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인권누리 웹진 제104호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인권누리 2023. 4. 5. 12:14

특정 연령 미만 아동에 대한 아파트 주민운동시설 출입 금지행위 중단 권고 불수용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2년 11월 25일 ○○○아파트(이하 ‘피진정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특정 연령(만15세) 미만의 아동에 대하여 아파트
주민운동시설 등 공동시설 출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하여 피진정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심의한 결과 주민운동시설은 안전관리자가 배치되어 있지 않고 공간이 협소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에,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였다고 회신하였다.

□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2023년 3월 15일, 피진정아파트가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인권위는 주민운동시설은 아파트 내 공동시설에 있는 생활체육시설로 주민복지 성격이 상당한 시설이므로 특정 연령 미만 아동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 등을 이유로 재화 및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라고 보았다.
이에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주민에게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할 것임에도 아동의 신체 발달 수준,
보호자 동반 여부 등 아동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특정 연령 미만 아동의 출입제한을 유지하기로 한 피진정아파트의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인권위는 피진정아파트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아동 인권을 적극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제25조 제6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

□ 판단
가. 진정사실과 관련한 차별 영역 및 차별적 처우의 존재 여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 제3호 및 같은 호 나목은 합리적 이유없이 나이를 이유로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피진정인은 15세 미만 아동의 주민운동시설 출입을 금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초등학생인 피해자가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양 당사자 간 다툼이 없다. 피진정인은 같은 입주민이라는 동일집단을 연령에 따라 구분하여
재화 및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바,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차별 영역에 있어서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한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관련 규정
대한민국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권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제1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을 확인하며 평등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 등을 이유로 재화 및 용역의 이용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3조는 아동에 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31조 제1항은 문화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아동에게 문화, 예술, 오락 및 여가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2013년 제62차 회기에서 채택한 아동의 권리에 대한 협약 제31조 휴식, 여가, 놀이, 오락활동, 문화생활,
예술에 대한 아동 권리에 대한 일반논평 17(이하 ‘일반논평 17호’라고 한다)은 동조의 실현을 위해 아동은 사회적 배제,
편견 또는 차별로부터의 자유 등을 보장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에 대한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공동체나 공원, 쇼핑몰 등에 대한 아동의 출입제한 조치로 아동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 확산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이러한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권리 소유자로서 아동을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함을 지적한 것이다.
다.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여부
우리 위원회는 상업시설의 운영의 자유가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의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하고,
일부 아동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하여 모든 아동을 개별적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상업시설의 이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전원위원회의 2017. 9. 25. 16진정0848200 결정)한 바가 있고,
아파트 내의 시설에서 각 아동의 운동능력 및 신체발달에 대한 개별적 고려가 없이 일률적으로 미성년자의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아동권리위원회의 2020. 4. 7. 20진정0072600 결정, 2020. 6. 2. 20진정0554600 결정 등)하였다. 피진정인은 주의력 부족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15세 미만 아동에 대해 아파트 주민운동시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피진정인의 이와 같은 조치는 많은 비용을 들여 관리 인력을 두지 못하는 현실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피진정인이 아동의 신체 발달 수준, 보호자 동반 여부 등 아동 개개인이 처한 개별적인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15세 미만 아동의 주민운동시설 출입을 제한한 것을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로 인한 결과로써 아동이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 등의 침해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 주민운동시설은 아파트 내 공동시설에 있는 생활체육시설로서 주민복지적 성격이 상당하므로, 이러한 복리시설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주민에 대하여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 출입의 제한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주민운동시설 내의 기구가 대체로 성인에게 맞는 크기와 무게로 제작되어 아동들의 이용에 어려움이나 위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아동의 연령이나 신체 발달에 따라 운동능력이 다를 수 있고, 성장기 아동에게 무리한 고중량 운동기구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한을 둔다든지,
부모 동행을 통해 관리·감독을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도 있는바, 이와 같이 아동의 복리시설 이용에 관한 고민 없이 단지 모든 아동이 안전에 취약할 것이라는 편견에 근거하여
아동의 복리시설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일반논평 17호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주변의 많은 공공장소에서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면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동이 사회와 함께 건전한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과 같이 주민운동시설에서 일률적으로 특정 연령 아동의 출입을 금지함으로써 아동이
성인들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로 인식되어 아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인식과 관행이 확산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사회와 함께 여가,
놀이 등의 생활을 영위할 공간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피진정인의 이 사건 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할 것인바,
피진정인에게 아파트 주민운동시설 등 공동시설 운영 시 특정 연령 미만 아동의 출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