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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140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3. 12. 13. 09:58

지방정부 인권제도 운영에 대한 도전과 과제

 

정 영 선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 인권정책 수행 내실화

 

첫째, 인권정책 수행에 대한 지방정부 집행부의 적극적 의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시장이나 도지사 등 지방정부 수장들이 인권관련 문제에 소극적이거나 특히 정치적 이념과 이해타산에 집착할 경우, 지방정부의 인권정책 수행은 그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인권감수성이 적은 지도자들은 인권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주변 지인들의 압력이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몇몇 지방정부에서는 어렵게 제정된 인권기본조례가 폐지되거나 형식적으로나마 근근이 운영하던 인권기구마저 폐지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권정책 수행에 대한 지방의회의 적극적 감시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인권제도에 참여하는 각 단위별 협치가 매우 중요한데, 특히 주민들을 위한 인권정책을 집행하는 집행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필요한 사항에 대해 강력히 촉구하는 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회는 집행부 업무에 대한 단순한 감시와 견제 수준을 넘어서 중요한 인권 사안에 대해서는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부족하거나 미흡한 면이 발견될 경우 이를 촉구하는 능동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행위자이다.

 

셋째, 인권증진기본계획의 내용이 시의성 및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형적으로만 보기 좋게 포장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방정부가 수립한 중장기 인권증진 기본계획 안에 해당 지역의 필수적인 정책 분야들을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며, 해마다 지방정부의 실제 업무에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행 과정에서 적절한 평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인권 전담부서는 물론 타부서 또는 조직 전체 구성원이 인권증진 기본계획 관련 취지 및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핵심 보호 대상인 소수자약자 대상 세밀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인권실태조사는 인권현상에 대한 객관적 현상을 파악하는 본질적인 목적과 함께 향후 인권전담부서가 쟁점사항으로 해당 계층의 인권정책을 주의 깊게 추진하겠다고 하는 정책의지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지방정부에서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포괄적·반복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것보다는 매년 인권취약계층이나 지역의 인권분야의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해서 인권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객관적 현상을 진단하고 관련 진단결과에 기초하여 새로운 인권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인권영향평가 제도의 적극적 수용 및 이행이 필요하다. 인권영향평가는 지역 구성원의 인권침해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권영향평가가 법률로 제정되지 못함에 따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질적으로 그 시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가 권리로서 인권을 당당히 추구하고,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각종 법령제도 수립, 정책 입안 및 집행, 그리고 무분별한 사업 시행으로 모든 국민이 예기치 못한 인권침해를 입지 않도록 인권영향평가 제도가 하루속히 법적 장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4. 인권문화 확산

 

첫째, 인권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권교육 전 생애에 걸쳐 모든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가를 움직이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인권의식 제고를 위해서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인권 교육에 대해서는 양적 지표로서 인권교육 실행횟수 및 규모에 대한 확인도 중요하지만, 인권교육 내용의 질적 적정성 감독 및 적격한 인권강사단 인재풀(pool)을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각 지방정부 인권 전담부서가 직접 개입하여 인권교육 내용은 감독하는 한편 인권강사단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모든 인권 옹호자가 연대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 인권문화 확산을 위해서 중요한 핵심사업 중 하나가 인권단체 및 관계 기관 등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인권거버넌스 확대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인권협의회 운영과 인권옹호자 포럼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인권 관련 기관 및 실무자들 간의 정보공유와 지역의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협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시군 인권관련 담당 공무원과 인권관련 기관단체협의회, 도 인권위원,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와 도민 등으로 구성된 인권옹호자 포럼을 개최하여 인권정책에 대한 우수사례 발표와 인권교육 특강, 인권옹호자 회의체 구성 및 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러한 인권 연계 사업이 지속적이고 실질적 내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셋째, 인권마을 만들기 등 소규모 지역 중심 인권 문화 프로그램을 확산시켜야 한다. 지방정부의 인권제도가 발전해 감에 따라 이제는 마을 단위의 인권 문화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예를 들면 여러 지방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인권지도 만들기 및 인권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 단위 지역주민의 인권감수성과 인권의식 함양을 도모해야 한다. 인권지도 및 인권마을 만들기 사업은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서울과 광주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써 대부분 인권 관련 민간단체와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가장 작은 단위인 소규모 마을에까지 인권문화를 확산시키는 요소로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이며, 이에 대한 충분한 예산 지원 및 인권 관련 프로그램 지원 등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 맺음말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주로 다뤄지던 인권이란 주제가 국가단위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업무로 자리잡고, 이제는 각 기업 단위 및 소규모 마을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지역의 일상생활에서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인권행정 실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이제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방정부의 인권제도가 진정 인권에 기반을 둔 지방행정’(rights-based on local administration)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권제도 운영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 선행 주자 지방자치단체들의 선구자적 행보가 중요하다. 미흡한 인권제도의 흠결로 인해 여전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고, 정치사회적으로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를 잘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인권제도가 잘 운영될 경우, 인권제도를 정비구축하려는 타 지방자치단체의 귀감이 되고, 인권문화 확산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인권제도의 성공 사례들이 축적되어 그 사례들이 지방자치단체를 넘어 중앙 정부의 인권정책을 견인(예를 들면, 인권영향평가의 법제화)해 낼 수 있는 주춧돌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이러한 인권제도의 성공적 모델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인권도시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좋은 사례로 전해지고 더 나은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되기를 바란다.

 

1) 집행부의 인권정책 수행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고, 정치적 이념에 의해 좌우될 경우, 인권기구는 아예 존립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안타까우면서도 다소 황당하게도 20229월 폐지된 대구광역시의 인권위원회는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2)  서울시의 경우 혐오표현 예방 실태조사, 청년인권인식조사, 아이돌봄 시민여론조사, 노숙인과 대학생 기숙사 등에 대한 인식조사 등 조사범위를 한정하여 세밀하게 실태조사를 추진한 바 있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이주노동자와 이주아동, 그리고 인종차별 등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특별히 이주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3) 20211228일에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인권정책기본법안에도 인권영향평가 항목이 누락되어 있다. 입법예고 단계에서 시민사회에서 이를 추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입법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인권영향평가를 법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4) 인권영향평가는 아직 법률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일부 지방정부에서만 조례로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중앙부처에서는 처음으로 경찰청에서도 201861일부터 인권영향평가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제·개정하려는 법령 및 행정규칙, 국민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및 계획,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하여 인권침해 요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5) 전라북도는 1차 인권기본계획에서 인권지도 만들기와 인권마을 만들기 사업을 인권문화사업으로 추진하였고,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공모를 통해서 추진해왔다. 인권마을 만들기 사업은 당초 인권이 취약한 우범지역이나 미개발지역 혹은 이전에 따른 도심공동화가 예상되는 지역을 문화예술인과 연대하여 인권을 주제로 한 마을재생사업으로 계획되었던 것인데, 그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