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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도반 |
최종수(천주교 전주교구 신부)
영혼에도 눈이 있지만 발에는 눈이 없다. 새벽이슬 영혼의 눈빛으로 서로의 발길을 인도하는 인생의 도반 동양승 서양승 도반의 인연이 스무 해를 훌쩍 넘었다. 인류동포애로 어깨를 걸은 우리 인생의 인연은 북한 기근이 심각했던 꽃제비 시절, 북한동포돕기 5대종단전북종교인협의회가 인연의 첫 걸음이었다 마른 체형에 카리스마가 강렬한 첫 인상, 허나 많이도 필요 없다. 한 서너 번 만나면 푼수도 그런 푼수가 없다. 해픈 웃음만큼 정이 많다 배려는 심산유곡 지리산 골짜기처럼 깊다
인생은 운전이 아닐까, 긴 터널을 통과하듯 우울한 시절을 지나가야할 때도 있다 내 안에 큰 적이 있듯이 가까운 사람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때때로 무덤까지 지고 갈, 십자가같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자기와 다른 생태의 길을 간다고 가슴에 대못을 박듯이 상처를 준다. 그동안 쪌고 쪌은 고운정을 봐서라도 그러면 안 될 가까운 지인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가슴앓이, 치유하는데 관계를 맺어온 세월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신학교 입학동기 피정집에 전화를 걸었다. 하숙비 줄테니 방하나 달라고 사정했다. 다른 곳 알아보고 없으면 연락해 달라한다. 바랑 하나 짊어지면 벼랑끝 도솔암까지 가는 수도승, 모악산 대원사에서 영랑호 보광사로 수행처를 옮긴 도반 스님! 팔 개월 넘게 매일 성모 동산에서 맨발로 한 시간 이상 묵주기도를 바쳤다. 간절하면 통하는 것일까 영랑호 보광사 400년 사찰을 찾아 회주 스님과 차담을 나눈다. ㅡ형님, 팔월부터 일 년 안식년 휴양에 들어갑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말을 받는다 = 그래요. 방 하나 줄테니 여기서 지내세요. 절만 나가면 영랑호고 자전거 두 대나 있고요. 10분만 타면 바닷가에요.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하루고 일주일이고 방에서 딩굴딩굴해요. 방 하나 소원을 품고 찾아간, 우울한 인생의 터널을 지나가는 도반 아우 영혼에 울컥, 뜨거운 감격이 몰려 온다.
추신 "다른 곳 알아보고 없으면 연락하라"고 한 동기분이 저에게 보광사에 머물게 한 은인입니다. 보광사는 영랑호 동해바다 설악산을 매일 볼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외아들이신 회주스님이 저를 막둥이 보살피듯 챙겨주십니다. 제 영혼의 보물창고에 평생을 간직할, 부처님의 은혜와 가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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