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남성만 이장으로 선출, 여성 배제하는 관행은 간접차별
- 농촌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과정 성평등하게 재편되어야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3년 6월 5일 지방자치단체 이장 선출 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도 □□군수(이하 ‘피진정인’)와 행정안전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 ◇◇◇도 □□군수에게, △「◇◇군 리의 하부조직 운영에 관한 조례」 제22조를 개정하여 개발위원회 위원 구성 시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할 것과,
△이장 추천 및 선출 시 여성 주민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각 마을의 이장 추천 및 선출 과정을 점검할 것을 권고하고,
○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농촌 지역사회의 성평등한 의사결정 구조 마련을 위해 이장 및 개발위원회 등 각 지방자치단체 하부조직의 운영 현황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점검할 것을 권고하고,
○ 여성가족부장관에게, 농촌 지역사회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 진정인은 ◇◇◇도 □□군 △△면 ○○마을(이하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마을 이장 선출 시 여성에게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정인은 이장 선출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이 사건 마을 여성을 피해자로 하여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군 리의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따라 마을 개발위원회가 추천한 자를 심사하여 임명할 뿐,
이장 임명과 관련된 제 규정에 성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성차별이 아니라 달리 조치할 사항이 없다고 답변하였다.
□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해당 진정은 각하하였다.
□ 그러나 □□군 인구 중 여성이 절반을 상회하고, 이장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여성 이장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을 볼 때,
해당 지역의 이장 선출 및 임명 기준이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나 여성 주민에게 차별적 영향 및 차별적 효과가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되므로, 간접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정책권고를 검토하였다.
○ 해당 마을에서는 지난 60여 년간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사실이 없고, 개발위원 등 소수 남성의 주도로 이장 후보 추천이 이루어졌으며, 관행적으로 여성은 추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마을 총회는 마을회관에서 진행되었는데, 남성과 여성이 별도의 방에 모인 상태에서 남성만으로 구성된 방에서 피추천인이 호명되고, 남성에 의해 만장일치로 선출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한 관행이 확인되었다.
□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행정리의 이장은 법령과 조례에 근거하여 지자체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지역 행정부터 주민 복리에 이르기까지 주민의 대표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여성의 피선거권이 사실상 배제되는 현실을 간과한 채 마을에서 추천한 자를 이장으로 임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초래한 행위라고 보았다.
특히 가부장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농촌 사회에서 성차별과 같은 사회구조적 차별은 여성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차별 시정은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 및 관행 변화가 동반 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와 지자체는 여성 주민이 과소 대표되는 이장 추천 및 선출 과정과 관련하여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역할을 적극 수행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마을이 속한 지자체장인 □□군수는 행정리 이장을 추천하는 개발위원회에 여성 참여를 보장하도록 하고,
△행정 안전부장관은 지방자치 행정이 민주적으로 수행되도록 감독하는 부처의 장으로서 이 사건 지자체를 포함하여 전국 지자체의 하부 조직 운영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민주주의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참여를 높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과 행정안전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지역사회의 성차별적 인식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이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 판단
1) 판단 및 참고 기준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사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1984년 비준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제5조에서 당사국은 (a)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관념 또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적 역할에 근거한 편견,
관습 및 기타 모든 관행을 없앨 목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및 문화적 행동양식을 수정하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협약 제14조 2항은 당사국이 남녀평등의 기초 위에 농촌 여성이 지역개발에 참여하며 그 개발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농촌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모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권리(f)를 확보하도록 당사국의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제5조(a)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적 역할에 근거한 편견, 관습 및 기타 모든 관행을 없앨 목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행동양식을 수정할 것을 규정하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16호(2005년)에서 여성이 전통과 관습에 의해 부여된 열등한 지위, 공공연하게 암암리에 행해지는 차별의 결과로 인권의
동등한 향유가 부인됨을 지적하면서 실질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규약상의 권리를 동등하게 향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촌여성의 지위와 관련하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반권고 34호(2016년) ‘농촌 여성의 권리’에서 농촌 여성들이 모든 수준에서 리더십과 의사결정의 직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므로 농촌 여성의 역량 강화, 자기 결정과 의사결정 및 협치 구조에서 지위를 갖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특별히 당사국이 농촌 여성을 차별하는 작위 및 부작위 행위를 삼가야 하며,
농촌 여성이 정치 및 공적 생활, 교육 등 충분히 대표되지 않거나 불이익을 받는 모든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평등을 위해 한시적 특별 조치를 개발하고 이행할 것을 주문하였다.
덧붙여, 농촌 여성이 지역 및 공동체와 마을 위원회와 같은 자치 기구에의 참여를 통해 모든 수준의 정책 형성, 이행 및 모니터링과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정부가 모든 공적 기관에 대한 농촌 여성의 참여에 관한 모니터링 도구를 설계하고 이행하도록 하면서, 지역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해결하며
성인지적 농촌 의사결정 구조를 수립하여 농촌 여성의 공동체 참여에 대한 장벽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였다.
2) 검토
간접차별은 외관상 중립적인 규정, 기준 또는 관행이 한 성별을 가진 사람들을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들에 비하여 특정한 차별적 영향에 처하게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그러한 규정, 기준, 또는 관행이 정당한 목적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정당화되지 않거나 그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이 적절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라면 성립된다.
지자체장인 피진정인 1과 이장임명권을 위임받은 피진정인 2는 관련 규정에 따라 마을에서 추천하는 자에 한 해 결격사유를 심사하여 이장으로 임명할 뿐,
이장 자격에 성별 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진정인의 성차별 주장이 이유 없으며 별도의 조치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 이장 제도에서 이장의 자격으로 특정 성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음에도 임명된 이장 중 여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볼 때, 여성 집단에 대한 차별적 영향이 확인된다.
이 사건 마을에서 상당 기간 마을 주민의 대표로서 이장에 선출된 여성이 한 명도 없었고, 여성이 후보로 추천된 바도 없었으며, 이장을 추천하는 개발위원회에 여성이 참여한 바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장으로 추대 혹은 추천된 사람은 전원 남성이었고, 추천할 자를 물색하는 등의 의사결정도 마을 원로라 할 수 있는 몇몇 소수 남성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마을의 주요 원로 남성들은 여성을 추천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만큼 이러한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고,
현재에도 관례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사건 조사를 통해 마을에서 이장을 선출하고 읍·면장에게 추천하는 전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여성이 배제되어 온 관행이 확인된다.
나아가 이장을 선출하기 위한 마을 총회도 성별 분리된 공간에서, 남성들이 모인 방에서 후보자를 호명하고 만장일치로 선출하였다는 정황들을 고려할 때,
마을의 대표자로서 이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자는 남성이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기저에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농촌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오랜 시간 동안 관행적으로 여성이 배제되어 온 것이므로, 이러한 관행이 전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이장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낮다. 농촌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실질적으로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피선거권을 가지지 못하는데도,
지자체장인 피진정인 1과 이장임명권을 위임받은 피진정인 2는 마을에서 선출된 자들을 임명하였고, 여성 주민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는, 국가기관등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진정인 1은 지자체장으로서 성평등한 정책 실현의 책무를 가진다.
행정리의 이장은 읍·면장의 임무 중 일부를 수행하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관련되고, 해당 지역의 행정부터 주민 복리에 관한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주민의 대표자 역할을 수행하는 점,
국가기관(지자체)이 이장의 자격을 심사하여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장 임명이 국가(지자체)작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자치 조직의 운영원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진정인들이 농촌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실질적으로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피선거권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형식적으로 마을에서 추천하는 자를 임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초래하였다.
피진정인들은 수년간의 인구 및 이장 현황 등을 통해 여성들이 지역사회 의사결정 구조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음1)을 모르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혹 이장의 성별 불균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진정인의 민원 등을 통해 이를 점검하고 확인하여 시정하는 등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농촌사회에서 성차별과 같은 사회구조적 차별은 여성 개인이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차별 시정에는 지역사회의 전반적 인식과 관행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와 지자체는 여성 주민이 과소 대표되는 이장 추천 및 선출 과정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평등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고 이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마을이 속한 지자체장인 ○○군수는 행정리 이장을 선출하여 추천하는 개발위원회에 여성참여를 보장하도록 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자치행정이 민주적으로 수행되는
것을 감독하는 부처의 장으로서 이 사건 지자체를 포함하여 전국 지자체의 하부조직 운영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민주주의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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