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휴게시설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출입 제한하는 것은 차별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2023년 8월 17일 ○○백화점 대표이사(이하 ‘피진정인’)에게, ○○백화점 ○○점(이하 ‘피진정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
□ 진정인은 생후 100일인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피진정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을 이용하려고 하였으나, 자녀가 10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휴게실 이용을 거부당하였다. 이에 진정인은 아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피진정 백화점의 우수 고객 휴게실은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고객의 취향에 맞춰 휴게실 내에 각종 가구·집기, 액자, 연출물 등으로 실내장식을 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끝이 날카롭거나 떨어지면 깨지는 등 고객이 다칠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10세 미만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 대신 10세 미만 유·아동을 동반한 고객에게 음료 포장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백화점 내 지정 카페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최대한의 이익 창출이 사업의 주요 목적인 상업시설 운영자에게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자유가 무제한으로 인정 되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이나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 인권위는 해당 휴게실이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이라서 이용을 제한한다는 주장을 살펴본 결과, △모든 10세 미만 유·아동이 같은 수준의 주의력, 집중력을 가지고 동일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진정인의 자녀는 생후 100일인 유아로 유모차에 타고 있어 독자적인 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 등은 성인에게도 얼마든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지 휴게실 환경을 이유로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나아가 휴게실 환경이 우려된다면 보호자에게 안전상 유의를 당부하는 게시물 부착, 직원의 안내와 통제 등의 대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 또한,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에서 배제하는 행위의 타당성을 살펴본 결과, △사회적 취약 계층인 아동의 배제는 유해업소 등 사회 규범이나 통념상 아동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하나 백화점 휴게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점, △유·아동의 휴게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배제로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진정인의 이러한 행위는 10세 미만 유·아동과 그 보호자 고객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나이를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3년 일반논평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공공장소의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공동체나 공원, 쇼핑몰 등의 아동 출입제한 조치로 인해 아동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으며, 이러한 아동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백화점 휴게실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
□ 판단기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나목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재화ㆍ용역ㆍ교통수단ㆍ상업시설ㆍ토지ㆍ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31조 제1항은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 예술, 오락 및 여가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2013년 제62차 회기에서 채택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일반논평 제17호 ‘휴식, 여가, 놀이, 오락활동, 문화생활 및 예술에 대한 아동의 권리’ 제16항은 모든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아동 자신의 또는 부모나 법적 보호자의 인종, 성별, 종교, 언어, 종교적, 정치적 또는 기타 의견, 국가적,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또는 그 밖의 지위와 관계없이 제31조에 따른 권리를 차별없이 실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같은 일반논평 제37항에서는 놀이, 오락활동 및 문화 활동을 위한 아동의 공공 공간의 사용은 아동이 제외되는 공공 장소의 상업화의 증가에 의해 방해받고,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공공 장소에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예를 들면 아동에 대한 통행 금지의 도입, 문이 있는 공동체 또는 공원, 감소된 소음 수준 허용, 허용되는 놀이 행동에 대한 엄격한 규칙이 있는 놀이터, 쇼핑몰 접근에 대한 제한 등은 아동을 "문제" 또는 비행 아동으로 인식하게 한다고 우려한다. 같은 일반논평 제38항은 아동의 배제는 그들이 시민으로 발전함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서로 다른 연령대의 포괄적인 공공 공간에 대한 경험의 공유는 시민사회를 증진하고 강화하며 아동 자신이 스스로를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지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국가는 아동을 권리의 주체자로 인정하고 모든 아동의 놀이 및 오락 활동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 또는 지방 자치 단체에서의 다양한 공동체 공간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장려하기 위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대화를 증진 장려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대상인 차별사유 및 차별영역 해당 여부 이 사건 진정은 피진정인이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10세 미만의 유·아동에 대해 우수 고객 휴게실의 출입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다. 이는 ‘나이’에 따라 용역 및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일 수 있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정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 등을 이유로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고, 같은 법 제3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해당된다.
피진정인이 10세 미만 유·아동에 대해 우수 고객 휴게실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아동에 대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피진정인과 같은 상업시설의 운영자들은 최대한의 이익 창출이 당연하고도 중요한 목적이고, 이들에게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당연히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업시설을 운영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의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특정 집단의 배제에 대해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피진정인은 해당 우수 고객 휴게실 내에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 대형 액자 및 연출물 등이 있으므로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이라는 점을 이유로 10세 미만 유·아동에 대해 휴게실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10세 미만 유·아동이 같은 수준의 주의력, 집중력을 가지고 동일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연령에 따른 다양한 행동 형태가 존재함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사건 진정에서 피해자(진정인의 딸)는 당시 생후 100일에 불과하여 유모차에 타고 있었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연령이었음을 고려하면,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이라는 것은 여러 연령대의 아동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더 나아가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휴게실 내의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 등은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에게도 얼마든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단지 이를 이유로 유·아동에 대한 우수 고객 휴게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등으로 보기 어렵다.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규범상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곳에 한정되어야 하며,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동이라는 특정 집단의 배제는 청소년 보호법 등의 법률에 따라 유해업소 등으로부터의 아동보호라는 측면에서 상업시설 이용 제한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진정인이 운영하는 휴게실은 음료를 제공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그러한 시설에 대해 사회적 통념상 10세 미만 모든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10세 미만 유·아동은 주로 부모 등 보호자와 같이 백화점 매장을 이용하기 위해 올 것으로 예상되고, 만일 해당 유·아동이 우수 고객 휴게실의 출입이 거부된다면 그 유·아동을 밖에 두고 부모 등 보호자만 휴게실에 입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피진정인의 이와 같은 유·아동 출입 배제 조치는 결과적으로 아동을 동반한 부모 등 보호자에 대한 배제로 이어진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이 사건 진정에서 진정인이 피해자와 같이 휴게실 출입이 거부된 점에서도 확인된다.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유·아동의 안전 문제, 실제 영업 과정에서 부모나 보호자 등이 유·아동을 완전히 통제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우려, 고급스러운 휴게실 분위기 조성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10세 미만 유·아동의 우수 고객 휴게실 이용을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휴게공간 내에 배치된 가구, 대형 액자 및 연출물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보호자의 안전상 유의를 당부하는 게시물 부착, 직원의 안내와 통제 등 대안적 방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러한 사전적·대안적 조치에 대한 고려 없이 이용연령 제한이라는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시설에서 일명 노키즈 존(No Kids Zone)의 확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비록 극소수이기는 하나 아동을 동반한 가족이 단지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장 측에 과도한 서비스 요구를 하거나, 부모 등 보호자가 아동의 행위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여 사업주나 다른 고객을 배려하지 않고 더 나아가 예기치 않은 손해를 입히거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17호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공공장소나 상업시설에서 아동의 접근을 제한하는 관행은 사회 전체적으로 아동을 “문제거리”로 인식하게 하거나, 아동을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마치 유해한 사물과 같은 대상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결국 아동이 권리를 가진 한 명의 시민으로 성장하게 함에 중대한 저해 요인이 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아동에 대한 ‘관용’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러한 노력이야말로 노키즈 존 논란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이자 우리 사회가 인격체로서의 아동을 받아들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피진정인이 10세 미만 유·아동과 그의 부모 등 보호자에 대해 피진정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아동을 동반하지 않고 성인으로만 이루어진 고객에 비해 10세 미만 유·아동과 그의 부모 등 보호자 고객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1조에 위반되며 구체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가 규정하는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