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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경찰 조사 시 진술 조력인 참여 등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2024년 9월 10일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 경찰청장에게, △문자를 해독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조사할 때는 경찰관이 적합한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하거나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참여시켜 진술을 조력하도록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49조 제2항을 개정하고, 시·도경찰청 및 소속 경찰서에 해당 사례와 개선조치 내용을 전파할 것,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제공하는 피해자 권리 및 지원제도 정보를 시각장애 등 장애유형을 고려하여 적합한 방식으로 안내할 것, △교통사고 조사과정에서 사고조사 목적 이외에 사고 관련자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교통사고조사규칙 제7조 및 제36조 규정 준수를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하고, ◇◇◇◇경찰서장에게, 피진정인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유사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였다.
□ 시각장애인인 진정인은 교통사고 피해자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이하 ‘피진정인’)에게 조사받는 과정에서 피진정인이 교통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설명해 주지 않았으며, 신뢰관계인 동석 여부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고,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가해차량 보험회사에 제공하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진정인에게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의 권리 및 지원정보’에 대한 안내서를 주었고, 설령 신뢰관계인 등이 동석하였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 목격자 등이 아닌 이상 조사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진정인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 적극적으로 진술 조력인을 참여시켜 주었을 거라고 답변하였다. 또한 교통사고 피해보상 처리를 위하여 가해차량 보험회사 콜센터 직원에게 진정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었을 뿐, 가해자에게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알려준 사실은 없다고 하였다.
□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의 권리 등에 관한 안내서를 주고, 가해자의 보복범죄 우려 시 경찰에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요청할 수 있음을 안내한 사실은 인정되나, 진정인이 시각장애인임을 고려하여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신뢰관계인 동석권 등 형사절차상 피해자의 권리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는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피해자 진술조서, 교통사고 현장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확인하기 어려운 시각장애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진정인에게 형사절차상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구체적인 조력 내용을 안내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피진정인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4항 및 제6항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더불어, 피진정인이 정보주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교통사고 피해자인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가해차량 보험회사에 제공한 것은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보았다.
□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게 시각장애인 경찰 조사 시 진술 조력인 참여 등에 대한 사항을 권고하였다
□ 판단 1) 판단기준 대한민국 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11조는 누구든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 금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3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 제2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등 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26조 제1항에서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 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 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 같은 조 제4항은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사법, 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7조 제1항은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같은 법 제26조 제8항에 따라 장애인이 사법, 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그에 참여하기 위하여 요구할 경우 보조인력, 점자자료, 인쇄물음성출력기기, 한국수어 통역, 대독(代讀), 음성지원시스템, 컴퓨터 등의 필요한 정당한 의를 제공하여야 할 것을 규정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공공기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를 말한다. 한편, 경찰수사규칙 제2조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는 수사를 할 때에 합리적 이유 없이 피의자와 그 밖의 피해자 참고인 등의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하면서, 같은 규칙 제81조에서 사법경찰관리는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 ‘신변보호 신청권, 신뢰관계인 동석권 등 형사절차상 피해자의 권리’, ‘범죄피해자구조금, 심리상담, 치료 지원 등 피해자 지원제도 및 지원단체에 관한 정보’, ‘그 밖에 피해자의 권리보호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하여야 함을 규정한다. 이를 위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칙 제15조 및 제16조는 피해자에 대한 정보제공과 절차를 명시하고 있으며, 경찰관은 같은 규칙 제16조 제1항의 별지 제1호 서식의 안내서(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 권리 안내,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안내, 이하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 권리 등 안내서’라 한다)를 출력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찰수사규칙 제90조는 사법경찰관리가 청각장애인 및 언어 장애인이나 그 밖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조사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장애인 본인, 보호자, 법정대리인 등의 신청에 따라 수화ㆍ문자통역을 제공하거나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참여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차별행위 여부 이 사건 교통사고 진술조서에 따르면, 피진정인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칙 제16조 제1항에 따라, 진정인에게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 권리 등 안내서를 교부하고 경찰에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요청에 대해 안내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진정인의 시각장애를 고려하여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신뢰관계인 동석권 등 형사절차상 피해자의 권리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피해자 진술조서,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 CCTV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각장애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진정인에게 형사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조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안내하여야 했으나, 그러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진정인의 행위는 헌법 제11조에서 정한 평등권 보장에 위배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4항 및 제6항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3) 인권침해 여부 피진정인은 교통사고 피해자 보상처리를 위해 당사자의 개인정보제공 동의여부 확인 없이 이 사건 조사일 2023. 3. 14.에 교통사고의 가해차량 보험회사 콜센터 직원에게 진정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진정인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바가 없으나 2023. 3. 14. 자신의 휴대전화로 가해차량보험회사로부터 사고처리를 위한 안내 알림톡을 받았다. 피진정인은 교통사고조사규칙 제36조에 따라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사고조사목적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용되거나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용도로 이를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에 피진정인이 가해차량보험회사에 진정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제공한 행위가 같은 규칙 제7조에 따르는 교통사고조사 목적인 ‘부상자의 구호 및 사체의 처리’, ‘사고확대방지와 교통소통의 회복’, ‘사고방지 대책을 위한 정확한 원인조사’, ‘형사책임의 규명’, ‘그 밖의 사고와 관련된 자료의 수집 등’에 부합하는 지 살펴보면, 본 사안은 위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만한 사정은 없다. 또한 피진정인의 주장처럼 교통사고 피해자인 진정인에 대한 보상 처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피진정인은 진정인에게 동의를 받은 후 정보를 제공하였어야 한다. 따라서, 교통사고조사관인 피진정인이 정보주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교통사고 피해자인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가해차량보험회사에 제공한 행위는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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