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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누리 웹진 제139호 회원의 붓

인권누리 2023. 12. 7. 09:48

지방정부 인권제도 운영에 대한 도전과 과제

 

정 영 선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지방정부 인권제도 발전을 위한 도전과 과제

 

1. 인권규범의 정비

 

첫째로,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 확대를 위해 인권기본조례의 제정이 계속 확산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310월말 현재 우리나라 지방정부 절반 이상이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동안 확산 일로에 있던 인권기본조례 제정 움직임이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정부는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둘째,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인권기본조례의 미흡한 점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각 지방정부의 인권기본조례는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내용은 상당 부분 다르며, 지역에 따라 실질적 운영 내용도 차이가 매우 크다. 특히 주민들의 인권 보호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권센터나 인권보호관제도, 인권영향평가, 그리고 인권기구의 권고나 조사 권한 등이 인권기본조례에 누락되어 있는 지방정부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형식만 갖춘 인권기본조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조례의 내용이 보완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2. 인권기구의 정비

 

첫째, 인권위원회의 역할 제고 및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방 인권위원회는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단순 심의·자문 기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인권위원회는 인권기구로서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좀 더 시의성 있고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집행부(인권전담 부서)에서 주어지는 사안에 대해 단순 심의·자문 기능에 머물지 말고, 좀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인권 현안에 대해서 권고하고 계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권 전담부서의 역할과 기능 수행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특히 먼저 인권 전담 부서 구성원들의 인권감수성을 비롯하여 기본 역량과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공무원 신분의 특성상 담당 직원들의 순환근무 방식으로 부서이동이 잦은 편인데, 이들을 기계적인 순환근무 체계 속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 동안 고정적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권 업무라는 것은 상당한 기간 동안 시간을 들여서 전문성을 함양해야 하고, 특히 조사보고서 작성 등에 대해서 숙련된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1~2년 만에 부서 이동을 하며 순환 근무하는 현재의 근무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업무 적응 시간이 꽤 소요되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

 

셋째, 인권센터의 조사구제 기능 강화를 위해 별도의 조사 전문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그 동안의 인권센터 운영 현황을 돌아 보건대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 조사 요청이 있을 경우, 업무 담당 조사관이 조사 방법이나 인권침해 사건 처리 관련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권센터에서 예비조사는 물론, 본조사 과정에서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여 보다 내실있는 조사를 꾀하고, 인권침해 유형별 맞춤형 개선(시정) 권고를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력 보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전문조사관을 별도로 충원하는 인사 보완 조치가 필요하며, 이에 더하여 조례 개정 등을 통하여 인권침해구제위원회를 별도로 도입하여야 한다.

 

넷째, 인권센터와 인권보호관의 업무독립성이 필요하다. 인권보호관제의 실질적 운영 여부는 지방정부 인권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권보호관은 자신이 소속한 집행부를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권보호관제도를 두는 것은 그만큼 해당 지자체가 인권 문제에 개방적이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보호관제도를 두면서도 그 운영에 있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지자체에서 업무 전결권이나 복무 관련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의 비인권적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인권보호관이 지자체 집행부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도록 행정적 뒷받침이 보장되어야 지방정부 인권보호관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모든 광역자치단체에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 법이 아닌 조례에 의해 설치된 지방 인권기구는 조례의 관할 범위를 벗어나는 사안이나, 검찰이나 교정기관 등 국가기관 내에서 인권침해 발생 시 조사 권한이 없다. 이러한 권한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가 현재 5개 광역시도에만 있어서 나머지 지역 주민의 시간적·지리적 접근성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광역자치단체에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를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

 

 

 


1) 새로이 제정되기는커녕 안타깝게도 힘겹게 제정된 인권기본조례가 폐지될 위기 상황을 맞기도 한다. 2023911일 충청남도 의회에서는 인권기본조례 및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발의되었다. 시민사회의 반대와 법원의 결정에 의해 곧바로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11월 본회의에서 재차 폐지안이 상정될 예정이어서 시민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남도에서는 2018년에 한 차례 인권기본조례가 폐지되었다가 다시 제정되는 우여곡절을 이미 겪은 바 있다.

2) 인권위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여 판단해야 할 인권 사안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거수기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반면교사로는 인권현안 문제에 적극 대응한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권고 사례들이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면, 이태원클럽사태: 소수자혐오대응방안 마련 권고 (2020.5.11.~.), 외국인 재난긴급생활비 관련 활동권고 (2020.3.5.19~), 노숙인, 공공일자리 개편조치 철회 권고(2020.6.23.),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 주거대책 긴급성명(2021.2.2.), 코로나19시대 아이돌봄 관련 인권포럼(2020. 10. 27.) 및 돌봄 관련 권고(2021.3.18.), 외국인노동자 진단검사 명령 철회 권고 (2021. 3. 18), 주거취약계층 인권보장을 위한 권고(2021.4.4.) (2021.5.13.) 등이 좋은 사례이다.

3)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사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담당하게 되는 사업의 질적 내용과 사업 관련 예산 규모는 적정한지, 인권 전담부서가 타 부서와의 업무 갈등은 없는지, 인권 전담부서가 업무 수행하는데 집행부(도지사 등)로부터 실질적 지원을 확보하고 있는지, 집행부의 민주적·인권적 감수성은 충분한 지 등을 깊이 고려하여야 한다.

4) 인권보호관과 인권침해구제위원회를 동시에 두고 있는 사례로는 서울특별시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