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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79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2. 10. 12. 11:02

누구나 외롭다

 

최종수(무주성당 주임신부)

누구나 외롭다 

 

에 있어도 그립다는데

 

자식도 아내도 소식이 끊기고

홀로 산지 20년 넘은 어르신

허리 장애로 기초수급을 받으신다

텃밭 매화 꽃잎들만 날아와 토방에 쌓이는

녹슨 컨테이너처럼 낡은 단층 다세대

고양이 그림자도 끊어진 원룸

어르신은 떡만두 라면을 끓이고

나는 마트에서 사온 과일을 썬다

사과꽃잎 사이에 배꽃잎 넣고

노란 빨간 방울토마토 꽃잎 사이에 키우고

꽃수술 자리엔 쪽빛 블루베리로 장식한,

화려한 꽃과일 접시 생일선물을 만든다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며

홀로 되기까지 아흔아홉 인생고개,

두 눈 뜨겁게 연민의 이슬로 흘렀던 사연들

떡만두라면 막걸리 생일파티를 마치고

기도와 축복을 드리고 일어서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와락 안았다

홀로 남을 어르신이 안쓰러운 것일까

고독한 빈방이 두려운 탓일까

어르신은 갈비뼈가 조여올 만큼

두 팔로 힘껏 끌어안으셨다

시내버스 두 번 갈아타고

서울행 무궁화 열차 타고 출발하려고

군산역에 있다는 문자가 왔다

오시지 말고 기도만 해 주시라고

서둘러 전화를 드렸다

ㅡ인터넷 검색해 보니

후종인대골화증이 불치병이던데

언제 신부님 은혜를 갚겠어요

벌써 열차가 출발했어요

전화를 끊고 병상침대에서 천장을 본다

두 눈에 뜨거운 이슬이 차오른다

갯벌이 드러난 금강하구둑 거닐고

대중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고

자장면 먹으며 막걸리 건배하던 추억들

영화자막처럼 천장을 채운다

ㅡ"지금 같이 좋은 날!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추수가 한창인 황금들녘 가로질러

서해바다 쪽빛 하늘을 따라

그리움 안고서 숨가쁘게 달려오실

홀로 아리랑, 아버지 외로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