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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고 흩어지는 것들 |
정관성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옵니다. 입춘이 지났으니, 좀 있으면 우수, 한 달 후엔 경칩입니다. 이미 양지 바른 개울가에는 도롱뇽 알이 봄을 기다리며 둥글게 말려 있을 것입니다. 그냥 이제 봄이라고 해도 좋을 때입니다. 봄이 오면 흩어졌던 생물들이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개구리, 뱀, 도롱뇽, 제비, 온갖 꽃들과 곤충들이 기온의 변화를 느끼고 모여들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게 됩니다. 멀리서 보면 자연은 한껏 조화롭고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생명의 순환은 치열하고 잔인하기도 합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지요. 봄이 오는 때를 맞추어 정치권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매번 어찌 알았는지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여론조사에 잘 응해주라고 합니다. 며칠 전 많이 바쁜 중에도 여론조사에 응하려고 했더니, “전라북도 50대 남성”은 응답이 완료되어 안 해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50대 남성은 참으로 친절한 분이 많거나, 정치적인 관심이 높은가보다 생각했습니다. 혹은 누군가의 문자에 참으로 진심이거나. 꼭 그렇진 않지만, 제가 경험한 느낌은 총선에선 갈라지고, 대선에선 합쳐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비교적 작은 지역구에서 의욕에 넘치는 후보들이 난립하면, 각자의 기대는 처음 기대로 시작했다가 확신으로 변화되고, 확신은 자신감과 열정을 쉼 없이 불어넣어 주나 봅니다. 도시의 공기가 자유를 주듯 선거의 바람은 활기를 주는 걸까요?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만날 혼자서 묻고 혼자서 대답도 필요 없이 지나치던 것들에 대해 지면을 활용해 물어보고자 합니다. “도대체 각 후보들이 하겠다는 것은 뭘까?”입니다. 요즘 아이들 논술학원에서 한 줄로 답하라는 연습을 하던데, 후보들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한 줄로 답해 보면 어떨까요? 온갖 미사여구와 자신을 믿어달라는 백 마디 말보다 하고 싶은 거 한 줄로 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 줄로 말하되, “국민을 이끌 사람들이라면 최소한의 품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라를 이끌겠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군수 후보 공약, 시장 후보 공약, 도의원 후보 공약과 구분하기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어디에 길 놓아준다느니 어디에 공단 만들어 발전시키겠다느니 어디를 위해 예산을 얼마를 끌어오겠다느니 그런 공약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낮추는 게 아닐까요? 적어도 국회의원 공약이라면 저출산 대책을 위해 주택정책과 교육정책의 흐름을 바꾸고 개선하겠다고 하거나, 전북민을 포함한 전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동네 어디에 도로 놓아서 지역 주민 몇몇의 편의를 도모하자는 말씀은 군수나 구청장에게 맡겨주시고요.
하나만 더 묻자면, “누구누구와 친한 사이고, 누구누구의 신임을 받은 사람”이라는 말 좀 그만 하면 안 되겠습니까.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는 하나, 이쯤 되면 소들이 비빈 언덕이 평지가 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당선 되고 싶고, 누구누구가 영향력 있고 인기 있으니, 그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에서 그러는 거니 널리 이해해 달라고 해서 그러라 하고 싶어도 영 찜찜합니다. 결국 정치 일선에 나가면 비비던 언덕만 보고 정치할 것인가요? 자신에게 표를 준 국민을 보고 정치할 것인가요? 뒷배가 되었던 분의 뜻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니 뜻을 같이한다고 말하겠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들의 줄서기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같아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판입니다. “누구누구”는 그만큼 국민 위에 군림하기 딱 좋은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유권자들이 표를 주어 당선되었으니, 각골난망이라고 감사하는 것은 그때뿐입니다. 그걸 알고도 사람들은 표를 줍니다. 그들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못 미더워서 주는 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중요한 판단을 하게 될 때에는 표를 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라는 마음에서 줍니다. 믿음이 가지 않음에도 표를 준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한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권력과 명예를 위해 이합집산하고 합종연횡으로 분주한 사람들, 혹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한 번 더 허리를 굽히면 그만이라는 사람들, 어부지리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은 사람들은 알아야 합니다. 입 큰 개구리가 마냥 떠들다가 입 작은 뱀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민중의 바다에서 그들은 한 가닥 풀잎이고, 하루를 살다가는 부나방이라는 것을. “그래 믿기진 않는다만, 잘 할 진 모르겠다만, 능력이 있는지는 더 모르겠다만, 혹은 지금까지 잘 했다는 말도 신뢰할 수 없다만, 하겠다고 하니 표를 준다. 다만 이건 기억해라. 당신 당선에 모인 표는 신뢰의 총합이 아니라는 사실! 입심 깨나 있다고 떠들다가 언제 그런 사람 있었냐는 듯이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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