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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들에 대하여 |
정관성
방송을 켜면 유명 연예인들이 모여서 뭔가를 자꾸 먹습니다. 마른 사람도 먹고, 몸집이 있는 사람도 먹고, 남자도 먹고, 여자도 먹습니다. 먹는 것에 열중하면서 연신 맛있다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떠들곤 합니다. 또 무슨 정보를 전달한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맛집에서 소문난 음식을 먹으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말할 틈도 없다는 듯이 음식과 맛에 열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열중하는 음식, 맛있다고 유난을 떠는 음식이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에 비해 대단히 맛있는 게 아니고, 대단히 몸에 좋은 것도 아니며 가끔은 유명세 뒤에 독한 상술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한 번도 방송에 나오지 않은 음식점”이란 말이 한 때 눈길을 사로잡은 씁쓸한 기억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거기에 한 술 더 뜹니다. SNS에 자기가 간 집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자기가 주문한 식사를 사진에 찍어 올리며 자랑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인정받는 트렌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고양이와 개 사진을 자주 검색하면 알고리즘으로 고양이와 개에 대한 정보와 상품 광고가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에게 자기 SNS에 뜨는 광고를 보여주며 공감을 사려 한다는 말엔 노력이 가상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정 받고, 존중 받고, 주류 흐름에 같이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가끔 너무 지나치게 남들 눈을 의식하며 살아가며 자기를 포장하기에 바쁜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누군가의 인정에 목마른 게 아닌가? 인정을 원해 책을 쓰고, 위로를 구하여 SNS를 하는 건 아닌가? 심지어 회사에서 엉뚱한 주장을 하는 후배에게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아닌가?
음식을 엄청나게 먹는 연예인들에게 영양이 부족한 게 아니고, 음식점 사진과 관광지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자존감이 부족한 게 아니고, 회사에서 후배 눈치 보는 사람에게 관심이 부족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들과 우리는 모두 어떤 매개를 통해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통의 매개로 음식, 관광지, 약간의 우회적 방식, 글쓰기, 화장, 드라마 정주행 등이 활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먹고, 혼자서 즐기기에 자기의 소중한 경험은 그냥 지나치기에 아까울 정도로 소중하니까요. 소외에 대한 두려움도 한 축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남들이 모두 하는 것을 자기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심한 경우 상실감은 강박이 되어 쇼핑중독이나 과소비로 인한 파산 및 개인회생 신청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월세를 살면서 남들에게 기죽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그만입니다. 다만 가족이 그런 경우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것 같습니다.
해외에 공직자의 아내로 일하는 남편을 도우러 나가서 명품 쇼핑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밖에 나가서 하고 싶었나 봅니다. 누군가에게 문화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학위가 필요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복사해서 붙여넣고 학위를 받았습니다. 인류에 대한 사랑과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배고프고 어린 외국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델료는 좀 쥐어줬을 거 같습니다. 배고픈 아이에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남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어찌하면 많이 벌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선수를 동원해서 주식 가격을 조작하여 적지 않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를 뭐라하는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음식점을 찾아 사진을 찍어 올리는 우리 이웃과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위해 사진을 찍어 올리는 그분 사이에는 참으로 큰 강이 놓여있습니다. 소통은 그런 방식으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소외를 두려워한다면 다른 방식을 찾기를 바랍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일 경우 애정 어린 충고와 인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부족한 것들은 뭘까요? 부족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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