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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116호 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인권누리 2023. 6. 28. 08:10

귀책사유 없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 거부는, 행복추구권 및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 ○○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구직등록 기한 연장 등 구제방안 마련 권고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3년 6월 1일 ○○지방고용노동청장(이하 ‘피진정인’)에게,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구직등록기간이 경과하여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체류 중인 피해자가
고용허가를 통해 합법적 체류 지위의 외국인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직등록기한의 연장 등 적절하고 적극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 진정인은 이주근로자 인권보호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대표이다. 피해자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로서, 2022년 12월 16일 ○○지방고용노동청(이하 ‘피진정기관’)이 추천해 준
A업체와 면접을 통해 채용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피해자의 구직등록기한 마감일이 12월 19일이어서, A업체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피해자의 근무처 변경 허가 관련 방문 일정을 문의하였고 12월 29일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A업체는 피진정기관에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12월 29일에 방문하여 구직등록을 해도 되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피진정기관은 12월 20일 피해자의 구직등록기간이 지나
고용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하였고, 결국 피해자는 강제출국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A업체는 피해자를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팩스만 전송했을 뿐 피해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서 등 고용허가에 필요한 신청서류는 보내지 않았으며,
A업체에게 피해자의 구직등록 유효기간 내에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안내했다고 답변하였다.

□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A업체가 피진정기관에 피해자를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문서를 제출한 것과 피해자에게 고용등록 및 체류허가 신청 접수를 위해 관계기관을 함께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미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피해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구직등록 유효기간이 경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고용허가제로 적법하게 입국한 외국인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열악한 처우에 놓이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피진정기관이, 구직등록기간 경과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피해자에게 고용허가서 발급을 거부한 것은 피해자의 행복추구권 및 직장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행위라고 보았다.

□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합법적 지위를 가진 외국인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 판단
가. 판단기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 2001. 11. 29. 99헌마494 결정은 외국인은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하였고,
헌법재판소 2011. 9. 29. 2009헌마351 결정은 직업의 선택 혹은 수행의 자유는 직업의 자유는 각자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편이 되고 또한 개성 신장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직장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만큼 단순히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외국인도 제한적으로 직장 선택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외국인근로자는 3회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으며,
사업장 변경 신청 후 3개월 이내에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고, 3개월 이내에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하지 아니한 외국인근로자는 출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진정요지에 대한 판단
피해자는 적법하게 E-9(비전문취업) 체류자격을 가지고 입국하여 우리나라에서 고용허가를 받아 직업에 종사하며 일정한 생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노동인력으로서 지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앞서 판단기준에서 본바와 같이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직업의 자유, 보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선택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이 구직등록기간이 경과하여 미등록 근로자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고용 허가를 통한 합법적 체류 지위의 외국인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하고 적극적인 구제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하였고(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2019. 5. 8. 18진정0852000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 거부에 의한 인권침해 결정 참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우리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사업장 변경 기간을 1개월 연장한 바 있다.
이 사건 진정에서 피해자의 구직등록 유효기간 내 신청 의무와 관련된 설명 및 답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의 사실 여부를 차지하고서라도, 피진정기관은 구직자 명부에 등록된 외국인구직자를 알선하고,
사용자와 외국인구직자가 체결한 근로계약 내용을 확인하여 고용허가서와 표준근로계약서를 교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고용허가제로 적법하게 입국한 외국인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열악한 처우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또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구직등록기간을 명시한 것은 외국인근로자가 일하지 않는 상태에서,
혹은 사업장 변경을 구실로 노동의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 업체는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진정기관에 피해자를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문서를 제출한 바 있고, 또한 이 사건 업체가 피해자에게 고용등록 및 체류허가 신청접수를 위해
기관 방문 동행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이미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피해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구직등록 유효기간이 경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렇듯 구직등록 유효기간 경과에 피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고, 고용허가제로 적법하게 입국한 피해자에게 고용허가서의 발급을 불허한 것은 원활한 인력수급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고용허가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진정의 경우 법적 보호 등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될 미등록 외국인근로자가 양산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피진정인이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행정적으로 처리할 보호 의무 또는 주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구직등록기간 경과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피해자에게 고용허가서 발급을 거부한 피진정기관의 행위는 결국 고용허가제로 적법하게 입국하여 사업장에서 노동하며 생활하려는 피해자의
행복추구권 및 직장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