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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사용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건강권 및 휴식권 침해 |
- 한국OOOOOOOOO원장에게 관련 지침 개정 권고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2024년 8월 26일 한국OOOOOOOOO(이하 ‘피진정기관’) 원장에게, 병가 사용과 관련하여 소속 직원들의 건강권 및 휴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 진정인은 피진정기관 소속 직원으로 신경·정신과적 질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2023년 피진정기관은 사내 게시판에 공지한 병가·질병휴직 사용 가이드에서, 직무수행 외의 병가 사용은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법정 감염병 및 그에 준하는 질병’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로만 한정하였다. 진정인은 위 지침을 따를 경우 자신은 병가를 사용할 수 없고, 이는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기관은, 직무수행 외의 병가는 오남용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하여 기관 전체의 업무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는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법정 감염병 및 그에 준하는 질병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진정인의 신경·정신과적 질환은 출근이 불가하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므로, 병가 대신 개인 연차나 체력 단련 휴가 등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하였다.
□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근로자의 병가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는 질병 등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 상태, 질병이나 부상의 내용, 치료 경과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병가를 사용할 만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미루어 판단되는 경우 허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직장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며, 조직은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업무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으로 직원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특히 직원의 건강은 삶의 질과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직원들이 건강한 상태일 때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기관이 직원들의 병가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위축시키는 행위는 건강권 및 휴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아,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 판단 가. 판단기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건강권은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정하는 기본권은 아니나, 헌법재판소 2002. 12. 18. 2001헌마370 결정, 헌법재판소 2004. 8. 26. 2003헌마457 결정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건강권을 긍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 2001. 9. 27. 2000헌마159 결정은 휴식권은 헌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는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이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요양이 필요한 경우 병가를 승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진정기관의 인권경영 규정에 따르면 모든 경영활동의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나. 진정요지에 대한 판단 공공기관 등에서 병가의 사용이 허가 사항으로 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복무기관의 장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의로 병가의 사용을 제한한다면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행위로서 건강권, 휴식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복무기관의 장은 병가신청자의 의사 및 질병 발생상황 등을 종합적,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병가 사용을 허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진정인은 피진정기관의 개정된 ‘병가·질병 휴직 사용 가이드’ 기준으로 인하여 병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점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직무수행 외의 병가는 오·남용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기관 전체의 업무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출근이 불가능할 때’, 즉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법정 감염병 및 그에 준하는 수준의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로 제한 해석하여 부서장의 승인을 통해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진정인의 병가 사유인 ‘직장 내 스트레스 관련 신경·정신과적 질병 증세 및 통원 치료(두통 및 현기증)’는 출근이 불가하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보기 어려우며, 진정인이 제출한 증빙서류로는 진정인의 병가 사용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정인의 병가 사용 현황을 볼 때 진정인은 2023년 병가를 신청하면서 증빙서류로 2020년~2022년에 발급받은 진단서 등을 첨부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는 병가 신청일과 질병의 진단일 간에 상당 기간 차이가 나는 자료로서,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병가 신청에 적합한 증빙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진정인의 병가 사용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피진정인의 주장에는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은 바로 병가를 불허하기보다는 증빙서류 보완 요구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병가의 오·남용 문제는 조직 내 감사 등의 방법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판단된다.
더 나아가, 피진정기관의 병가 사용 지침 변경으로 인하여 진정인과 같이 정신과적 병증의 경우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법정 감염병 및 그에 준하는 수준의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병가 사용을 제한한 행위가 건강권, 휴식권 등의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1948년 제정된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서 “건강은 완전한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복리의 상태를 뜻하고, 단순히 질병 또는 병약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직장생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 및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는데, 정신질환의 특성상 짧은 기간 관찰한 정도로는 완치 판정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증상의 정도에 따라서는 자살·자해를 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병가는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유급휴가로, 통상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사용한다. 현대 사회에서 직장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며, 조직은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업무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으로 직원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직원의 건강은 삶의 질과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직원들이 건강한 상태일때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근로자의 병가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는 질병 등에 한하여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당시 건강 상태, 질병이나 부상의 내용, 치료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병가를 사용할 만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이면 허용하는 것이 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복무 관리에 있어 참조기준이 될 수 있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 제1항의 내용을 보면, 병가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및 “감염병에 걸려 그 공무원의 출근이 다른 공무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바, 병가 사용의 기준은 단순히 출근 가능 여부가 아니라 보다 넓게 보아 직무수행 가능 여부임이 명백하다. 또한 같은 조 제3항은 병가 일수가 연간 6일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를 요하지 않도록 규정하는바, 이는 질병의 경중 또는 신체적, 정신적 질환의 구분을 두지 않고 병가의 사용을 폭넓게 인정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피진정기관의 ‘병가·질병 휴직 사용 기준 가이드’의 세부 기준을 보면 ‘직무수행 외의 병가 사유’는 ‘부상 또는 질병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이며, 이는 구체적으로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법정감염병 및 그에 준하는 질병‘ 수준이라고 정하고 있다. 사회 통념상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부상이나 질병의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는 것이므로, 즉 피진정기관의 위 지침은 매우 중한 부상, 질병 등에 대해서만 병가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앞서 살펴본 병가 제도의 취지에도 근본적으로 배치되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등 참조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병가 허가 사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피진정기관의 위 지침은 육안으로 명백히 그 증세가 확인되는 질병에 한정하겠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는데, 진정인의 경우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출근 가능 여부를 부서장이 판단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아니하다. 아울러 피진정기관에서는 ’출근이 불가능한 때‘가 아니라면 연차 또는 연6일 부여되는 체력 단련 휴가를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연가 및 체력단련 휴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때로 이 기간을 초과하여 병가를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바, 피진정기관이 병가사유를 제한함에 따른 대안적 수단이 될 수 없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병가 사용의 기준은 단순히 출근 가능 여부가 아니라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직무수행 가능 여부를 폭넓게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진정기관의 ‘병가·질병 휴직 사용 기준 가이드’에서 ‘직무수행 외의 병가 사유’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를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등으로 제한한 것은 병가 허가에 대해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적법하다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진정인의 ‘병가·질병 휴직 사용 기준 가이드’의 변경은 진정인이나 피진정기관 직원들의 병가 사용을 과도하게 제한, 위축시키는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건강권 및 휴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된다. 이에 피진정인에 대해, 병가 사용과 관련하여 소속 직원들의 건강권 및 휴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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