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인권누리 웹진 제78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2. 10. 6. 10:43

사회정의와 국가안보

 

“사회정의 구현 없이는 깨달음도 없습니다.”

대만 현장대학교 종교문화학과 학장 초혜(礎慧)스님의 단호한 일갈에 세계 각국 참가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초혜스님은 ‘불교의 사회정의를 위한 도전’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대만 불교계가 수년간 진행해 온 핵발전소 폐지 촉구 활동, 도박 합법화 반대운동, 교육 개혁운동, 불교계를 비롯한 대만사회의 성차별 해소 운동, 동성혼 합법화 활동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비구니 스님인 초혜스님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팽배한 불교계의 모순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스님은 “불교는 브라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탄생한 종교인데 남성 중심의 승가는 새로운 브라만이 생긴 듯 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결코 불교 내에 새로운 브라만 집단이 탄생하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평등을 지향하는 불교적 가치를 현실에서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초혜 스님은 “나는 적극적인 사회 활동의 근거를 대승경전에서 찾았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스님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바라는 바 없이 자비의 손길을 내밀라는 것이 대승경전의 큰 가르침 가운데 하나다.
정의 구현은 각국 어느 사회에서나 공통분모를 이룰 수 있는 주요 가치다.
보살의 마음으로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 깨달음에 다가가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국가경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을 때에 공자는 첫째로 족식(足食) 즉 경제, 둘째로 족병(足兵) 즉 국방, 셋째로 민신(民信) 즉 국민의 신뢰를 들었습니다.
자공이 다시 "이들 세 가지 요소 중에서 하나를 뺀다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에 공자는 거병(去兵) 즉 국방, 그 다음에 거식(去食) 즉 경제를 들고서 끝까지 지켜야 할 것으로 민신(民信)을 꼽으면서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방도 경제도 의미가 없이 나라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회정의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만연하면 서로 속고 속이는 불신사회가 될 수밖에 없고 사회불안이 팽배함으로써 국가안보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한비자(韓非子)가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준수하는 나라는 강하고 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는 약하다" (無國常强無常弱 奉法者强則國强 奉法者弱則國弱)라고 가르쳤습니다.
즉 법질서가 확립되면 국가안보가 튼튼해진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때 우리 사회에 만연하였던 "돈이 없으면 죄가 있고 돈이 있으면 죄가 없다(無錢有罪 有錢無罪)"라는 자조적인 법의식이 팽배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법과 질서를 경시하는 부정적인 법의식이 만연하면 사회불안이 조성됨으로써 국가안보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현자가 모두 법질서의 확립과 상호신뢰를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이 국가안보의 필요조건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결국 사회정의와 국가안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정신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