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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학교의 과도한 복장 제한은 학생의 자기결정권 등 침해 |
- OOOOOO 교장에게, 교원·학생·학부모가 협의하여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2024년 6월 5일 OOOOOOOOO스쿨 OO 교장(이하 ‘피진정인’)에게, 학생의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 및 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동절기 방한용 덧옷 착용 여부 및 하절기 재킷 탈착 여부 등에 관한 복장 관련 규정을 교원·학생·학부모가 협의하여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 OOOOOOOOO스쿨 OO(이하 ‘피진정학교’)의 학생인 진정인은, 2023년 2월경 날씨가 추워서 교복 재킷 위에 외투를 입자 교사가 규정상 재킷 착용만 가능하다며 외투를 압수하였고, 같은 해 5월경에는 날씨가 더워서 식당과 교실에서 재킷을 벗자 교사가 규정상 재킷 착용이 필수라며 재킷을 강제로 입게 하였는데, 이는 지나친 조치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학생들의 복장 제한은 학칙에 근거한 것이고, 교복 착용 시기 등 관련 정책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리 알렸으므로 절차상 문제의 소지가 없으며, 사립 국제학교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진정학교는 날씨 및 기온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여 학생들의 복장에 알맞은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교실 내 모든 학생이 똑같은 온도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자질로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 이에 대하여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국제학교의 특수성 여부와는 별개로 피진정학교가 학생이 누리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상의 기본권을 보호 및 보장하여야 하며, 부득이하게 이를 제한하려는 경우에는 형식적, 실질적 정당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 피진정학교 복장 규정은 하절기에 재킷 착용을 의무화하고, 동절기에는 재킷 이외의 외투 착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고려하지 않고 생활양식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학생 구성원 전체가 기온과 같은 환경에 대한 불편을 감내하고 획일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사회성을 기르거나 교육 질서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 이에 인권위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피진정학교의 교원·학생·학부모가 협의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 판단
가. 판단기준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1991. 6. 3. 89헌마204 결정 및 2003. 10. 30. 2002헌마518결정 등은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서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전문에서 아동이 고유한 존엄성 및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지는 주체임을 선언하며, 아동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제12조 제1항), 표현의 자유(제13조 제1항), 사생활의 권리(제16조 제1항)을 보장하고 있으며, 특히 학교 규율이 아동의 ‘존엄성과 합치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8조 제3항).
나. 이 사건 진정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피진정학교는 학칙에 근거하여 학생들의 복장을 제한하고, 교복 착용 시기 등 관련 정책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전에 전달하였으므로 절차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음과,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사립 국제학교로서의 특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학교의 특수성 여부와는 별개로, 피진정학교는 학생이 누리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헌법과 국제인권기준 상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보장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이를 제한하려는 경우에는 형식적 정당성과 실질적 정당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특히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2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복장과 같이 학생들의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하여는 절차에 따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피진정학교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제학교 설립 목적의 달성과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도교육청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도 국제학교 평가 운영 규정」 제3조(평가의 원칙) 제1항에서 평가는 국제적 기준과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특별법 제216조, 제223조, 제228조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초등학교·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에 상응하는 국제학교에서 교육과정 전부를 이수한 사람은 각각 초등학교·중학교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같은 수준의 학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국제학교인 피진정학교는 학교 운영에서의 자율성이 상당 부분 인정되더라도, 그와 별개로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따르면서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에 부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2022년 학교규칙 운영 길라잡이(학생생활에 관한 사항) 제·개정 안내서’에 따르면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과정은 교육 과정의 하나인 만큼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율과 책임 중심의 자치 규칙’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들에 근거하여 피진정학교는 학생들에게 복장 착용 등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개된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학생은 일방적인 규제와 지도의 대상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기본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학교의 영역에서도 기본권 행사의 방법을 연습하는 기회를 부여받을 때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형성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복장 등의 규제가 기본권을 제한당하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규제의 목적이 통제의 편의성이 아닌 학생의 보호와 인격 형성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규제 시에도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규제의 정도 또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교내에서의 복장 착용 문제와 관련하여 피진정학교는 날씨및 기온 변화를 상시 모니터하여 학생들의 복장에 적합한 냉난방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으며, 교실 내 모든 학생이 동일한 온도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면서 기르는 자질로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질서유지와 교육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학생들의 복장에 대해 어느 정도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학생 구성원 일체가 기온과 같은 환경에 대한 불편을 감내하고 획일적인 모습을 하여야만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교육 질서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기본권 행사의 주체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피진정학교가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의 복장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개성을 발현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자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2018. 11. 27. ‘편안한 교복착용 관련 학교규칙 운영 매뉴얼 개정 안내’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발송하여 일선 학교에 전파하도록 한바 있다.
이에 따르면 ▷계절별 교복착용 시기와 관련하여 ‘교복(춘추복·하복·동복 등)의 착용 시기는 학생 개인이 계절별 특성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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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외 의류 착용과 관련하여 ‘교복 외에 방한용 덧옷, 조끼 등의 착용 여부 및 색상·형태 등에 대해서는 학생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교복 유형과 관련하여 ‘남녀 교복유형에 다양한 형태(생활복·후드티·티셔츠·원피스·반바지 등)를 규정할 수 있으며, 여학생의 경우 치마와 바지의 착용 여부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는 점을 교복 관련 학칙의 예시로 제시하고 있다.
피진정학교는 하절기에 스웨터 착용은 자율이지만 재킷 착용은 의무로 하고 있고, 동절기에는 재킷 이외의 외투 착용은 금지하고 있으며, 외투 착용 적발 시에는 지도 교사가 외투를 보관하고 있다가 일과 후에 돌려주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피진정학교는 날씨 및 기온 변화를 상시 모니터하여 학생들의 복장에 적합한 냉난방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나, 학생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상대적으로 다르고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은 자신의 생활양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므로 학생 개개인의 생활양식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여야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학교의 복장 규정에 맞추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 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가 확보될 수 있도록 피진정학교의 교원·학생·학부모가 협의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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