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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시몬 신부를 추모하며 |
최종수(천주교 전주교구 신부)
생애적 인연이 되어준 아우님
일본 크리스찬 작가 엔도 수샤쿠는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예수의 생애와 삶, 그리고 기독교사상을 주제로 한 소설, '침묵', '여자의 일생', '예수의 생애', '그리스도의 탄생', '바다의 독약' 과 여러 작품들이 있습니다.
엔도 슈사쿠는 그의 수필집, '삶을 사랑하는 법'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에는 생활적 인연과 생애적 인연, 두 종류의 인연이 있다. 생활적 인연은 조직이나 단체 등 생활을 통해 서로의 필요를 위해서 만난 인연들이다. 그들은 서로의 정신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생애적 인연은 단 한번을 만났어도 서로에게 강한 정신적 영향을 끼치고, 평생 동안 그리움을 남기는 인연이다. 이런 인연은 그 대상이 사람에만 국환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 풍경, 시, 글, 음악, 그림일 수도 있다. " 저도 누군가에게 생애적 인연이 되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저에게 생애적 인연이 되어준 아우 신부님이 귀천했습니다. 전주 금암성당 첫 보좌신부 시절 부제로 만난 김시몬 신부님입니다. 최근의 일화를 통해 아우 신부님의 사제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밑에 남동생이 사업차 전주를 방문했습니다. 김시몬 아우 신부님의 저녁미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가 광주와 전주의 여러 거래처를 들려 피곤한 상황이었습니다. 피로는 미사 중에 졸음으로 꾸벅꾸벅 쏟아졌습니다. '얼마나 피곤하면 저렇게 졸까' 하는 연민을 불러 일으키게 했습니다. 그런데 받아모신 성체가 미사 때 거양성체로 축성된, 뜻밖의 성체였습니다. 대부분의 거양성체는 열심한 신자나 기도가 필요한 신자들에게 분배됩니다.
노동과 피로에 지쳐서 졸고 있는, 처음 보는 신자에게 거양된 성체, 연민의 정과 하느님의 마음을 전해준 김시몬 아우 신부님. 하느님의 자비와 연민으로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서 영원한 인식을 누리리라 굳게 믿습니다. 혼자 드리는 미사에서 하느님께 간절히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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