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누리에서 불어오는 인권바람이야기
전라북도 인권행정 제도의 개선방안을 정리해 봅니다.(31)
1. 인권이란 무엇인가?
가. 인권의 개념과 정의
인권(人勸) Human Rights 이란 인간의 권리를 줄인 말입니다.
인간과 권리의 합성어인 인권은 보통 ‘인간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권은 보통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 정의됩니다.
이러한 인권에 대한 정의에는 ‘존엄성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고 이는 침해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즉 인권은 ‘자유와 평등’으로 표상되는 인간의 존엄성과 ‘침해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는 두개의 철학적 정치적 개념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권학자들은 이러한 인권을 ‘태어나면서 부여받았다’는 뜻에서 생득권(birthright) 그리고 ‘정의의 법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뜻에서 ‘자연권’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인권 이해와 개념 정의를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합니다.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자매)의 정신으로 행해야 한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인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제2조에서 인권을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고 폭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권은 오늘날 국내 뿐 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상식 또는 일상어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인권은 지금처럼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준수해야 할 국제규범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권 없이 또는 인권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권은 규범적 의미를 담고 있는 정치, 사회적 개념입니다.
즉 인권개념은 정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동시에 정치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모든 사회구성원의 모든 인권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국가와 사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인권의 이상과 현실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권은 필연적으로 현실 비판적이 되고 사회변화를 이끌어가는 힘과 도구의 역할을 합니다.
즉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는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인권을 정치, 사회적 투쟁을 통하여 ‘성취’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권의 역할에 대해 세계인권선언은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의 고유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이다”라고 서문에 서술하고 있습니다.
인권개념의 중요한 요소는 보편성입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및 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담고 있는 규범적 틀입니다.
인권의 보편성은 인권의 가치가 각 사회의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고 구현되지만 인권의 가치와 기준은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편 ‘누구나 마땅히’ 또는 ‘모든 인간은’이란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인권의 보편성은 모든 인간은 국적, 인종, 성, 종교, 신분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누려야 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실천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편성에 따르면 인권은 더 이상 국가주권과 내정불간섭 원칙에 따른 국내 문제로 간주될 수 없으며 국제사회의 공통의 관심사이자 의무로 이해됩니다.
나. 인권의 분류와 내용
오늘날 대다수의 사회가 인권의 가치와 규범적 보편성을 수용하고 있지만 '무엇이 인권이고 무엇이 인권이 아닌가' 즉 '어디까지가 인권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유엔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각종 국제인권규범과 제도를 둘러싼 논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이 1948년 채택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 UDHR), 1968년 채택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
그리고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 규약)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합의한 인권의 보편적 기준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1) 국제인권장전의 인권 분류
보통 국제인권장전(International Bill of Human Rights)의 중심적인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이 세 문서는 인권을 경제적 권리, 사회적 권리, 문화적 권리, 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권리에는 일할 권리 즉 노동권, 사회권은 사회보장제도, 문화권은 교육권이 대표적이며 시민적 권리로는 신체의 자유,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 권리로는 집회 결사의 자유와 참정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국제인권장전에 따른 인권의 분류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 국제인권장전에 따른 인권의 분류와 내용
경제적 권리
1) 적절한 생활수준을 획득하고 유지할 권리 - 배고픔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회권 11조 2항), 적절한 식량 의복 주거를 포함하는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사회권 11조 1항)
2) 노동권 (사회권 6조)
3)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 (사회권 7조)
4) 노동조합을 형성하고 가입할 권리, 파업할 권리 (사회권 8조)
사회적 권리
1)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사회권 9조)
2) 가족, 임산부, 아동의 권리 (사회권 10조) - 가족에 대한 보호, 혼인의 자유 (자유권 23조), 아동의 권리(자유권 24조)
3)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권리 (사회권 12조)
문화적 권리
1) 교육권 (사회권 13조)
- 기초의무교육에 대한 권리(사회권 14조)
2) 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자유로운 과학적 진보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권리 (사회권 15조)
3) 소수자의 권리 (자유권 27조)
시민적 권리
1)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 (자유권 16조),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 (자유권 26조)
2) 재소자의 권리, 생명권 (자유권 6조), 고문금지(자유권 7조), 처벌제도의 기본적 원칙 (자유권 10조)
3) 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 재판 앞에 평등과 무죄추정의 원칙 (자유권 14조), 계약상 의무의 불능만을 이유로 구금금지 (자유권 11조)
4) 이동의 자유에 대한 권리 (자유권 12조)
5)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개인적 영역(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보호 (자유권 17조),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자유권 19조), 전쟁과 차별에 대한 선전 금지 (자유권 20조)
정치적 권리
1)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자유권 21조)
2) 결사의 자유 (자유권 22조)
3) 정치에 참여할 권리 (자유권 25조)
이상에서 나열한 인권은 인간 존엄성의 최소 조건을 법적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즉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모두가 위에서 언급한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지닙니다.
오늘날 대다수 국가는 유엔이 설정한 이러한 인권 기준과 조건을 헌법에 기본권의 형태로 수용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1993년 비엔나에서 개최된 세계인권회의는 비엔나 선언문 제5조에서 정치, 경제 및 문화적 체제와 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천명하였고 우리 헌법 제10조에도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 인권의 일반적 분류
위에서 언급한 권리는 국가와 관계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시민적 권리가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정치적 권리는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권리이고 사회적 권리는 국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의 성격을 지닙니다.
전자를 소극적 권리, 후자를 적극적 권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유권의 영역에서 국가는 종종 공권력의 남용으로 인권의 직접적 침해자가 되지만 사회권 영역에서 국가는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서 인권의 침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한편 국가의 의무라는 관점에서는 전자를 부작위(不作爲)의 의무, 후자를 작위(作爲)의 의무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한편 자유권과 사회권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유권은 보통 '제1세대 인권'이라고 부르는데 시기적으로 서방의 자유주의적 국가들에 의해 역사적으로 먼저 발전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역사적으로 나중에 사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가에 의해 발전되어온 사회권을 '제2세대 인권'이라고 부릅니다.
1세대 인권이 개인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강조하는 자유주의 정치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면 2세대 인권은 사회적 평등을 중요시하는 사회주의 정치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발전권, 평화권, 환경권 등을 '제3세대 인권'이라 부릅니다. 제3세대 인권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권리를 의미하므로 '연대의 권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권리는 민족자결권, 천연자원에 대한 경제적 주권이론 등과 관련이 있는데 동서 냉전시기 제3세계 국가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프랑스 혁명의 세 가지 구호를 근거로 시민, 정치적 권리를 자유에,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평등에 그리고 단결 및 연대의 권리를 우애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서구 사회의 역사적 발전 단계에 대비해 18세기를 시민적 권리의 시대, 19세기를 정치적 권리의 시대 그리고 20세기를 사회적 권리의 시대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3) 인권의 내용과 국가의 의무
현대적 인권의 이해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국민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닙니다.
과연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무를 지니는가? 80년대 이후 발전된 '국가의무에 기초한 접근법'에 따르면 국가의 의무는 인권의 존중 (respect), 보호 (protect) 및 실현 (fulfill)의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접근법에 세 가지 이행의무 중 어느 것이라도 이행하지 않으며 이들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규정되며 이 세 가지 인권의무가 효과적으로 이행될 때 비로소 효과적인 인권보호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먼저 존중의 의무는 국가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향유를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말합니다.
이 의무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주로 적용되어 온 국가의 '불간섭 부작위의 의무'와 유사합니다.
이 의무의 핵심은 국민 각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예들 들어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은 구금이나 고문을 하지 않을 의무가 이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국가가 대안적 주거를 공급하지 않고 강제로 공유지의 무단 거주자를 내쫓는 것은 주거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보호의 의무는 제3자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입법 혹은 다른 방식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말합니다.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착취, 가정에서의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등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이에 해당합니다.
실현의 의무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 의무는 국가에게 보다 광범위한 조치를 요구합니다.
실현의 의무에 따르면 개인이 실업, 장애, 노령의 경우와 같이 국민 개인이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다른 대안적 방법을 가지지 못할 때, 국가가 식량, 주거, 건강, 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지닙니다.
예들 들어, 기초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수립하고 공공주거를 제공하는 등 기초적인 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가가 적절한 법률, 행정, 예산, 사법 조치를 취하는 의무를 의미합니다.
존중, 보호 및 실현의 의무는 모든 개별 인권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주거권을 예로 들면, 존중할 의무는 강제철거나 퇴거를 시행하지 않을 의무를 포함합니다.
즉 대안적 주거의 공급이 없이 공유지의 무단 거주자를 내쫓는 것은, 경우에 따라, 주거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보호할 의무는 제3자, 즉 땅 소유자, 집 주인, 부동산 개발업자에 의한 전횡으로부터 개인의 주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막는 의무를 국가에 부과합니다.
실현의 의무는 공공지출, 토지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공공 주거 공급, 전세 및 임대료에 대한 감독 등의 문제를 포함합니다.
이러한 세 가지 의무에 기초한 인권의 이해는 모든 개별 인권으로부터 국가의 '존중, 보호 및 실현의 의무'가 나온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개별 인권의 차이는 본질적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각각의 의무가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힙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과거의 시민, 정치적 권리와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이분법에 따른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개별 인권이 부과하는 국가의무를 구체화함으로써 인권의 효과적인 보장에 기여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과거의 '인간의 기본적 욕구 충족'이라는 욕구패러다임(Needs Paradigm)의 대안인 권리의 패러다임 (Rights Paradig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권리의 패러다임이란 의식주로 대표되는 사회복지의 내용을 시혜나 자선 또는 정책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정의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권이 침해될 경우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실현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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