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 뉴스레터

웹진 제 33호 오동선 교사의 인권이야기

인권누리 2021. 11. 25. 13:26

권리의 제한

 

모 중학교로 학생인권교육을 가서

여러 가지 인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러분은 두발 복장 등 여러분의 몸을 자유스럽게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라며 신체의 자유와 관련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눴고, 그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일부 학생들이 학생부실에 용감하게(?) 찾아 가서 선생님께 두발 자유를 요구했나보다.

이후 학생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익숙하게 처리하던 대로 학생부 선생님은 그 학생들을 혼내면서, 두발자유는 없고 우리학교 학칙에 규정한대로 계속 단속할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한 발 더 나가서 인권교육을 추진했던 업무담당선생님께 인권강사가 학교에 와서 학교 실정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하면 어찌 하냐며 항의했다 하고, 여차저차 나중에 내게도 그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민국 헌법 제 12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이것은 자유권의 영역 중 가장 기본적인 내용에 해당한다. 자신의 신체를 자기 마음대로 관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자유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구금하거나 신체를 강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의 수사기관이 이를 위반하여 불법하게 인신의 자유를 침해한 때에는 불법 행위 내지는 범죄가 성립되어 국가 또는 행위자 본인에게 손해 배상의 책임이 발생한다고 까지 명시하고 있다. 즉 자유권적 기본권은 국가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말하며 국민 각자가 그 자유로운 활동을 국가 권력에 의하여 제한 또는 구속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헌법규정에 따른다면 위의 학교 학생들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좀 더 과장해서 해석한다면 대한민국의 국민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 싶다.

다만 해당 학교에서는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 헌법 제37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에 따라서 질서유지와 교육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학교생활규정을 통해 두발과 복장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었으며 그에 따라 정당한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 그 말에 일견 일리도 있다. 하지만 동법에는 단서조항이 있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즉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두발 복장 규정이 과연 타당한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학생들의 머리스타일중 옆머리를 짧게 자른 뒤 상어의 아가미처럼 세 줄기로 민머리가 드러나게 하는 것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12일의 은지원이 그 스타일을 하면서 번진 것이다.

학생들이 그 머리 스타일을 하고 오자 동학년을 함께 했던 선생님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답지 못하게 머리가 보기 좋지 않다. 다른 학생들은 이런 스타일 하지 말아라.“라고 지도하는 선생님도 계셨고, 또 어떤 선생님은 네 머리가지고 네가 하겠다는데 알아서 해라는 선생님도 계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도대체 선생님이 왜 학생의 머리스타일을 가지고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 걸까라는 본질적 의문을 가지게 된다. 위생상 문제가 있거나 혐오감을 주는 스타일이라면 모를까 다양한 스타일을 해보는 건 각자의 개성인데 그런 것까지 간섭하는 게 교사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대략 2년간 기른 적이 있었다. 머리가 어느 정도 자라 관리가 힘들어져서 묶고 다니기도 했었다. 머리를 묶고 출근한 첫 날. 아이들은 멋지다는 반응부터 선생님이 도대체 왜 저러시나~ 까지 반응이 갈린다. 남자교사가 장발을 넘어 머리를 기르고 심지어 묶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문화충격이기도 했나보다. 그리

고 신기한 듯 자연스레 묻는다.

 

선생님. 도대체 머리를 왜 기르세요?”

그냥. 길러보고 싶어서. 왜 이상하니? 머리를 기르거나 짧게 자르거나 내 신체잖아. 누군가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혐오감을 주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면 내 머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건 나의 권리니까. 혹 내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 사람의 취향일 뿐이고 내게 강요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난 이 스타일이 해보고 싶었고 당분간은 유지 할 거야.’

자연스럽게 내 머리가 인권교육의 교재가 되어 버렸다.

 

기본권을 제한 할 때는 제한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한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하며 그 이유 또한 타당해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 없이 "학생다워야 하며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등의 논리로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은 학생에게는 기본권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증거 하는 것이다.

 

"두발복장에 신경쓰다보면 공부에 방해 된다"는 그럴듯한 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두발복장을 제한해서 학력이 향상되었다면 세계적 학력상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나왔을 것이다.

 

좀 더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획일화와 통제는 사회와 교사, 학부모의 암묵적 합의를 동반한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불신에 기초한다.

'공부 잘해야 훌륭한 사람(혹은 부자가)이 된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더 많이 의심하고 더 많이 통제한다. 심지어 학생을 거의 예비범죄자 수준으로 대하는 학교생활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기도 한다.

이런 의심과 통제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리 없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부여할 때 책임 또한 명확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