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성 37

인권누리 웹진 제95호 회원의 붓

봄이 오고 있다. 정관성 지난 주말 텃밭에 나가봤습니다. 봄동배추 조금, 시금치 조금을 캤습니다. 뭔가 많이 아쉬워 냉이를 찾아봤습니다. 서 있으면 보이지 않던 냉이들이 쭈그려 앉으면 보였습니다. 추위를 이기겠다고 파랗던 잎은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땅을 파고 뿌리를 파내려 하니 땅이 얼어붙어 있더군요. 양지 바른 쪽에는 약간의 온기가 전해졌던지 그나마 땅이 덜 얼었고, 잎은 작지만 뿌리는 깊이 박혀 실한 냉이 몇 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추위를 잘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설 연휴 동안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북극한파가 한 동안 한반도를 뒤덮다 갔습니다. 중국의 동북지방과 러시아 동부는 공중에 물을 뿌리면 바로 얼음이 되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죠. 영하 50도 이하의 추위는 상상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고..

인권누리 웹진 제92호 회원의 붓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정관성 - 새해 덕담이 오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건강하세요.”, “새해 사업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대박 기대합니다.” 반가운 인사와 덕담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상대방은 나에게 참 좋은 일이 많아지길 바라는구나. 상대에게 화답하는 마음도 훈훈하다. 새해가 되면 서로 밝은 얼굴로 웃으며, 우리의 공동체가 맺은 유대관계의 돈독함을 확인한다. 생태사회학자 최재천 교수는 “생물은 서로 돕지 않고 생존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몸속 세균은 약 40조 개로 세포보다 많다고 한다. 몸속 세균들은 소화, 수면, 성장, 기분, 스트레스 등에 깊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오늘의 나’는 ‘세..

인권누리 웹진 제90호 회원의 붓

넘어질 결심 넘어질 결심 정관성 일제강점기에 학생들은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없었다고 한다. 황국신민으로 성장하려면 어려움을 참고 몸을 단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추워도 손을 주머니에 넣지 못하게 강요했다. 엄동설한에 추위와 설움이 얼마나 컸을까. 요즘은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추위로부터 신체를 단련할 일도 없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지 말라 한다. 미끄러운 눈길에 넘어지면 부상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다가 넘어지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수 있다고 한다. 넘어질 결심이 섰다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녀도 된다. 작년 요맘때 손녀딸을 본 누나는 며칠 전 돌잔치를 한다고 했다. “꼬맹이가 이제 한두 걸음 걷다가 주저앉아. 곧 걷겠어.” 누나는 작고 앙증맞은..

인권누리 웹진 제88호 회원의 붓

나무와 바람 나무와 바람 정관성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는 말은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자 하나 세월이 흘러 부모님이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줄여서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람은 쉼 없이 불어 옷깃을 스쳐가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걸 볼 때마다 부모님의 가르침과 생전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전 아들의 문제집을 손을 찢은 사건이 벌어졌다. “아빠, 오늘은 아빠가 검사해줘. 자~ 여기 국어 12월 0일, 수학도 12월 0일, 사회, 과학도 12월 0일.” 아들은 농구학원을 다니고 있다. 같이 배우는 친구와 형들이 다른 클럽과 리그를 펼치는 선수반에 가입해 있다고 해서 지난여름 선수반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선수반은 일요일에..

인권누리 웹진 제86호 회원의 붓

자전거 출퇴근 자전거 출퇴근 정관성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행인들 차림이 두꺼워졌다.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은 을씨년스러운 기분을 자아낸다. 행인과 나무들을 지나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자기 속도를 유지하며 자연과 문명의 중간 어디쯤을 지나간다. 자전거 출퇴근 하는 사람은 고등학교 동문체육대회에서 재기차기로 자전거를 받았다고 한다. 배가 뿔룩 나온 술 취한 아재들 사이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태의 그가 29개의 재기를 찼다고 한다. 겉보기엔 운동을 잘 할 거 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날은 그런대로 그의 운과 다른 이들의 불운이 겹쳤다고 한다. 서울에 살다 전주로 내려온 중년은 벌써 7년째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

인권누리 웹진 제84호 회원의 붓

[신용벌 단상] 우리에게 결실이라는 것은 웹진 제84호 회원의 붓 - 정관성 [신용벌 단상] 우리에게 결실이라는 것은 텃밭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작물을 거둔 가을 텃밭은 때론 황량하고 쓸쓸해 보입니다. 서리 맞은 고춧대와 호박잎은 축 늘어져 있고, 깨와 콩을 내어 준 깨와 콩의 줄기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말라 비틀어져 밭 주변에 쌓인 작물의 잎은 언제 신록의 계절을 살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볼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들입니다. 매운 고추를 달아줬고, 탐스런 호박과 향기로운 들기름을 준 이들이 그들입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과 식물이 만들어낸 위대한 결실을 인간은 향유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또 이렇게 이어갑니다. 가을 텃밭을 보며 책을 생..

인권누리 웹진 제60호 회원의 붓

정관성 회원이 보내온글 민주주의?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그리스어로 민중(d-emos)과 지배(cratos)라는 말이 만나 ‘민중의 지배(d-emocratia)’란 뜻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민중이 지배하는 정치형태를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왜 민중민주주의, 엘리트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시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등 민주주의 앞에 붙는 말들이 많을까요? 각각의 뜻이나 지향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그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여 쓰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민주주의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앞에 사족처럼 붙이는 것은 본래의 뜻을 훼손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제게 처음 다가온 민주주의는 뭐였을까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