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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79호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인권누리 2022. 10. 12. 11:03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웹진 제79호 인권바람 –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국가기관의 자격시험 응시자에 대한 화장실 이용제한은 인권침해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2년 10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하 ‘피진정인’)에게, 소프트웨어 역량검정시험(TOPCIT: 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T, 이하 ‘톱싯’) 응시자가 시험 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 하였다.

□ 진정인은 피진정인이 주관하는 톱싯에 응시하였는데, 피진정인이 총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시험시간 중에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여 진정인 등의 인권을 침해하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피진정인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하 ‘시행기관’)에 위탁하여 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시행기관은 소프트웨어 역량검정 시행지침에 따라 톱싯 홈페이지 응시규정 등을 통해 시험시간 중에는 화장실 이용이 제한된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했다고 답변하였다.
또한, 다른 응시자의 수험권이 침해되고 부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화장실 이용 후 시험장 재입실을 금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응시자가 화장실 이용을 요청하거나 동일한 응시자가 반복적으로 화장실 이용을 요청할 경우 이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피진정인이 시험시간 중에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채용의 공정성 측면에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추가인력의 배치 등과 같은 다른 대체 수단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생리현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본능인 점, △이미 피진정기관이 시험시간의 1/2이 경과한 이후로는 퇴실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그 전에 화장실 이용을 허용한다고 해서 시험시간의 평온성을 깨뜨린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일부 국가자격시험 및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토익 시험 등에서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시험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 사실이 없는 점,
△무엇보다 응시자 본인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화장실 이용을 자제할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진정인의 이러한 행위는 진정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이에 인권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향후 톱싯 응시자가 시험시간 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위 인정 사실 및 판단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일반적으로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인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하여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또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모든 행위를 할 자유와 부작위의 자유를 영유할 수 있는 권리로 단순히 보호할 가치 있는 행위만을 보호영역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생활방식이나 취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는 바,
용변문제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가는 행위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호대상이 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인격권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피진정인은 소프트웨어 역량검정시험을 산하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위탁하여 시행하고 있다.
2021년의 경우 2021. 5. 22., 2021. 10. 30.에 제15차, 제16차 시험을 각각 시행하였으며,
① 통제의 어려움, ② 화장실 이용 중 부정행위 발생 가능성, ③ 타 응시자의 안정된 수험권 보장을 이유로 시험시간인 2시간 30분 동안 진정인을 비롯한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였다.
피진정인의 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 제한을 과잉금지의 원칙 측면에서 살펴보면,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실시한다는 측면에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적 수단 마련 없이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국가 자격시험의 예시를 살펴보면, 대부분 고사장 1곳마다 감독관 2명을 배치하고 있고 응시자가 화장실에 간다고 해도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피진정인 주관의 시험에서도 2명의 감독관을 배치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부정행위 방지는 별도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5년, 2016년 및 2019년도에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공무원 선발시험 등에서의 화장실 이용 제한 문제를 인권침해로 인정하고 각 시험 주관기관에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시행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위 사건들에서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은 본 진정사건의 피진정인과 같이 부정행위 방지, 소음 등의 피해로부터 수험자의 보호 등을 화장실 이용 제한 사유로 제시하였으나,
결국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7년도부터 일부 지방공무원 선발시험,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5급, 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시험 등에서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시험 운영 방법을 변경한 바 있다.

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할 경우 부정행위나 다른 수험생들의 집중력 저하와 관련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토익 시험 등 그 시험 방식과 응시자의 성격이 상이한 다수의 시험에서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적어도 아직 까지는 이상의 우려들이 현실에서 중대한 문제로 제기된 적은 없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시험 중 화장실 이용 허용을 권고한 사례들에서도 그 뒤로 시험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보고 역시 확인되지 않았는바,
이는 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 허용 여부가 부정행위 방지나 다른 응시자의 안정된 수험권 보호 등에 핵심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진정기관은 다수 응시자가 화장실 이용을 요청하거나 동일 응시자가 반복적으로 화장실 이용을 요청할 경우 이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응시자들이 시험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현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본능인 점, 이미 피진정기관은 시험 시간의
1/2이 경과한 이후로는 퇴실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그 전에도 화장실 이용을 허용한다고 하여 시험시간의 평온성을 깨뜨린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진정기관의 염려와 달리 무엇보다도 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자들은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스스로 화장실 이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이용이 일어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진정인의 소프트웨어 역량검정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 제한 행위는 진정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소프트웨어 역량검정시험(TOPCIT) 응시자가 시험 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