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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방관을 산불 현장 출동 시 제외하는 것은 성차별 |
- 보호와 배려라는 명목으로 여성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 -
- 해당 소방본부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간부 대상 성평등 교육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4년 12월 11일 □□소방본부장에게, 현장 출동 시 여성대원 배제 등 성차별적 업무 배치를 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간부 대상 성평등 교육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 진정인은 여성 소방관으로, □□소방본부 ◇◇◇◇소방서 ○○119안전센터(이하 ‘○○센터’)에서 근무하는 중, 직속 팀장인 피진정인으로부터 성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소방 차량 운전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이후 진정인이 화학차 운전 담당자임에도 불구하고 2023년 4월 2일 ◎◎ 산불 지원에 화학차를 출동시키면서 담당자인 진정인을 제외하고 남성 대원을 배치한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진정인은 팀원들의 담당 업무는 당사자의 의사를 수렴하되, 업무 경력 등을 참고하여 결정하는 것이고, ◎◎ 산불 출동에서 진정인을 제외한 것은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이자, 해당 업무를 숙련되게 수행할 인력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것으로서,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진정인의 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였다.
○ 참고인 등의 진술 등에서 피진정인은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었던 점이 확인되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대형면허를 보유하고 이전 근무지인 △△센터(여성 소방공무원 운전원 양성센터)에서 물탱크차 등 실습 경험이 있는 진정인이 남성 대원과 비교해 원하는 운전 업무를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 피진정인이 화학차 담당인 진정인을 일방적으로 ◎◎ 산불 출동대에서 제외하고 다른 남성 대원을 배치한 것 역시, 팀장의 재량에 따른 판단이라고 할지라도,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진정인에게 출동 의사가 있는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거나 고려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여성은 장거리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급박하고 열악한 산불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성차별적 편견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또한 ‘산불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라는 취지’의 주장과 관련하여, 보호와 배려의 명목으로 여성들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이며, 같은 현장에서 여성 소방관의 지휘 아래 산불 지원 업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다른 소방서의 사례를 보더라도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합리적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 인권위가 2015년 실시한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여성 소방공무원의 39.9%(195명)가 직장 내 차별을 경험한 바 있고, 그중 56.9%(111명)가 ‘성별로 인해 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하였다. 소방공무원은 전통적인 남성 중심 직종으로, 여성이 업무수행 능력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기회 자체가 차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아울러 인권위는 진정인에 대한 피진정인의 업무 배치 및 출동대 제외 등 일련의 행위는 센터장의 동조와 승인하에 이루어진 점, 피진정인의 성차별적 인식은 30년 가까이 남성 중심적인 소방 조직에서 근무한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개인 차원의 각성이 아닌 조직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방본부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간부 대상 성평등 교육을 주문하였다.
□ 판단 가. 판단기준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은 평등권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명시하면서 누구든지 성별 등을 이유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별 등 19개 사유 및 기타 사유를 이유로 고용 등과 관련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없애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을 규정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제1조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또는 기타 분야에 있어서 결혼 여부에 관계 없이 남녀 동등의 기초 위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식, 향유 또는 행사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무효화하는 효과 또는 목적을 가지는 성에 근거한 모든 구별, 배제 또는 제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나. 성별을 이유로 한 불리한 대우의 존부 진정인은 피진정인이 평소에도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며 성차별적 언행을 하였으므로 진정인이 운전 업무를 배치받지 못하고 홍성 산불 출동에서 제외된 것은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피진정인은 팀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되, 직전에 수행한 업무 등을 참고하여 업무를 분장하며, 홍성 출동에서 진정인을 제외한 것 역시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고 해당 업무를 숙련되게 수행할 인력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것이므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운전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는 참고인 1의 진술, 홍성 산불 출동 직후 ▥▥▥의 ‘피진정인이 차별하는 것처럼 보인다, 피진정인의 선입견이 느껴진다’는 취지의 발언, ▣▣▣가‘순찰차 하려는 사람들이 없는데 여자라 안 시켜주는 게 말이 되냐’며, 피진정인이 “여자가 운전은 조금”이라고 한 말을 들었다는 점을 볼 때, 피진정인은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진정인은 특별히 소방차량의 운전을 희망하지도, 관련 경험이 많지도 않은 남성 대원인 참고인 2에게 출동 차량을 맡기면서도, 운전 업무를 간절 히 원한 진정인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진정인이 1년이 지난 후에 운전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나 그마저도 참고인 2의 예기치 않은 사고를 계기로 차량을 운전할 수 있게 된 점을 종합해 볼 때 진정인은 남성 대원과 비교하여 본인이 원하는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진정인은 A센터에서 홍성 산불 지원에 화학차를 출동시키면서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화학차 담당 진정인을 제외하고 다른 차량을 맡고 있던 남성 대원을 배치하였는데, 이는 ‘여성은 장거리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급박하고 열악한 산불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성차별적 편견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정인에 대한 불리한 대우가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
다. 합리적 사유 여부 진정인은 소방관으로 임용될 당시 대형면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A센터에 오기 직전에 여성 소방공무원 운전원 양성센터로 지정된 B센터에서 물탱크차 등에 대한 실습도 하였으며, 동료 소방관 등이 증언하듯이 진정인이 운전 업무수행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나 운전 업무를 맡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홍성 산불 출동 상황 당시 진정인은 A센터 2팀에서 화학차를 운전하는 담당자로서 능숙하게 차량을 운행하고 화학차의 분말소화 장치 등을 다룰수 있음에도 피진정인은 진정인을 일방적으로 출동대에서 제외하였다. 설령 피진정인이 팀장의 재량에 따라 진정인보다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가진 대원을 산불 현장에 파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지라도, 담당자인 진정인에게 출동 의사가 있는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거나 고려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피진정인 및 A센터장이 장거리 출동에 진정인을 제외한 것은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라는 취지의 주장 또한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는 것으로 이 역시 합리적 사유로 보기 어렵다. 보호와 배려의 명목으로 여성들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보지 않는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이라 할 것이다. 홍성 산불 출동 당시 ▷▷소방서의 F센터는 여성 소방관의 지휘 아래 홍성 산불 지원 업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점을 보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실시한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여성 소방공무원의 39.9%(195명)가 직장 내 차별을 경험한 바 있고, 그 중 56.9%(111명)가 성별로 인해 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하였다. 또 소방관 업무를 시작한 이후로 교육훈련 기회에 있어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는, 전체의 48.5%(208명)가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소방공무원은 전통적인 남성 중심 직종으로, □□소방본부의 경우에도 전체 소방공무원 3,317명 중 여성은 260명으로(2024. 7. 1. 기준), 여성 비율(7.83%)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조직문화에서 여성들은 조직 내 소수집단으로서, 남성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특수 업무에서의 배제’ 혹은 ‘과잉보호’라는 관행들과도 맞서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또한 현장 업무수행 능력이 있고 본인의 의사가 있음에 도 불구하고,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기회 자체가 차단되는 경우 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진정인이 여성 소방대원을 산불 현장 출동 등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과 관련하여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된다. 다만, 피진정인의 진정인에 대한 업무 배치 및 출동대 제외 등 일련의 행위는 센터장의 동조와 승인하에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오롯이 피진정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피진정인의 성차별적 인식은 30년 가까이 남성 중심적인 소방 조직에서 근무한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개인 차원의 각성이 아닌 조직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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