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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시인의 <시가 있는 밥상> |
백승종(역사학자, 서강대 명예교수)
오인태 시인의 <시가 있는 밥상>(인사이트북스, 2014) 이 책에는 “세상의 저녁을 따뜻하게 하는”이란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에 많은 위로를 얻었어요. 시인 오인태 선생님을 알게 된 지도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선생님은 천품이 고운, 퇴직한 교장 선생님이신데 어지러운 세상사를 외면하는 이는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우리 현실의 여러 모순을 가슴 아파하지요. 갈등을 해결하고 나아가 폭력의 종식을 위해 애쓰는 분입니다.
비록 나 한 사람을 위한 밥상이라도 정성을 기울여 국을 끓이고 상을 차리는 반드시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믿고 항상 그렇게 실천하는 시인입니다. 멋져 보이는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아주 작은 일이라도 자신과의 약속을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이가 매우 희귀한 세상입니다. 국어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하셨는데, 평교사부터 장학사,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 등을 거쳐 교장 선생님으로 평생을 교육에 바쳐왔습니다. 교육 현장의 애로점을 속속들이 알고, 또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의 방법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고뇌한 시인이지요. 오인태 선생님은 페이스북에서 워낙 인기가 높아 별명이 “페통령”, 즉 페이스북의 대통령이라고 하지요. 어느 해던가 어느 신문사의 보도에 따르면, ‘지역 정치인의 소통구조 분석’에서 선생님은 지역의 모든 정치인을 제압하고 소통지수에서 당당 1위를 차지하였다는 보도를 읽은 기억이 선명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오인태 시인님 같은 분이 장차 출신 지역의 교육감도 맡고, 나아가 교육부 장관도 하면 참 좋겠습니다.
이제 그럼 책에 실린 오인태 선생님의 시 한 편을 읽어볼까 합니다.
<길 떠나는 이를 위하여>라는 시입니다.
뒤돌아보지 마시게 선길로 쭉 걸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언덕길에서 미끄러지더라도 앞으로, 곧장 앞만 보고 가다가 누군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연민도 집착도 싹둑싹둑 잘라 버리고 앞만 보고 가다가 어떻게 걸어 왔는지조차도 되돌아볼 것 없이 앞만 보고 가다가 행여 외로움이라든지 그리움이라든지 사무쳐 환장이라도 들거든 그냥 아주 잠시 무릎 세워 엎드렸다가 그래도 곧장 일어나 앞만 보고 가다가 때로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도 머뭇거릴 것 없이 앞만 보고 가다가, 마침내 되돌아볼 미련이나 나아갈 오기마저 스러져 모든 길이 환하게 사라졌을 때 거기 먼저 온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혹은, 먼저 피어 있는 꽃이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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