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숙사생에 대한 아침운동 강요 중단 및 기숙사 운영규정 개정 권고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4년 3월 4일 ○○고등학교장(이하 ‘피진정인’)에게, 학생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기숙사생에 대한 아침운동 강제를 중단하고 기숙사 운영규정 중 아침운동에 관한 부분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 ○○고등학교(이하 ‘피진정학교’)에 재학 중인 진정인은, 전교생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피진정학교에서 학생 건강을 위한다는 사유로 다리가 아픈 학생을 제외하고 전교생을 매일
아침 6시 40분에 깨워 약 20분간 운동을 시키고 불참 시 벌점을 부과하는데, 이는 부당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기숙학교인 피진정학교 학생들에게 올바른 생활습관을 길러주고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원래는 필수과정으로 40분 구보 형태의 아침 점호와 운동을 진행하였으나,
코로나19 시기에 잠정 중단 후 현재는 20분 동안 학교 근처를 산책하는 형태로 간소화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별 사유 없이 고의로 점호 및 운동에 불참하는 학생은 부득이하게 벌점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학생은 교육에서 수동적인 관리 객체가 아니라 엄연한 주체이고, 자주적 인간으로서 인격을 형성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비록 학생들의 생활습관 함양 및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학생 스스로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강제적인 운동은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 하나의 학교생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진정학교가 학생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아침운동을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인격을 발현하는 가운데 생활 영역을 주체적으로 형성해 나갈 권리를 제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보다 규율과 복종의 내면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바탕을 둔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아침 운동을 강제하는 것을 중단하고 기숙사 운영규정 중 관련 내용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 판단
가. 판단기준
대한민국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헌법재판소 1997. 3. 27. 95헌가14등 결정). 우리나라가 가입하여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2조 및 제28조는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은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가지며, 당사국은 학교 규율이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과 합치하고 이 협약에 부합하도록
운영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교 교육 과정에서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함을 규정하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 인권 규범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나. 진정요지에 대한 판단
진정인은 피진정인이 기숙사에서 아침에 기상하여 약 20분 동안 ○○산 자락 ○○길을 산책 및 운동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벌점 3점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기숙학교로써 학생들의 생활 습관을 바르게 함양시키고 체력 증진을 위해 아침 점호와 함께 운동을 실시해 오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학교의 전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진정인의 주장과 같이 학생들의 생활 습관을 바르게
함양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단체적으로 아침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시간에 기상하여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 수업을 들으며 취침을 하는 기숙사 단체생활만으로도 충분히 이러한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학생들의 체력 증진을 위한 목적은 학생 스스로의 필요성과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숙사 혹은 학교 내에 운동 공간이나 시설을 보완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더욱이 운동의 효과는 운동하는 사람의 심신 상태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선택하여 그것을 합리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피진정학교 기숙사의 취침 시간이 24:00 혹은 01:00로 학생들의 수면 시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학생에 따라서는 조금 더 쉬는 시간을 가지고 싶더라도 자유의사를 표현하기 어렵고
사실상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아침 운동은 운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또 하나의 과업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학생들의 체력 증진과 생활습관 함양을 위해 아침
운동이 필요하고 이를 권장하고 싶다면, 아침 산책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참여하도록 하고, 참여한 학생들에게 상점을 주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동기를 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으며 운동의 긍정적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진정인은 아침 운동의 필요성으로 아침 식사와 등교 등 다음 일과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고도 답변하고 있는데, 위 인정사실 라항과 같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획일적인 아침
단체 운동을 시행하지 않고도 하루 일과를 운영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므로, 피진정인의 이러한 주장 또한 합리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학생은 교육에 있어서 수동적인 관리객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이며 자주적 인간으로서의 인격형성과 인권이 보장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들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아침 운동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활 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주성의 가치가 아닌 규율과 복종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내면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학생들의 생활 습관 함양과 체력 증진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모든 학생에 대해 사실상 강제적으로 아침 운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 행위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관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여 같은 법 제10조 후문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피진정인에게 학생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존중과 보호 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기숙사생에 대한 아침 운동 강제를 중단하고, 기숙사 운영규정 중 아침 운동에 관련한 부분을 개정할 것을 권고할 필요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