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웹진 제34호 오동선 교사의 인권 이야기

인권누리 2021. 12. 2. 11:49

신체접촉. 노터치가 원칙

 

체육수업을 하다보면 신체접촉 문제를 자주 고민하게 된다.

기능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바른 자세를 위해 손목을 잡아주는 등의 지도가 필요할 경우에도 한 번씩 멈칫하게 된다. 남자 아이들은 내가 동성의 교사라서 그런지 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여자아이들에겐 내가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아예 수업시작 전에

오늘 주제는 00인데 올바른 자세와 안전을 위해 손목 어깨 등을 교정해줄 수 있어, 혹시 원치 않으면 미리 말을 해줘~’ 라고 한 뒤 시작하곤 한다.

 

하루는 매트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뒤구르기를 할 때 손을 잘 짚지 않으면 온 몸의 하중이 목에 몰리고 자칫하면 다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수업을 하고 나면 목이 아프다는 녀석이 나오곤 하지만 위험하다고 초등단계에서 배워야 하는 유연성 협응성 등이 요구되는 기본 내용을 하지 않으면 체육시간에 할 게 별로 없다.

 

뒤구르기를 하는데 한 아이가 무서웠는지 자꾸만 허리를 펴고 손을 못 짚고 주저주저한다. 동의를 구하고 목을 숙이게 한 뒤 정강이 부분을 잡고 돌려주었다. 좀 작은 녀석이어서인지 가볍게 휘익 굴러서(혹은 굴려져서) 성공을 하더니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한다.

 

선생님. 절 너무 막 다루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 너무 세게 밀었나~ 아이들과 같이 한바탕 웃고 다시 수업은 진행된다.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다. 선생님이 칭찬이나 애정의 표시로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도 어떤 학생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만 다른 학생에게는 기분 나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선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의 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다. 어떤 선의의 신체접촉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선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뀐 지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접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교사와 학생 간의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도 이유를 불문하고 허용하지 않는 제로 용인’(zero tolerance, 엄격히 적용하여 정상 참작이 일절 없음)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교육받는다. 선생님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학생들에게 접촉 금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다닌다. 실제 한 한국계 미국인은 학창시절에 한국에서라면 아이들의 단순한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행동들, 가령 학생들이 장난을 치며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행동에 대해서 장난을 친 학생들에게 나머지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나가서 노는 동안 점심시간 내내 벽을 보고 서 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만지는 것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또한 누군가를 만지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고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가벼운 신체접촉도 이럴진데 하물며 체벌이야 말할 것도 없다.

 

신체는 노터치가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