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제 35호 오동선 교사의 인권이야기

교사의 수업권-학생의 학습권

 

얼마 전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인권교육에서 한 교사가 문의를 한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하는데요. 수업시간에 말을 잘 안 듣는 학생이 있어요. 한번은 수업시간에 계속 혼잣말을 하고 다른 아이들 괴롭히고 수업방해를 심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학생을 뒤로 내보내거나 복도에 서있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싶었는데 얼마 전 직원회의 때 교장선생님께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던 게 생각나더라구요. 제겐 그 말이 학생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면 안 된다는 말로 들렸구요. 이런 상황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다면 계속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지도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상호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수업시간에는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공존하고 그것은 서로 존중되어야 하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누구에게도 침범 받아서는 안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교원에게 현행범이 아닌 경우에 교육활동 중 ‘불체포 특권’이 있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교육활동 중에는 그 권한이 쉬 침범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동의도 없이 수업도중에 장학권을 핑계로 벌컥 문을 열고 무시로 들어오는 관리자나, 수업 중에 들어와 교사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학부모등은 명백한 교권침해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상황에서 교사는 자신의 수업권을 행사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위의 상황에서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피해를 주는 학생은 교사의 수업권을 방해하는 것이며 동료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나의 자유는 인정하기 어렵다. 하기에 교사는 그에 따른 적당한 대응과 책임을 물어서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따른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방관하는 것이 해당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니다.

또 그 학생에게 적당한 책임을 묻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하지도 않는다.

외려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제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여러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생활규정개정을 권고하면서 교사의 권한과 훈계훈육 등의 교육적 조치에 대한 아래처럼 예시를 제공하고 있다.

 

“ 【교사의 권한】 생활교육에 있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교사의 권한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교육적 상담 및 조언

2. 교육환경 조성

3. 시정 요구

4. 훈계․훈육 등의 교육적 조치

5. 학생생활교육위원회(징계위원회) 소집 요구 및 의견 제출

6. 교권보호위원회 구제 신청

 

【훈계․훈육 등의 교육적 조치)】

① 교사는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문제행동의 원인을 우선 파악한다.

② 교사는 학생의 행동 성찰 및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다음 각 호와 같은 훈계․훈육의 교육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1.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기

2. 교실 내 특정 공간으로 이동시키기

3. 적정한 수준의 학습 과제 부여

4. 적정한 수준의 방과 후 교육

5. 훼손 시설․물품, 오염 등에 관한 원상복구, 청소 지시

6. 학부모 통보 및 상담

7. 기타 학생생활교육위원회에서 마련한 인권우호적인 교육적 조치

③ 교사가 상담 및 교육적 조치를 반복해도 학생이 행동 변화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학생생활교육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

 

교사는 이러한 권한과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어디서 오해가 생긴 것인지 학생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학생을 내버려 두는 것이고, 교사로 하여금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여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를 위축되게 만드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권한행사는 지지하고 보호받아야 한다.

 

다만 ‘격리지도’와 ‘수업배제’는 다른 개념이다.

과거에는 교사가 말썽을 피우는 학생을 복도에 내보내 무릎 꿇고 있게 하거나 교무실 앞에 서있게 하는 등의 벌을 주기도 했지만, 학생을 교실 밖으로 보내서 본시 수업에서 배제해야 할 경우에는 상담실이나 성찰실 교무실 등에서 별도의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한 상태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책 없이 내보내는 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수업배제에 해당한다.

 

 

 

 

 

 

‘격리지도’는 교실 내 특정 공간으로 이동시키거나 개별과제를 부여하는 등 교사의 지도범위 내에 두면서 개별교육과정을 시행 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보진 않는다.

 

권리를 보호하며 서로 존중하되 책임을 묻는 것에 주저할 일은 아니다.

학생인권보호가 방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을 보호한다고 교권이 추락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