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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랑의 발자국 |
최종수 신부
한강 발원지 태백에서 보광사로 갑니다. 어제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여전히 내립니다. 산 사이로 피어나는 안개가 아름다운 휴양을 보여주는 것처럼 차창을 스쳐 지나 갑니다. 고속도로 전기충전소 기계가 비 탓인지 3대 모두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휴게소까지 불안해서 남강릉 IC에서 나왔습니다. 물어물어 강남동 주민 센터에 갔습니다. 어렵게 찾은 충전소는 택시가 충전 중이었습니다. 30분 가까이 기다렸다가 충전을 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국도를 타고 속초로 향합니다. 보광사 회주 스님께 인사를 드리자 잘 왔다며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사무국장님과 짐을 내려도 되는데, 회주 스님이 짐을 방까지 운반해주십니다. 회주 스님 도량의 품이 얼마나 넓으신지,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옵니다. 저녁공양 목탁이 울리고 밥상에 앉습니다. 반가운 막걸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공양을 올린 막걸리입니다. 묵은 김치, 파와 부추, 보시로 들어온 돼지국밥, 일식 3찬의 소박한 밥상입니다. 회주 스님 말씀에 배꼽이 빠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냉동실에서 조그만 것 세 뭉치를 꺼내 요리를 했어요. 근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다음날 점심 때, 기가 막힌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자, 공양주 보살님이 기절초풍할 얘기를 하는 거예요. ‘스님 그것, 고양이 밥 주려고 모아둔 것인데요.’” “하하하하!” 막걸리보다 걸쭉한 일화에 웃음꽃이 화들짝 만발합니다. 막걸리를 공양한 불자님께 감사하는 저녁공양이 되었습니다. 회주 스님은 퐁퐁으로 그릇을 닦고 저는 물에 행굽니다. 형님 스님과 아우 신부의 환상의 조화입니다. 묵주를 들고 영랑호 산책을 나갑니다. 바다 방파제 아래 조그만 백사장 파도가 물보라 손짓을 합니다. 물보라의 유혹에 그만 넘어가고 맙니다. 한복 바지를 걷어 올리고 맨발로 파도를 밟으며 걷습니다. 발자국을 남기면 파도 물보라가 밀려와 발자국을 지웁니다. 파도는 물보라를 일으키고 사람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습니다. 문득, 떠오른 인생은 사랑의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 여정이 아닐까요?
(최종수 신부님은 무주성당 주임신부에서 1년간 휴양으로 속세를 떠났습니다. 현재 속초 보광사에서 요양 중입니다. 무사히 건강하게 요양하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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