의뢰 학생과 실제 진단 학생을 함께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세종시교육청은 2026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ADHD 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ADHD를 조기 발견·치료해야 중·고등학교까지 부적응 문제가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보도에 따르면,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개별적으로 ADHD가 의심된다고 전할 경우 아동학대로 민원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는 교사노조의 요구가 있다고 한다.
국감장의 ADHD 약물 오남용 논란이나 전수조사 논란은 의료화 담론이 학교교육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교육의 의료화는 이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 풍경이 되고 있다. 2010년대 초 시·도 교육청에는 학습종합클리닉센터가 설치됐다. 경계선 지능 학생이나 다양한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이 학업 부진으로 이어진 학생들에게 학습하는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클리닉’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이곳은 교사가 교실에서 일상적 교수 활동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진단, 처방, 개입하는 곳이다. 학교 바깥의 병원도 학습발달클리닉, 학습인지클리닉, 학습장애클리닉을 열고 의료적으로 교육 문제를 접근하는 것을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교육과 의료는 서로 다른 언어로 작동하지만, 돌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매우 유사하다. 의료가 상처 입은 몸을 회복시키는 돌봄이라면, 교육은 마음과 관계를 성장시키는 돌봄이다. 전자의 돌봄이 진단과 처방을 기초로 한다면, 후자의 돌봄은 인지·정서·사회적 기술의 습득과 공동체의 참여를 토대로 한다. 오늘의 학교와 그 주변부의 사교육 현장에서는 이 두 언어가 뒤섞이며 교육의 언어가 후퇴하고 의료의 언어가 부상하고 있다. 학교교육의 의료화는 교육의 주체를 증상과 위험, 나아가 잠재적 위협의 존재로 해석하고,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질환으로 번역한다. 의료의 언어가 관계, 배움, 경험, 성장과 같은 교육의 언어를 밀어낸다. 교사는 이상 행동을 식별하는 관리자가 되고, 교육청은 위험 예방의 논리를 앞세워 조기 선별을 위한 전수조사를 제도화한다. 인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 ADHD 약물이 오남용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국감장에서 제기된다. 교육적인 돌봄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우리 시대의 풍경이다.
약물과 검사가 몸을 고칠 수 있지만, 마음과 관계를 성장시키지는 못한다. 하물며 건강한 사람이 약물에 의존하면, 잠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뒤따른다. 결국 자기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 마음과 관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학교와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돌봄을 자기의 언어로 내장하고, 그 언어로 관계와 학습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학습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킨다. 이렇게 변화된 뇌는 같은 경험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런 경험의 변화가 관계의 변화를 불러오고, 관계의 변화가 사회를 다르게 조직한다. 이 변화를 촉진하는 힘이 바로 교육이다. 돌봄의 언어가 충만한 교육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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