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성 37

인권누리 웹진 제163호 회원의 붓

참깨를 심으며정관성지난 주말 참깨를 심었습니다.참깨를 심고 밤에 비가 내려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참깨가 잘 나면 다시 솎아 주고, 북주고, 풀 관리 해주며 기다리면 됩니다.여물면 베어서 털면 그만이죠. 두 문장을 쓰고 보니 참깨 농사를 다 지은 거 같습니다.1994년 여름이 생각납니다.김일성이 7월 초순에 사망하자 말년 병장으로 제대를 앞두고 있던 저로선 난감했습니다.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장의 포화 속에서 죽어갈 수도 있겠단 생각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다행히도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으나, 지독한 더위가 한반도를 뒤덮었습니다.당시로선 최악의 더위라고 난리였습니다.더위와 공포를 뒤로 하고 7월 말 군대를 제대했습니다.8월 중순이 되자 농사짓던 집에선 참깨를 베어 말리기 시작했습니다.아버지는 새벽 4..

인권누리 웹진 제159호 회원의 붓

닭장을 만들며정관성페이스북 친구로부터 병아리 21마리를 받았습니다.일면식도 없던 사람들끼리 페이스북으로 사귀다가 부화한 병아리를 나눠주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고마운 마음 반, 그냥 받아도 되나 싶은 부담스러운 마음 반으로 구이에 가서 병아리 아홉 마리를 받아온 것이 4월 둘째 주 토요일이었습니다.다시 셋째 주 일요일에 열두 마리를 받아왔습니다. 약 2주 정도 큰 병아리 아홉과 부화한지 겨우 3-4일 된 병아리 열둘을 어찌 키울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틈틈이 닭장을 만들었습니다.아직 다 만들지 못했지만, 골격은 거의 다 잡았고, 바닥에도 철망을 깔아 땅속으로 침투하는 동물을 막을 생각입니다.잠이 오지 않는 시간, 닭장 문을 어떻게 만들지, 물통과 모이통은 어찌 만들지 혹은 살지, 보..

인권누리 웹진 제156호 회원의 붓

독새기 정관성 독새기의 표준어는 둑새풀입니다. 벼과 식물로 모내기 전 씨앗을 맺어 논에 떨구고 추수가 끝나면 나기 시작해서 봄이 되면 논 전체를 뒤덮는 벼과 식물이죠. 열매는 부들을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동그랗게 뭉쳐있고, 볼펜 심 굵기로 자세히 보면 앙증맞게 생겼습니다. 아마도 농촌에서 자란 분들은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흔해도 너무 흔한 풀이니까요. 봄비가 내려 밭에 갔더니, 겨우내 갈아 놓지 않은 밭에 냉이가 하얗게 꽃을 피웠고, 땅은 독새기가 빽빽하게 뒤덮고 있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삽으로 파 놓아도 뒤집힌 상태에서도 살아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아직은 그대로 뒀습니다. 나중에 4월 말이나 되면 고추, 참깨, 토란, 생강 등을 심기 위해 삽으로 좀 파 엎을까 생각 중입니다. 독새..

인권누리 웹진 제153호 회원의 붓

전주에서 기형도를... 정관성 1989년 3월 7일은 기형도 시인의 사망일입니다. 제가 대학에 떨어지고 막 재수를 시작하여 긴장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번화한 관광지로 요란하기 짝이 없는 한옥마을이지만, 그 시절 한옥마을은 조용하고 음침한 분위기마저 돌았습니다. 가끔 분뇨차가 와서 “똥 퍼~~”라고 외치면 수업을 받던 친구들 모두 웃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갑자기 음침하던 골목에 웃음소리가 터지는 걸로 고요와 평온이 깨지곤 했습니다. 시대도 음험했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할복 투신하여 세상을 뒤로한 조성만 열사가 있었고, 밧줄에 꽁꽁 묶인 흔적이 남아있는 부패한 시신으로 호수에서 떠오른 이철규 열사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공안 통치는 민중의 목을 조르고 있었습니다. 87년의 승리의 결실..

인권누리 웹진 제151호 회원의 붓

냉이를 캐며 정관성 겨우내 냉이와 도라지를 캐다 먹었습니다. 도라지는 작년에 심은 1년생 뿌리가 제법 굵어지고 잔뿌리가 많아졌고, 일부는 지난해 계속된 비로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부 다 굵어진 도라지가 껍질만 남고 썩은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든 냉이와 도라지에 더해 더덕과 달래도 일부 캐 먹으며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이는 야채를 사다 먹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묻어뒀던 무도 조금씩 빼먹는 맛이 그만입니다. 냉이는 밭을 갈지 않으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들깨와 콩을 베어낸 자리에 작은 풀들이 보이던 게 지난해 10월 말이었습니다. 들깨와 콩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곳에선 많은 풀이 있었지만, 우거졌던 아래에서도 작은 풀들이 고개를..

인권누리 웹진 제148호 회원의 붓

모이고 흩어지는 것들 정관성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옵니다. 입춘이 지났으니, 좀 있으면 우수, 한 달 후엔 경칩입니다. 이미 양지 바른 개울가에는 도롱뇽 알이 봄을 기다리며 둥글게 말려 있을 것입니다. 그냥 이제 봄이라고 해도 좋을 때입니다. 봄이 오면 흩어졌던 생물들이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개구리, 뱀, 도롱뇽, 제비, 온갖 꽃들과 곤충들이 기온의 변화를 느끼고 모여들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게 됩니다. 멀리서 보면 자연은 한껏 조화롭고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생명의 순환은 치열하고 잔인하기도 합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지요. 봄이 오는 때를 맞추어 정치권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매번 어찌 알았는지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여론조사에 잘 응해주라고 합니다. 며칠 전 많이 바쁜 중에..

인권누리 웹진 제145호 회원의 붓

부족한 것들에 대하여 정관성 방송을 켜면 유명 연예인들이 모여서 뭔가를 자꾸 먹습니다. 마른 사람도 먹고, 몸집이 있는 사람도 먹고, 남자도 먹고, 여자도 먹습니다. 먹는 것에 열중하면서 연신 맛있다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떠들곤 합니다. 또 무슨 정보를 전달한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맛집에서 소문난 음식을 먹으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말할 틈도 없다는 듯이 음식과 맛에 열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열중하는 음식, 맛있다고 유난을 떠는 음식이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에 비해 대단히 맛있는 게 아니고, 대단히 몸에 좋은 것도 아니며 가끔은 유명세 뒤에 독한 상술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한 번도 방송에 나오지 않은 음식점”이란 말이 한 때 눈길을 사로잡은 씁쓸한 기억도 ..

인권누리 웹진 제142호 회원의 붓

중독 정관성 뭔가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공부, 게임, 낚시, 운동, 영화, 책, 컴퓨터, 요리 등 좋아하는 것들 또는 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도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몸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 중독되지 않았고, 지나치게 놀지 않아 일과 공부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변명 같지만, 남들 보기에 대충이지만, 나름 노력하는 생활이었다고 우겨보렵니다. 약간의 게으름, 약간의 열정, 약간의 성실함, 약간의 행운, 약간의 우호적인 환경이 버무려져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깊게 빠져들던 것들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요. 고교시절엔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고, 대학에 들어가선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

인권누리 웹진 제136호 회원의 붓

핀란드에서 생긴 일 정관성 10월 하순에 핀란드로 출장을 갔습니다. 10월 22일에 출발해서 31일에 왔으니, 한 달의 3분의 1을 객지에서 보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서 취사가 가능하다는 말에 시골 아재답게 햇반 7개, 라면 10개, 참치 2캔, 돌김 자반 2봉지, 자르지 않은 김 1봉지, 김치 약 500g 등을 알뜰히 챙겨 갔습니다. 준비한 것들은 객지에서의 매일 아침 식사와 일부 저녁을 책임져 주었습니다. 같이 간 직장 후배들의 아침을 챙겨주며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핀란드의 도서관, 문해력 증진 기관, 헬싱키도서전, 대형 서점 등을 다니며 나름 소중한 시간을 잘게 썼습니다. 발트해에 연한 핀란드는 대체로 구름이 두껍게 하늘을 덮었고, 바람이 차가운 날도 있었고, 눈이 오는 날도..

인권누리 웹진 제133호 회원의 붓

말하기와 정치하기 정관성 “어? 저놈들 또 지*하네!” 뉴스를 보다가 문득 입에서 튀어나간 말이었습니다. “어? 아빠도 욕하시네?” 아빠의 흥분과 욕설을 듣고 아들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안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평소 했지만, 거짓말쟁이 장관 후보를 두둔하며 자기들 편리한 대로 이말저말 갖다 붙이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그만 욕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욕과 거친 말도 하다 보면 느는 습관이란 경험을 하곤 합니다. 중학교 다닐 때, 절대 욕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욕을 하지 않으며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착하고 성실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더군요.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말하기를 고치려고 노력하자 친구관계와 사제관계가 좋아지더군요.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